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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위기의 한국 제조업, 대책은? 〈마지막 회〉

이 악물고 더 멀리 달아날 수밖에

④ 디스플레이

이 악물고 더 멀리 달아날 수밖에

  • ● “올해는 버텼지만, 내년은 글쎄…”
    ● 지금은 세계 1위지만 “3년 후 중국에 역전당한다” 전망도
    ● 핵심 인력 중국行, “딱히 막을 도리 없어”
    ● OLED 다음 세대 기술에 박차…“국가적 관심 기울여야”
충남 아산시 탕정면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충남은 삼성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왼쪽).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탕정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제공·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시 탕정면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충남은 삼성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왼쪽).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탕정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제공·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협력업체요? 쓰러지는 기업이 나오는 건 아직 아닙니다. 그렇다고 자동차업계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하진 못해요. 올해는 버텨냈지만 내년에도 그럴 수 있을지….” 

충남지역 디스플레이 산업에 정통한 한 인사는 디스플레이업계의 ‘근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여느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도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패널업체가 TV와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전자회사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협력업체들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장비, 소재, 부품 등을 패널업체에 납품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주축으로 한 충남 디스플레이 산업은 전국 디스플레이 생산의 절반을 담당한다. 충남도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 4곳 중 1곳, 디스플레이 일자리 2개 중 1개가 충남지역에 몰려 있다. 

그런데 액정표시장치(LCD)업계는 중국산 LCD의 과잉 공급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업계는 패널업체들의 신규 투자 부진으로 최근 1~2년 새 형편이 어려워졌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 공장에 대한 재투자를 연기하거나 축소했고, 새 공장 A5에 대한 투자는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 인사는 “내년 신규 투자 소식 또한 들리지 않는다”며 “디스플레이업계 사람들은 ‘내년이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도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충남 이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 공장이 자리한 경북 구미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LCD는 중국 때문에 더는 채산성이 나지 않고, 애플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한 탓에 소형 OLED 업황 또한 좋지 않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10월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사상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구미와 경기 파주 사업장 직원 10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경기 둔화로 내년 디스플레이시장의 전망 또한 밝지 않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세계경제의 제한적 성장과 중국 성장세 둔화 등을 근거로 2019년 디스플레이 업황을 ‘흐림’으로 전망했다. 수출·생산·내수 부문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5~0%에 그칠 것으로 본 것이다. 2017년 273억7900만 달러(약 30조9000억 원)였던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올해 250억 달러, 내년 244억 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LCD 수율, 한국만큼 오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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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주력 산업이다. 2004년 LCD에서 일본을 앞지른 이래 ‘세계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그래프1 참조). 이렇게 장기간 세계 정상을 지키는 국내 산업은 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한국 전체 수출액의 4.8%를 차지하며, 관련 기업은 900여 개, 관련 일자리는 9만여 개에 달한다(2017년 기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LCD를 대체해가고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의 취업유발인원은 8.71명으로, 여타 신산업(5~6명) 대비 높은 편이다. 


이 악물고 더 멀리 달아날 수밖에
이 같은 화려한 위상에도 ‘디스플레이 위기론’이 대두되는 것은 중국의 빠른 추격 때문이다. 특히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LCD 분야에서 공격적 투자를 거듭한 중국은 지난해 한국의 LCD 생산 능력을 추월했다. 중국의 대규모 물량 공세는 LCD 가격 하락을 가져왔다. 일례로 TV용 50인치 LCD 가격은 전년 대비 2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LCD 가격 인하는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LCD 매출 비중이 90%에 달하는 LG디스플레이의 어려움이 크다(그래프2 참조). 

중국이 물량 공세만 하는 것은 아니다. LCD 생산 기술이 한국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히려 ‘기술 역전’을 걱정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올해 상반기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세계 최초 10.5세대 LCD 공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는 “BOE의 10.5세대 공장의 현재 수율(收率)이 70~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것이 삼성, LG 수준인 90%대까지 올라온다면 중국의 LCD 기술은 한국을 훨씬 앞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커다란 유리기판(원장)을 필요한 크기로 자르는(면취) 방식으로 제작된다. ‘세대’는 원장 크기를 가리키는데, 세대가 커질수록 면취 효율이 높아져 생산성이 올라간다. 10.5세대 원장은 2.9×3.4㎡, 삼성·LG디스플레이가 주력하고 있는 8.5세대 원장은 2.2×2.5㎡ 크기다. 65인치 TV용 패널을 8.5세대 원장 1개로는 3장을 만들 수 있는 데 반해 10.5세대 원장으로는 8장을 만들 수 있다. 중국이 수율을 높여 생산성을 강화한다면 10.5세대 공장을 세우지 않은 한국은 LCD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인지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8대 수출 주력 업종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업계 인식을 조사·발표한 바에 따르면 디스플레이는 3년 후 중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의 디스플레이 경쟁력 지수를 100이라고 가정할 때 중국의 현 경쟁력 지수는 90에 그치지만, 3년 후에는 110으로 한국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OLED로 ‘빠른 전환’ 태세

이 악물고 더 멀리 달아날 수밖에
다행스러운 점은 세계 디스플레이 수요가 LCD에서 OLED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그래프3 참조).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LCD가 지는 해라면 OLED는 뜨는 해”라고 표현했다. 2017년 전체 디스플레이시장에서 OLED 비중은 18.6%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35.8%로 증가할 전망이다. 2035년에는 OLED 비중이 80%를 넘어서리란 예측도 나온다. 


11월 7일 미국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무가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폴더블폰 ‘갤럭시F’(가칭)를 선보이고 있다(위). 10월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한국전자전에서 선보인 LG전자 올레드(OLED) TV. [AP뉴시스, 뉴스1]

11월 7일 미국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무가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폴더블폰 ‘갤럭시F’(가칭)를 선보이고 있다(위). 10월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한국전자전에서 선보인 LG전자 올레드(OLED) TV. [AP뉴시스, 뉴스1]

OLED는 유기물을 사용한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빠른 응답 속도, 넓은 시야각, 얇은 두께 등 LCD에는 없는 장점을 갖는다. OLED는 스마트폰과 TV 등에 주로 쓰인다.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달아 스마트폰에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면서 최근 이 시장에서 OLED 비중이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패널 매출이 66억403만 달러(약 7조4500억 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총매출(107억9999만 달러)의 61.1%에 해당한다. TV시장에서의 OLED의 입지도 커지는 추세다. IHS마킷은 올해 2500달러 이상인 세계 프리미엄 TV시장에서 OLED TV가 60%의 매출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OLED시장 지배력이나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2017년 기준 세계 OLED 패널의 96.6%를 한국이 공급한다. 사실상 독점체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연구하는 홍용택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기술은 독보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수율 개선 등 삼성과 LG의 OLED 기술력을 중국이 따라잡으려면 3~5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패널업계는 중국의 추격으로부터 달아나고자 OLED로의 전환을 더욱 강화하는 흐름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이 전체 매출액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OLED 중심의 사업구조로 전환했고, LG디스플레이도 2020년까지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꿔나간다는 계획이다. 서광현 부회장은 “중국이 10.5세대 LCD 공장에 과잉 투자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한국은 10.5세대 LCD보다 OLED에 힘을 싣는 것이 맞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박재근 교수는 “대형 OLED 패널 분야에선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이 매우 앞서 있다”며 “OLED 투자에 적극 나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업계 전문가들이 ‘쫓아오는 중국으로부터 더 멀리 달아나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큰 우려로 꼽는 것은 핵심 인력 유출이다. 중국 업체들은 LCD, OLED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력 스카우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7월 삼성디스플레이가 제기한 OLED 분야 퇴직 직원에 대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바 있다. 이 직원은 삼성디스플레이 퇴사 후 중국 BOE 협력사에 취업한 사실이 드러나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최근에는 스카우트 대상이 핵심 기술을 가진 인력에서 수율 향상 등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술자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충남지역 한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중국으로의 인력 유출을 막을 방도를 마련해보자고 회의를 했는데,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중국에서 연봉으로 40억 원을 준다고까지 하니 무슨 수로 막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재근 교수는 “중국 업체들은 몇 년 고용한 뒤 팽할 사람이 아닌, 장기 고용할 가치가 있는 인재의 경우 회사 주역으로 활동할 수 있게끔 하며 중화(中華)하는데, 그게 참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인력 유출에 대한 대책으로는 현재 1~2년 단위로 이뤄지는 퇴직 후 영업비밀보호 계약을 3년 이상으로 확대하는 안이 거론된다. 디스플레이 분야 기술 진보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3년가량 시간이 지나면 퇴직 직원이 가진 기술력의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퇴직 직원에 대한 보상액도 커져야 하기 때문에 기업 처지에서는 부담이다. 국가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핵심 기술을 가진 중요 인력의 경우 정부가 그 비용을 보조하고, 인력을 빼가는 중국 회사에 대해서도 강하게 법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보호할 핵심 기술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라이벌인 동시에 한국 디스플레이의 최대 고객인 중국에 대한 법적 대응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혁신공정센터 설립, “늦은감 있지만 다행”

11월 검찰은 중국에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장비 협력사 ‘톱텍’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하고 올해 동탑산업훈장 포상 기업으로도 내정됐던, 잘나가던 중견기업이 코스닥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순식간에 몰락한 것을 놓고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동정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분위기다. 디스플레이 협력사들은 매출 면에서 패널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패널업체의 신규 투자 축소는 협력사들에게 곧 ‘매출 절벽’으로 작용한다. 한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사안이라 언급하기가 조심스럽지만, 톱텍 처지에선 새로운 매출처를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 중국 업체 측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겠느냐”며 “패널업체와 협력업체가 동반 관계였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빵 굽는 오븐이 똑같더라도 빵맛이 같을 수는 없는 법”이라며 “업황이 어려울 때 협력업체가 버텨낼 수 있도록 패널기업들이 최소한의 출구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패널업체들의 투자 부진 속에서 협력업체들을 생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당면 과제다. 특히 자체적인 연구개발(R&D) 능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업체가 LCD에서 OLED로 주력 기술을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서광현 부회장은 “그런 점에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추진하기로 결정한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사업비 5281억 원이 책정된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사업이란 디스플레이 분야 협력업체들을 위해 충남 천안시 서북구 충남테크노파크에 일종의 공용 R&D센터를 짓는 일이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7년간 2단계에 걸쳐 혁신공정센터를 구축해 60여 개 R&D 연구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 센터에는 60여 종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과 관련된 장비가 설치돼 R&D 연구과제에 활용된다. 이 장비들은 자사 기술을 검증하고자 하는 중소·중견기업에도 개방된다. 김형수 충남도청 산업육성과 소재산업팀장은 “디스플레이 중소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고가 장비를 마련할 수 없어 어렵사리 개발한 기술의 신뢰성을 평가받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혁신공정센터에 일괄공정 장비를 갖추면 이러한 애로 사항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공정센터는 빠르면 2021년부터 가동될 전망이다. 서광현 부회장은 “혁신공정센터에 대한 정부 투자가 1~2년 더 빨랐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투자 결정이 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세계 유수 장비 기술을 가진 일본과 독일 등 해외 기업에게까지 문호가 개방돼 R&D가 이뤄진다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를 피력했다. 

현재 세계 OLED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96.6%로 압도적이지만(2017년 기준), 이 같은 독점체제는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OLED를 ‘중국제조 2025’ 전략의 중점 산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OLED 생산 능력이 중소형 패널 위주로 급성장해 이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이 2020년에는 60%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OLED 그다음 기술에 대한 대비에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OLED 다음 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 OLED, 구부릴 수 있고(플렉서블·Flexible), 접을 수 있고(폴더블·Foldable), 돌돌 말 수 있고(롤러블·Rollable), 늘릴 수 있고(스트레처블·Stretchable), 투명한(트랜스페어런트·Transparent) 디스플레이 등이 꼽힌다. 이는 모두 국내 패널업체와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등에서 한창 연구개발 중인 기술들이다. 

무기물을 사용한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LED에 대해 김재현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응용역학연구실장은 “발광 효율, 응답 속도, 내구성 등에서 기존 LCD 및 OLED보다 월등하다. 특히 유연하고 투명한 디스플레이 구현이 용이하다는 장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마이크로 LED는 자율주행차의 윈도용 디스플레이로 활용돼 디스플레이시장 자체를 크게 성장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퀀텀닷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공들이는 차세대 기술로, 청색광원에 퀀텀닷 필터를 더한 고부가가치 OLED 패널이다. 에지형 스마트폰에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을 절반으로 접는 폴더블 폰에는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쓰인다. 이보다 더 발전된 것이 롤러블 및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다. 스마트폰을 반으로 접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돌돌 말아서 갖고 다닐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홍용택 교수는 “디스플레이가 5~10% 늘어날 수 있게 되면 자동차 앞창(windshield)이나 가전제품의 곡면 등에도 디스플레이 부착이 가능해 다양한 신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일본을 추월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시 일본보다 기술 격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며 “패널업체들이 축적해온 미래 기술이 상당하고, 최근 들어 정부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아 한동안 주춤했던 국가 R&D를 다시 늘려가는 추세라 다행”이라고도 평가했다.


美 세마테크 모델 참고할 필요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는 파주 공장에 OLED 생산을 위한 신규 라인 건설에 나섰다. [제공·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는 파주 공장에 OLED 생산을 위한 신규 라인 건설에 나섰다. [제공·LG디스플레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여전히 세계 1위다. 하지만 중국의 빠른 추격으로 위태로운 1위다. 이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기술 격차를 향해 ‘이 악물고 뛰는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파주와 중국 광저우의 신규 OLED 공장에 20조 원을 투자해 OLED 매출 비중을 현재 10%에서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 주력 상품인 대형 TV용 OLED 공급을 우선하면서도 중소형 스마트폰용,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OLED 상품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조직 개편에서 LCD와 OLED사업부를 대형과 중소형 사업부로 개편한 것은 OLED 비중을 더욱 강화하고, 대형 TV용 OLED 생산에도 적극 나서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퀀텀닷 OLED는 아직 R&D 단계라 구체적 투자 계획을 밝히긴 어렵다”며 “아산 탕정의 A5 공장 투자 등은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실장은 “오늘날의 인텔, 퀄컴을 있게 한 미국 세마테크(SEMATECH)처럼 정부와 민간의 투자를 모아 산학연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원천기술과 응용기술, 양산기술을 순차적으로 개발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마테크는 1987년 반도체 기술 개발을 목표로 미국 정부 주도로 설립된 연구조합으로, 이를 통해 인텔의 PC 프로세서 표준, 퀄컴의 롱텀에볼루션(LTE) 모뎀 칩 등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도 유망한 중소·중견기업이 많이 양성돼 패널업체에서 퇴직한 사람이 국내에서도 갈 곳이 있어야 해결될 문제”라며 “패널업체와 협력업체 간 상생관계 정립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8.12.21 1169호 (p18~23)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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