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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병역이 공보다 가벼웠나

병역 비리로 벤투 감독도, 대표팀도 흔들

장현수, 병역이 공보다 가벼웠나

문서 조작으로 대체복무의 일환인 봉사활동 시간을 부풀린 장현수. [동아DB]

문서 조작으로 대체복무의 일환인 봉사활동 시간을 부풀린 장현수. [동아DB]

대한민국 군대가 세계 축구계에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올해 6월이었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멕시코에게 1-2로 석패한 날 손흥민은 엉엉 울었다. 라커룸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미디어로 퍼졌다. 영국 ‘BBC’, 스페인 ‘마르카’ 등은 ‘한국의 슈퍼스타 손흥민이 군대 문제로 커리어 단절 위기에 처했다’며 대서특필했다. 실제 월드컵 성적은 병역 혜택과 관계가 없지만, 징집 대상인 손흥민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것이다. 

이후에도 손흥민의 입대 여부는 굉장한 관심사였다. 화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로 옮겨갔다. 4년 전 인천아시아경기 금메달 멤버들이 병역 혜택을 받았던 것처럼, 손흥민도 반드시 왕관을 써야 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홋스퍼 감독은 경기 전후 기자회견에서 심심찮게 손흥민을 언급했고 ‘가디언’ 등 유력 매체도 이를 실시간으로 전했다. 결론은 우승으로 해피엔딩. ‘한국 축구 미래가 바뀌었다’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러던 중 ‘장현수 사태’가 터졌다. 장현수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 축구 우승으로 이미 병역 혜택을 받았다. 병역 혜택이 결정된 선수들은 체육요원으로 편입돼 4주짜리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간 축구 분야에서 근무해야 한다. 또 특기를 살려 544시간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부담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군 생활로 2년간 축구화를 벗는 것에 비할 일은 아니다.


군 면제는 혜택이 아닌 대체복무

그런데 장현수는 봉사활동 544시간 중 196시간을 실제 봉사하지 않았으면서 봉사한 것처럼 문서를 꾸몄고, 이 사실이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에 의해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병역법에 따라 복무 기간을 5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의 분노는 쉬이 사그라질 상황이 아니다. “자료가 착오로 제출됐다”며 발뺌하려다 발각된 장현수에게 괘씸죄까지 붙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1월 1일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축구회관에서 공정위원회를 열어 해당 건을 심의하겠다고 했다. 수위에 따라 벌금, 출전 정지, 제명까지 될 수 있다. ‘거짓 해명’이란 윤리적 문제가 도사린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선수가 국위를 선양했다고 혜택을 받고선 ‘거짓말’을 했다니. 

병역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하게 다뤄지는 사안이다. 대선 결과를 좌우할 정도의 폭발력을 지녔다. 장현수가 누린 것도 말 그대로 ‘혜택’이다. 축구계에서는 “군대를 뺐다” 정도로 낮잡아 말하지만, ‘면제’라고 하지 않고 ‘대체복무’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만큼 축구로 봉사하라는 의미다. 그토록 중대한 문제를 조작했으니 여론이 싸늘할 수밖에. 장현수가 아닌 다른 선수였어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장현수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다. 깊이 반성하고 자숙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느냐는 의문도 없지 않다. 반성과 사과라기엔 너무 짤막한 전언이어서 진실성마저 의심받는 것이다. 

축구선수는 보통 지도자, 관계자, 학부모가 축구에만 매진하라며 손발이 돼준다. 때로는 본인의 앞날을 좌우할 사안에 대한 판단도 대신 내려주곤 한다. 주변 사람들의 승리 지상주의에 물들어 공만 잘 차면 된다는 의식을 갖게 된 결과가 이번 장현수 사태일지도 모른다. 선수 본인이 병역 혜택의 무게를 확실히 인지하고 이 같은 일을 벌이지 말았어야 했다. 스스로 얻은 혜택을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없었을 수도 있다.


믿던 장현수가 벤투 발등을 찍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장현수의 병역 비리를 고발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왼쪽). [뉴스1]

국회 국정감사에서 장현수의 병역 비리를 고발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왼쪽). [뉴스1]

대표팀에 쉽사리 재승선하지 못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장현수는 해당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파울루 벤투 감독을 따로 만났다. “규정에 따른 봉사활동을 이수하려면 11월 소집에 응하기 힘들다.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러시아월드컵에서 한 차례 결정적 실수를 저지른 장현수가 벤투 감독의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장현수를 발탁했다. 벤투 감독은 발탁 직후 “장현수의 과거를 언급할 필요도 없고, 언급해서도 안 된다. 한마디만 말씀드리겠다. 최근 경기만 놓고 봤을 때, 장현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벤투 감독은 2019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장현수처럼 오랫동안 발맞춰온 수비수 자원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임 초기 여러 논란을 결과로 잠재운 뒤 본격적으로 색깔 내기에 돌입하리라는 것이 적잖은 전문가의 시선이었다. 이번 일로 벤투 감독 역시 난처해졌다. 지금까지 장현수를 적극 활용하는 빌드업을 구상해왔는데,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이 아시안컵 우승 후보인 우즈베키스탄, 호주와 11월 A매치를 앞두고 장현수를 쓸 수 없다는 것은 타격이 적잖을 터다. 

어쩌면 벤투 감독 역시 본의 아니게 시험대에 오를지도 모른다. 주로 유럽에서 선수와 감독 생활을 해온 그가 한국 특유의 정서까지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병역 문제가 왜 민감한지 체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럽에서도 축구 유망주의 경우 됨됨이를 굉장히 중시한다. 경기장 밖에서 어떤 인간이 될지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축구선수 이전에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능하길 바라는 차원에서다. 그러면서도 상업화된 프로세계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 팀 전력을 위해서라면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된 선수라도 경기장에 세우곤 한다. 

일단 장현수 사태를 바라보는 분위기는 최악이다. 장현수의 재승선 여부는 대한축구협회의 징계 수위와 벤투 감독의 의중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아시아경기와 이후 A매치를 통해 국민적 관심을 다시 얻기 시작한 한국 축구가 이번 사태로 또 신뢰를 잃는다면 축구계로서는 크나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주간동아 2018.11.02 1162호 (p66~67)

  •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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