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7

2015.12.16

비리는 해외 도입 사업에서 발생하는데 국내 업체만 두들기나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입력2015-12-15 11: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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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대기업들이 하나 둘씩 방산업계를 떠나는 것일까. 오랫동안 방산업계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최근 동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분야의 기업을 시작한 사업가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데 경쟁은 더 심해졌다”며 “다시는 방산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방위산업의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전문화·계열화 제도란 과거 정부가 방위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각각의 무기체계에 따라 각기 다른 업체를 전문업체로 선정하고 해당 분야의 무기체계 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그 전문업체에게 사업수행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이명박 정부 들어 한국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 아래 2009년 폐지됐다. 업계는 수요가 우리 정부로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구도만 강화돼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20쪽 기사 참조).
    언론 지면을 장식했던 방산비리 사건들로 업계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는 점에 대해서도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상 올해 큰 물의를 빚은 통영함이나 해상작전헬기 등의 사업은 국내 방산업체가 생산한 것이 아닌, 해외 무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 의혹이 문제였다. 국내 업체가 수행하는 사업에서 문제가 빚어진 경우도 비리보다 기술상 결함으로 인한 게 대부분이다. K-2 전차와 홍상어 미사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사례는 빠듯한 개발 일정과 부족한 예산 때문에 충분한 시험평가를 거치지 못한 탓도 크다.
    이처럼 해외 도입 사업과 국내 개발 사업에서 빚어지는 문제는 그 성격이 현저히 다르다. 그럼에도 둘의 차이는 쉽게 무시되고 모두 ‘방산비리’라는 딱지가 붙어 도매금으로 비난받는다. 정부와 국회는 업체를 옥죄기 위한 방안들을 꾸준히 내놓는데 정작 해외 도입 사업에는 그런 방안들이 제대로 적용되지도 않는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로 선정된 F-15SE를 석연치 않은 방식으로 부결시키고 F-35A를 선정한 차기전투기(FX) 사업을 떠올려보라.
    최근 국회에서 논의가 재점화된 ‘원가공정화법’도 업계 분위기를 침체시키는 데 일조했다. 2009년부터 줄곧 논의돼왔던 원가공정화법이란 방위산업 분야에서 사업을 수주한 업체가 제품의 원가자료까지 직접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물론 업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이번 국회에서도 원가공정화법의 통과는 무산됐으나 일각에서는 방위사업청이 본래 자신의 책임인 원가 검증까지 업체에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나저러나 업계 부담만 가중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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