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6

2015.12.09

아프리카로 향한 중국의 군홧발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 건설…인민해방군 파병 확대 신호탄

  • 이장훈 국제 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5-12-07 14: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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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프리카의 자그마한 나라 지부티에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가 세워진다. 북쪽으로 에리트레아, 서쪽으로 에티오피아, 남쪽으로 소말리아, 동쪽으로 아덴 만과 홍해를 접하고 있는 지부티는 흔히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이라 부르는 지역에 자리한다. 국토 넓이는 우리나라의 4분의 1인 2만2999km2, 인구는 83만 명밖에 되지 않은 소국이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800달러(약 208만 원)로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로는 알 수 없는 전략요충지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지부티는 인도양-아덴 만-홍해-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의 중간에 있다. 또 예멘과는 바닷길로 3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아라비아 반도와도 가깝다. 해상으로는 동아프리카, 육상으로는 북아프리카와 각각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지부티는 그동안 각국의 군사기지 건설 장소로 각광받아왔다. 지부티도 자국의 지정학적 장점을 백분 활용해 각국에 군사기지를 장기 임대해주면서 그 대가로 각종 지원을 받아왔다.
    지부티는 1977년 프랑스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했지만 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은 그동안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중국이 철도·도로·비행장 등 지부티의 각종 인프라 건설사업에 투자 및 지원한 자금은 지금까지 90억 달러(약 9조8000억 원)나 된다.  

    대양해군+진주목걸이

    아프리카로 향한 중국의 군홧발
    중국은 지부티와 향후 10년간 군사기지를 임대해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임대료는 30억 달러(약 3조4000억 원)고 오보크 항 등 아덴 만 연안의 항구를 군항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팡펑후이(房峰輝)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최근 지부티를 직접 방문해 군사기지를 세울 장소를 둘러보기도 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2월 자국 해군의 항구 사용을 골자로 하는 군사협정을 지부티와 맺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유엔 평화유지군 작전 참여와 아덴 만 해역에서의 선박보호 작전 강화, 인도적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부티가 접한 아덴 만은 소말리아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중국은 2008년 이래 21차례에 걸쳐 함정 60여 척을 아덴 만 해역에 보내 자국 선박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해왔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함정을 정비하고 식량과 연료 등을 보급할 수 있는 병참기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 게다가 중국은 아프리카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만들 필요가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인도양을 거쳐 자국으로 가는 에너지 수송로도 보호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중국으로선 지부티가 군사기지를 건설하기에 안성맞춤인 나라다.
    특히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 건설은 그간 자국 방어에 치중했던 군사전략의 무게중심을 대외로 이동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대양해군’을 강조해온 중국은 국제 현안에 대한 군사적 구실을 강화하고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부티 군사기지 건설은 큰 틀에서 보면 중국이 추진해온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 또는 진주사슬(珍珠)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은 그동안 에너지 대부분을 중동과 아프리카로부터 수입해 인도양과 믈라카 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를 통해 자국으로 수송해왔다. 만약 에너지 해상수송로가 봉쇄될 경우 중국으로선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은 에너지 해상수송로를 확보하고자 파키스탄 과다르 항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치타공 항,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과 콜롬보 항, 미얀마 차우퓨 항 등을 확보해왔다. 이렇게 확보한 항구들을 선으로 연결하면 마치 진주목걸이처럼 보인다.
    경제력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지부티는 중요하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추진해왔다. 중국은 2020년까지 아프리카와의 교역 규모를 4000억 달러(약 462조4000억 원)로 늘리고, 같은 기간 아프리카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를 현재의 4배인 1000억 달러로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액은 올해 말 3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앞으로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려면 무엇보다 해상교통로를 안전하게 확보해야 한다. 지부티는 바로 중국이 구축하려는 아프리카 해상교통로의 첫 출발지다.

    “미국이 했던 세력 확장, 우리가 하겠다”

    현재 지부티에는 외국 군대가 대거 주둔해 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 이후 지부티 북부에 있던 프랑스군 기지를 인수해 캠프 르모니에를 건설했다. 당시 건설비용만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가 들었다고 한다. 이 기지에는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산하 합동특수임무부대 소속 특수부대(SOF)와 해병대 등 병력 4000여 명, 각종 항공기 등이 배치돼 있다. 또 소말리아, 예멘, 수단 등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제거하는 무인공격기 작전센터도 있다. 미국은 이 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7000만 달러를 지부티 측에 지원해왔다. 미국은 지난해 지부티와 이 기지 사용을 20년 연장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프랑스도 지부티에 병력 1500여 명과 장갑차, 헬기, 고속정 등을 배치해왔으며 사막전 등을 전문으로 하는 훈련소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고자 2011년 7월부터 지부티에 기지를 운용하고 있는데, 해상자위대 소속 병력 600명을 배치해놓았다. 지부티에 중국 기지가 들어서면 미군과 인민해방군이 사상 최초로 얼굴을 서로 마주보며 경쟁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중국은 앞으로 인민해방군을 적극적으로 해외에 파병할 개연성이 높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9월 28일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8000명 규모의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중국이 파견한 유엔평화유지군은 2637명. 이들은 주로 남수단, 말리, 다르푸르, 콩고민주공화국 등에 주둔해 있다. 중국은 유엔평화유지군 파견을 명분 삼아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주요 항구 10여 곳에 자국 해군이 기착할 수 있도록 교섭을 벌이는 중이다. 이미 중국은 11월 10일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자국 군함이 코타키나발루 항구를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피터 팜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처럼 국제질서의 수호자 노릇을 하려 한다”면서 “해외 군사기지 건설은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딩리(沈丁立) 중국 푸단대 교수도 “미국은 지난 150년간 전 세계로 세력을 확장했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에 군대를 파견했다”면서 “미국이 과거에 했던 것을 중국이 앞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화 소리가 지구촌 곳곳에서 들릴 때가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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