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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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전세 부족, 원룸 제외…계약 후 “반전세로 돌리자” 요구하는 집주인까지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5-12-02 14: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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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의 떡?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의 주민알림판 앞에서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이 안내문을 보고 있다. 동아일보

    대학생 윤가영(20·가명) 씨는 학교 인근 집을 구하다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를 봤다. ‘입주 대상자인 학생이 거주할 주택을 물색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맺고 학생에게 재임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윤씨의 경우 서울 내 주택 전세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전세금을 75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다. 윤씨는 신청 기한에 맞춰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재학증명서 등을 준비하고 방을 알아보러 다녔지만 집주인들은 “LH를 통한 계약은 안 하겠다”며 거부했다. 부동산공인중개소에서도 “LH를 통하지 않은 다른 전셋집이나 일반 월셋집을 알아보라”며 상담하지 않으려 했다. 결국 윤씨는 신청을 포기하고 학교 인근에 월셋방을 얻었다.

    “10건 중 1건도 성사 안 돼”

    그림의 떡?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충남 천안의 한 대학가에서 학생들이 직접 이삿짐을 들고 값싼 방을 찾아 이사하고 있다. 뉴시스

    2011년부터 실시된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대학생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제도다. 재학생 가운데 대학 소재지와 다른 시·군 출신이면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입주 대상자로 선정될 확률은 조건에 따라 다르다. 1순위 대상은 생계·의료급여 수급 가구이거나 한부모가족 가구, 아동복지시설 퇴소자인 경우다. 2순위 대상은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소득 50% 이하이거나, 장애인등록증이 교부된 가구 중 월평균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 100% 이하인 경우다. 3순위는 1·2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대학생이다.
    전세금 지원 한도는 입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서울, 경기, 인천의 경우 가구당 7500만 원, 세종시와 광역시는 5500만 원, 그 밖에 도 지역은 4500만 원이다. 만약 입주 대상자가 살고자 하는 집의 전세금이 지원 한도를 넘으면 나머지 비용은 학생이 충당한다.
    입주 대상자는 LH에 임대보증금과 전세금 이자만 내면 된다. 1·2순위 대상자는 임대보증금 100만 원을 내고, 전세지원금에서 임대보증금을 뺀 금액의 연 1~2%를 월임대료로 지불한다. 3순위 대상자는 임대보증금 200만 원에 월임대료는 전세지원금에서 임대보증금을 뺀 금액의 연 2~3%로 산정된다. 임대료의 0.5%인 대손충당금은 그 외 추가비용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학생 부담 비용은 월 10만~20만 원 안팎이다. 1·2순위 대학생이 전세지원금 7500만 원을 대출하고 연 2% 이자를 적용받으면 월임대료는 12만3330원. 3순위 대학생이 같은 금액을 대출하고 연 3% 이자를 적용받을 경우 월임대료는 18만2500원이다. 목돈을 구하기 어려운 대학생에겐 유용한 제도다. 내년 상반기에는 서울 내 1750호를 비롯해 전국 5000호가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입주 대상자로 선정돼도 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신촌에서 7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전모(48) 씨는 “LH 대학생 전세주택임대에 맞는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발 빠른 학생은 입주 대상자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집을 알아보러 다니지만 계약은 10건 중 1건 이뤄지기도 힘들다. 결국 제도 이용을 도중에 포기하는 학생이 적잖고 부동산중개업자들도 시간 낭비라며 계약 상담조차 안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제도의 입주 경쟁률도 최근 3년째 떨어지는 추세다. 2013년에는 신청자 1만4605명, 입주자 3713명으로 3.93 대 1을 기록했지만 2014년에는 신청자 1만2876명, 입주자 3650명으로 3.53 대 1, 올해는 11월 기준 신청자 1만4258명, 입주자 4576명으로 3.11 대 1까지 내려갔다.  
    그 첫째 이유는 집의 검증 기준이 까다로워서다. 먼저 부채 비율부터 따져봐야 한다. 부채 비율은 전세지원금을 포함한 총부채를 주택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90% 이하인 주택만 신청할 수 있다. 집 규모와 종류에도 제약이 있다.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 가운데 단독, 다세대, 연립, 아파트 및 오피스텔이 대상이며 전세 또는 보증부월세로만 계약 가능해야 한다. 오피스텔의 경우 주거용으로 바닥 난방이 되고 별도 취사 및 세면시설과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보증부월세 주택은 1년 치 월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본 보증금 외에 추가로 부담하는 등 추가 조항이 있다. 또한 원룸과 고시원은 근린생활시설에 해당돼 ‘거주용 주택이 아니며 화재에 취약한 환경’이라는 이유로 이 제도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세대란’인데 전세 구하라?   

    그림의 떡?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2012년 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가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신청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가에서 전세를 찾는 일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박정도 씨는 “장기 불황과 저금리 때문에 집주인들은 월세를 선호하고, 이러한 경향은 거주지 이동이 빈번한 대학가일수록 더욱 짙다”며 “성북구에 위치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강북구 주택을 샅샅이 뒤져야 자신에게 맞는 전세방을 겨우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이 어렵게 집을 구해 주택 소유주와 계약을 협의하면 다시 LH 지역본부 담당자가 계약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집주인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계약을 맺어놓고 학생에게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지난해 이 제도를 이용했다는 이아름(22·여) 씨는 “집주인이 계약을 맺은 다음 날 ‘월 20만 원의 반전세로 바꾸자’고 요구했다. ‘어차피 LH에서 전세금 지원을 받으니 여유가 있을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어 상처받았다”고 털어놨다. LH 관계자는 “신청 주택의 부채 비율을 2011년 80%에서 2012년 90%로 조정했고 신청 서류 부담을 꾸준히 완화해왔다. 향후 주택도시기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청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다수 학생이 이용하는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주거에 적합하지 않거나 화재에 취약하므로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제도를 보완해 실질적인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집주인이 받는 혜택이 없는 것이 단점”이라며 “집주인이 이 제도를 이용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또한 학생들이 집을 구하고 계약 서류를 준비할 때 소모되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공공기관에서 주기적으로 전세임대주택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정책 수혜자를 위한 서비스를 하는 것도 제도 보완의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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