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2

2015.11.09

주택시장은 지각변동 중!

집값 내림세, 월세 증가, 非아파트 확산…4인 가족 중심 아파트 투자 매력 감소

  •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mrcho55@kornet.net

    입력2015-11-09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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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시장은 지각변동 중!

    매매에서 임대로의 전환,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알림판을 보는 남성의 모습.

    한국 주택시장은 현재 ‘대규모 지각변동’을 겪는 중이다. 주거 형태의 변화는 지각변동의 표면에 불과하다. 표면 뒤엔 집에 대한 우리의 의식과 태도 변화가 있다. 그동안 누구나 집을 사고자 했던 것은 ‘나중에 큰돈이 되리라는 투기적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누구도 선뜻 집을 사려 하지 않는다. 집으로 더는 재미를 볼 수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투기적 수요’가 줄면서 주거를 선호하는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8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전세난은 이런 변화의 축약판이다. 현재 전세난은 매매에서 임대로의 전환, 즉 집을 사지 않고 임대로 살려는 주거 수요의 급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4년 중반까지만 해도 주택시장의 거래 10건 가운데 많게는 8건이 임대거래였다. 올해 들어 매매거래가 폭증했다고 하지만, 전체 거래의 6할 가까이는 여전히 임대거래다.

    전세 쉽게 사라지지 않아

    정부가 초저금리 대책 등을 내놔도 집을 살 수 있는 무주택자는 한정돼 있다. 우리나라 1500만 가구 가운데 무주택가구는 전체의 45%(서울은 55%) 남짓이다. 이들이 집을 안 사거나 못 사는 이유는 한마디로 ‘집 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무주택가구 중 상위소득자 30% 정도만 대출을 해서라도 집을 살 수 있다. 무주택가구의 많게는 7할, 즉 전체 가구의 약 30%는 자기소득으로 주택이란 고가상품을 구매할 수 없다. 매매시장으로부터 구조적으로 배제된 이들은 결국 ‘방치된 임대차시장’에서 전세나 월세를 얻어 살아야 한다.

    자가보유율이 한때 60%까지 갔다 55%(서울에선 45%)로 떨어질 정도로 사람들이 집을 가지려 하지 않는 것은 일단 살 돈도 없지만, 살 수 있어도 거액을 들여 살 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집값이 옛날처럼 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 집값이 떨어지는 것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대출해 무리하게 산 집의 값이 떨어지면 하우스푸어가 돼 가계파산을 당하기 십상이다. 저성장, 저물가, 초저금리 시대와 마찬가지로 집값 오름세도 ‘저(낮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주거 형태로서 ‘자가’의 매력이 떨어지고 자가수요가 전월세로 돌아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자 집주인들은 전셋값을 올려 부족한 (자본)수익을 채우려 한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집값이 냉큼 오르지 않는 것의 반사효과다. 하지만 이자율이 1~2% 시대에 전세보증금은 돈놀이로 재미를 볼 수 있는 ‘금융’적 기능을 더는 하지 못한다. 임대수익을 더 높일 수 있는 임대 형태는 결국 일정액이 계속 들어오는 월세다. 시중의 전월세 전환율 7.3%는 시중 은행금리의 3~4배에 해당하는 ‘고수익률’이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빠른 전환은 불가피하다. 전세가 가장 저렴한 주거 형태이지만, 세입자로선 집값의 70%에 해당하는 전세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월세를 택한다. 매매에서 임대로의 전환과 함께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란 주거 형태의 이중적 전환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월세가 대세면 전세는 곧 사라진다”고 말한다. 전세는 엄밀하게 보면 ‘임대료’가 아니라 사인(私人) 간 금융거래다. 법으로도 전세보증금은 ‘간주임대료’다. 여러 상황이 변화해 전세(금)의 금융기능이 축소되고 있고, 그 결과 전세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전세가 가진 순기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학군이 좋은 서울 강남에서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20억 원짜리 아파트를 10억 원에 전세 들어 살면 집값이 떨어지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높은 재산세나 양도세를 부담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남는 10억 원으로 새로운 투자사업도 할 수 있다. 세입자에게 10억 원의 전세는 20억 원 상당의 자산을 운영하는 한 방편이다. 이런 이유로 전세는 임대차의 한 방법으로 당분간 계속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대과세 등이 본격화되면 전세의 명맥은 크게 약화할 수 있다.

    주택 수요의 인구적 조건과 주택의 상품적 조건이 맞물려 월세가 중요한 주거 형태가 될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월세 공급량이 많아지고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이지만 소득 대비 월세는 여전히 높다. 월세주택의 공급도 중요하지만 월세의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정책이나 저소득층의 월세 보조를 확대하는 정책의 도입이 더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부담 가능하고 안전한 주거 형태로 월세가 일반화할 경우 월세는 대세가 될 전망이다. 월세의 임대 수요와 공급 조건이 잘 맞으면 전세 대 월세 비율은 현재 ‘6 대 4’에서 10년 이내 ‘3 대 7’로 크게 역전될 수 있다.

    주거 형태로서 월세의 확산은 주택 형태로서 비(非)아파트 확산과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4인 가족을 표준으로 하는 국민주택형 아파트는 월세형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가 여의치 않다. 반면 도시생활형 주택, 오피스텔, 고시텔 같은 소규모 비주택 시설들이 최저 주거기준에 맞는 시설만 갖추면 가구의 소형화 시대에 가장 인기 있는 임대주택으로 떠오를 수 있다. 또 방 2개 규모의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임대 수요도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이고, 이는 기존 주택보다 재건축·재개발 주택에서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집값 하향화 속 주택산업 판도 변화 불가피

    주택시장은 지각변동 중!

    노령화, 가구 소형화가 가속화되면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떨어질 수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반면 중대형 아파트는 중산층의 자가로서 혹은 고액 전세주택으로서 매력을 당분간 갖겠지만, 부동산적 가치는 거주지 전체의 여건(예를 들어 강남학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거주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와 가구의 소형화가 가속화하면서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으면, 4인 가족 중심의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 침체로 정비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공동주택의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일본에서 볼 수 있는 노후화한 주택의 폐기, 즉 빈집의 집단적 발생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연동된 부동산시장의 재편도 불가피하다. 당분간 집값은 하향화 추세를 벗어날 수 없다. 그간 부풀려진 집값 거품이 시장의 자기 조정을 통해 계속 꺼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집값의 이러한 하향화는 집이 지금까지 투기적 특수재화에서 시장의 일반재화로 성질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이것이야말로 ‘시장 정상화’의 모습이다. 1% 물가 시대에 주택이란 상품만 10~20% 오를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경제가 최소 1%라도 성장을 계속하면(연 1% 성장할 경우 경제 규모는 30년 만에 2배가 됨), 부동산 가치는 부침이 있더라도 꾸준히 오른다. 일반재화로 돌아온 만큼 그 수익률은 은행 이자율과 같은 사회적 평균수익률을 크게 웃돌지 못한다.

    앞으로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면 투자 대상이 되는 주택이 부가가치를 남다르게 더 많이 남길 수 있는 차별적 조건을 갖춰야 한다. 가령 기호성이 강한 협동조합형 공동주택, 보육과 양육에 편리한 공동주택, 조망이 좋은 공동주택, 안전하고 편리한 시설(고용시설 포함)을 갖춘 역세권 주상복합아파트, 도심 테라스형 공동주택, 도시 재생형 공동주택, 세대 맞춤형 공동주택과 같이 틈새시장을 형성하는 개성적인 주택이 그러하다.

    주택 수요의 변화로 주택산업의 판도 변화도 불가피하다. 대량공급 시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대형건설사들은 주택사업에서 과거와 같은 재미를 더는 보지 못하지만, 전문성이 강한 중소건설사들은 지방별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다양한 주택사업들을 펼칠 것이다. 금융, 세제, 도시계획 등 부동산 관련 정책과 제도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견된다. 주택 정책은 주거복지 중심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주택부동산 행정은 빠르게 지방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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