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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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서재로 변신한 계동 옛집

사람 냄새 나는 북촌 가꾸기…한옥 보전과 사생활 보호 모두 고려해야

  •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jerome363@uos.ac.kr

    입력2015-11-02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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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서재로 변신한 계동 옛집

    북촌 마을서재 ‘반송재 독서루’가 있는 서울 종로구 계동 한옥 풍경.

    북촌 한가운데 있는 서울 종로구 계동 135번지에서 최근 주민사랑방 겸 마을서재 개소식이 열렸다.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소장하고 있던 책을 기증해 북촌 주민을 위한 작은 도서관 ‘반송재 독서루’를 만든 것이다. 그 바로 옆에는 한 달 전쯤 문을 연 서울시 한옥지원센터(02-766-4117~9)가 있고, 그 앞 입구 쪽 작은 한옥은 주민 쉼터 겸 갤러리로 활용될 예정이다. 계동 135번지 한옥은 2001년 서울시가 북촌 가꾸기를 시작할 무렵 처음 매입한 한옥 일곱 채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민간에 임대해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다 이번에 한옥지원센터와 주민사랑방으로 다시 고친 것이다.

    외부인에 점령당한 마을

    마을서재로 변신한 계동 옛집

    10월 22일 열린 마을서재 개소식 현장.

    북촌에 한옥지원센터가 문을 연 것은 뜻깊은 일이다. 주민이 한옥살이의 어려움을 얘기하면 바로 달려가 한 번에 풀어주는 응급출동센터(한옥 119센터)이자 원스톱 서비스센터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한옥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장인들 및 서울시 공무원이 상주하면서 주민을 만난다. 5년 전 출범한 국가한옥센터 서울사무소도 같은 집에 입주해 국가와 서울시의 협력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강원 횡성과도 협약을 체결해 한옥 자재 수급 및 인력 지원을 서로 돕기로 약속했다. 그동안 서울시의 한옥지원정책은 북촌과 서촌 등 특정 지역에 국한됐던 측면이 있다. 한옥지원센터는 이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고 한옥의 일상화와 한옥산업의 부흥을 모색하는 데 큰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촌 가꾸기 정책을 처음 입안한 연구책임자로서, 또 한옥 119센터 설립을 여러 번 제안했던 사람으로서 기쁜 마음 한편으로 새로운 걱정도 든다.

    2001년 시작된 북촌 가꾸기는 최근 전기를 맞고 있다. 한옥의 급격한 멸실을 막고 한옥마을의 모습을 보전하기 위한 응급조치 성격으로 시작된 북촌 가꾸기는 등록한옥의 개·보수 비용지원제도 도입으로 그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많은 한옥이 살아남았고, 북촌은 정취 있는 한옥마을로 되살아났다. 그러나 문제도 드러났다.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한옥값이 크게 오르면서 많은 주민이 북촌을 떠났다. 한옥을 사서 별장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져 평일 저녁에는 불 꺼진 주택들로 동네가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보이기도 한다.

    또 하나 문제는 관광 열풍이다. 국내외 관광객이 물밀듯 밀려들어 주민의 삶을 불편하게 한다. 아무 때나 대문을 두드리고, 빈 음료 병이나 음식물쓰레기를 대문 앞에 두고 가며, 소음 피해도 심각하다. 오죽했으면 이 동네 구의원이 모든 여행사 측에 편지를 보내 북촌 방문 전에는 꼭 화장실에 들렀다 오게 해달라고 요청까지 했을까. 각종 영화 촬영도 주민들이 호소하는 불편 사항 가운데 하나다. 사생활 침해에 상업화 문제도 심각하다. 한옥을 상업용도로 바꿔 임대수입을 올리려는 욕구를 가진 사람이 많다. 북촌 주민 중에는 용도규제를 강화해달라는 이가 있는 반면, 풀어달라는 이도 있다.



    주차장 또한 고민거리다. 좁은 골목길이 많은 북촌은 집 앞이나 골목에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북촌 가꾸기 기본계획(2001)에는 재동초교와 정독도서관 지하에 대규모 공동주차장을 조성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학부모와 동문들의 반대로 주차장은 아직 조성되지 않은 상태다.

    관광객 수 제한 필요

    마을서재로 변신한 계동 옛집

    ‘반송재 독서루’에서는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동네 주민들이 기증한 책을 읽을 수 있다.



    북촌은 지금 건강한가. 북촌의 미래는 어떠해야 할까. 필자 생각은 이렇다. 지금 이 순간부터 북촌은 관광지가 아닌 사람 사는 동네로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게스트하우스로 쓰던 한옥을 주민을 위한 한옥지원센터로, 마을서재와 주민사랑방으로 고쳐 쓰기 시작한 지금이 그 전환점이 되기 바란다. 서울시가 이 같은 정책 전환을 주민과 시민에게 분명하게 알리고, 북촌과 관련된 여러 시책과 사업도 관광객이 아닌 주민 처지에서 시행해나가면 좋겠다.

    고속도로에 통행 차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을 막고자 진입을 통제하는 것처럼, 북촌을 찾는 관광객 수도 일정 범위 내로 제한하면 좋겠다. 그래야 북촌이 건강할 수 있고 앞으로도 지속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북촌의 미래비전을 담고 있는 북촌장기구상(2006)에서 밝힌 것처럼 북촌은 도심주거지다. 주민의 삶이 최우선이고 관광은 그다음이다.

    한옥은 참 예쁘다. 표정도 다채롭다. 북촌문화센터에서 중앙고교 쪽으로 계동길을 따라 걷다 오른쪽 골목으로 꺾어 조금만 걸어오면 계동 135번지가 나온다. 쉼터 겸 작은 갤러리는 소녀처럼 앙증맞게 서 있고, 마당을 둘러싼 한옥지원센터는 단아한 여인처럼, 자상한 엄마처럼 손님을 맞아줄 것이다. 작은 문을 지나면 안쪽 제일 높은 곳에 마을서재가 있다. 서재로 변신한 한옥은 꼿꼿한 선비 같아 보일지 모른다. 누마루에 올라 창밖을 보면 백악마루가 아주 가까이 보인다. 한옥은 이리 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예쁘다. 무엇을 담아도 역시 예쁘다. 방문객이 아닌 주민에게도 북촌 한옥이 그렇게 보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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