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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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상대성이론 ‘타수 혜택’

미 PGA 투어 뜨는 분석 툴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5-10-26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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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의 상대성이론 ‘타수 혜택’

    인천 송도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미국팀 일원으로 참가한 버바 왓슨. PGA 투어가 계산한 드라이버 샷 부문 타수 혜택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선 그동안 국내에서 볼 수 없던 기계가 각 홀마다 등장해 갤러리들를 놀라게 했다. 건설현장의 수평 고도측정기처럼 생긴 이 장비는 샷 링크(Shot Link) 시스템에 사용되는 것으로, 페어웨이 중간에 설치해 선수의 기록을 일일이 잰다. 미국 PGA 투어에서 2004년 도입한 샷 링크 시스템은 선수의 드라이버 비거리, 평균 퍼팅, 벙커 샷 성공률 등의 기초 자료를 약 350명의 자원봉사자와 8명의 투어 스태프가 골프 대회마다 집계해 데이터화한다.

    골프는 정형화한 경기장이 없고, 선수별로 변수가 커 데이터 분석이 상당히 어렵다. 99만m2(약 30만 평) 이상의 경기장을 무대로 14개 클럽을 들고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경기 룰도 복잡하다. 단지 멀리만 친다고 좋은 게 아니다. 다음 샷을 잘 치기 위해 어떤 선수는 짧게 잘라 가기도 한다. 서드 샷으로 공을 홀 근처에 붙인 퍼트 상황이 세컨드 샷으로 그린 입구에 올린 퍼트와 같을 리 만무하다. 전자는 파 퍼트지만 후자는 버디 퍼트를 남겼기 때문이다. 샷 링크 시스템이 대회마다 방대한 데이터를 집계하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정확하게 반영하려면 고차원적인 수리학이 필요하다.

    마크 브로디 미국 컬럼비아대 수학과 교수는 4년 전 새로운 분석법으로 ‘타수 혜택(Stroke Gained)’ 개념을 고안했다. 브로디 교수는 똑같은 온 그린이라도 홀컵에서 얼마나 떨어진 지점에서 공이 멈췄는지를 중시했다. 그리고 거기서 선수가 퍼팅했을 때의 결과를 통해 각각 점수를 부여했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도 단순히 멀리 치기보다 그 샷이 다른 선수들보다 얼마나 더 유리한 지점에 공을 놓았는지를 타수 혜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전까지 데이터 분석이 ‘절대평가’였다면 브로디 교수는 ‘상대평가’로 상황을 세분화했다. 타수 혜택이란 결국 홀 아웃에 필요한 스트로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했는지를 아는 지표다. 남들은 실패하는 거리의 퍼트를 성공했다면 그만큼 타수를 얻는다. 따라서 ‘타수 혜택’이란 한마디로 ‘골프 통계의 상대성이론’인 셈이다. 현재 PGA 투어는 퍼팅, 티 그린 항목 등에서 브로디 교수의 이론에 따라 타수 혜택 랭킹을 공식 데이터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타수 혜택 이론이 보급되면서 일반 골프 관련 통념도 재평가됐다. 브로디 교수는 2004~2012년 상위 40위 선수의 샷 링크 수치를 분석한 결과 ‘선수들이 스코어를 줄이는 데 어프로치 샷이 40% 영향을 미쳤고 드라이버 샷은 28%, 100야드(약 91m) 이내 숏게임은 17%, 퍼팅은 15%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골프의 상대성이론 ‘타수 혜택’
    최근 브로디 교수는 2015년 PGA 투어 드라이버 샷 항목에서의 타수 혜택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장타자인 더스틴 존슨은 드라이버 샷 효율성에서 3위로 떨어졌다(표1 참조). 그 대신 장타 순위 2위인 버바 왓슨이 드라이버 샷으로 가장 큰 이득을 얻었다. 왓슨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드라이버 샷에서 라운드당 평균 1.29타 혜택을 보고 있었다. 드라이버 샷을 똑바로 멀리 치는 로리 매킬로이와 제이슨 데이 역시 이 항목에서 각각 2, 4위에 올랐다.

    평균 317.7야드(약 290.5m)를 치는 존슨은 너무 멀리 쳐서 오히려 다음 샷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잦다(표2 참조). 그런 탓에 캐디를 보는 존슨의 동생이 “드라이버를 자주 잡지 않고 달래가면서 친다”고 말한다. 존슨은 이번 프레지던츠컵에서도 325야드(약 297m)로 세팅된 14번 홀에서 원온을 시도하다 핀 옆 개울에 공을 빠뜨려 낭패를 봤다. PGA 투어는 조만간 드라이버 샷 항목도 타수 혜택으로 바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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