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9

2015.10.19

임금피크제, 줄줄 새는 퇴직금

중간정산 후 퇴직연금은 DB형에서 DC형으로 바꿔야…중간정산금은 IRP 이용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5-10-19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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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피크제, 줄줄 새는 퇴직금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6월 17일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용구조의 3차 혁명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고용구조의 1차 혁명은 1997년 말 외환위기로 촉발됐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정착된 연공서열, 종신고용에 기반을 둔 고용구조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주로 영미(英美)식 기업에서나 볼 수 있던 구조조정이 생존을 위한 경영기법으로 받아들여졌다.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게 인력 조정을 수반했고, 이는 전통적 고용구조와의 단절을 의미했다. 2차 혁명은 정보기술(IT) 발달로 기업들의 아웃소싱이 일반화하면서 나타났다. 기업 경영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사내에 두지 않고, 표준화·일반화가 가능한 부분은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IT 발달과 더불어 저성장은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이제 비정규직은 고용의 특수한 형태가 아니라 일반적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했다.

    퇴직금=퇴직 전 3개월 평균급여

    3차 고용혁명은 고령화와 저성장이 도화선이 됐다. 기업들은 지난해 60세 정년이 법으로 제정되면서 고용을 연장해야만 한다. 논리적으로는 기업이 계속 성장하면 고용 연장에 따른 임금 상승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이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업들은 비용 증가를 꺼리고, 반대로 근로자들은 임금 삭감을 꺼린다. 그래서 타협안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임금피크제’다.

    임금피크제란 고용을 연장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일정 시점(피크) 이후부터 임금이 줄어드는 제도를 말한다. 사실 임금피크제는 지난해부터 대기업 위주로 도입되고 있었다.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8월 13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일반해고 요건 명확화 등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발표하면서다. 이 합의안에서 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그에 따라 절감된 비용을 청년고용에 활용키로 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 퇴직금과 퇴직연금이다. 현재 우리나라 퇴직급여제도는 기존 퇴직금제도와 퇴직연금제도가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는 근로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가 어떤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도입한 제도에 따라 대응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기존 퇴직금제도를 도입한 경우라면 중간정산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 동안 받은 평균급여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이를 ‘평균임금’이라고 한다. 퇴직금은 평균임금에 근속 연수를 곱한 값이다. 예를 들어 평균임금이 600만 원이고 근속연수가 30년이라면, 퇴직금은 1억8000만 원이 된다. 그런데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임금피크제로 55세부터 60세까지 매년 10%씩 급여가 줄어들 경우, 60세 시점의 평균임금은 300만 원이 된다. 300만 원에 근속연수 35년을 곱하면 1억5000만 원이 된다. 5년을 더 근무했음에도 퇴직금은 3000만 원이나 적다. 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중간정산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도입 전까지 퇴직금은 일시금으로 중간정산하고, 그다음부터는 새로 퇴직금을 받으면 된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이 DB(확정급여)형이냐 DC(확정기여)형이냐에 따라 대응법이 달라진다. DB형은 기존 퇴직금제도와 성격이 비슷하다. 회사가 퇴직금을 운용하고 정해진 퇴직금을 준다. 차이점은 중간정산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DB형 가입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대부분 DB형과 DC형을 모두 활용해 근로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따라서 DB형에서 DC형으로 퇴직연금을 바꾸면 된다. DC형은 회사에서 퇴직금을 근로자의 계좌로 직접 입금해주고, 운용도 근로자 스스로 책임지는 형태다. 만일 평균임금이 600만 원이고 근속연수가 30년인 사람이 DC형으로 전환하면, 그때까지 쌓인 금액 1억8000만 원이 모두 DC형 계좌로 입금된다. 한꺼번에 목돈이 들어오므로 이 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반면 DB형은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단지 회사 측에서 근로자의 계좌로 입금하는 금액이 줄어들 뿐이다.

    임금피크제, 줄줄 새는 퇴직금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중소기업중앙회 창구에서 한 직원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추가로 더 고민해야 할 사항은 중간정산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간정산금 사용처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로 생활비, 부채 상환, 자녀 교육비와 결혼비용 등으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퇴직금은 노후생활의 주요한 밑천이다. 정부도 중간정산금이 생활비 등 당장의 필요에 쓰이고 노후자금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퇴직연금을 중간정산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선택의 제약으로도 볼 수 있지만, 퇴직연금의 경우 인출의 불편함이 장기적으로 노후 재원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고, 실제 선진국 상당수가 중간정산을 막고 있다.

    중간정산금, IRP 계좌 활용해야

    중간정산금은 IRP(개인퇴직계좌)를 이용하는 게 최고 대안이다. IRP로 중간정산금을 입금하면 세금도 적게 낸다. 일시금으로 받는 것보다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으면 세금을 30% 줄일 수 있다. 어차피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이 55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IRP 가입과 동시에 연금으로 인출할 수 있으므로 IRP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퇴직급여와 관련된 재무적인 고민과 더불어 비재무적인 고민도 필요하다. 대개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에게는 기존에 해왔던 핵심업무보다 비핵심업무를 맡길 공산이 크다. 특히 사무직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부하 또는 후배였던 직원이 상사로 배치될 경우 정신적으로 좌절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급여를 받으면서 60세 이후 은퇴 생활을 설계할 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재무적 변화와 더불어 비재무적 변화에도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임금피크제의 유형

    임금피크제는 회사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정년 연장형, 재고용형, 근로시간 단축형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년 연장형은 정년을 늘리면서 55세 이후 일정 시점부터 급여를 줄여가는 방식이다. 재고용형은 회사를 다니면서 임금이 줄어드는 정년 연장형과 달리 퇴사한 후 재입사하는 형식을 취한다. 근로시간 단축형은 정년 연장형, 재고용형과 연계해 주당 근로시간을 15~30시간 줄이는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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