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9

2015.10.19

2015 한국 부자들의 재테크 “빚을 내서라도 투자한다”

국내 경기 전망은 부정적…부동산·금융상품 보유 비중은 상승세

  •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jihyunkim@hanafn.com

    입력2015-10-19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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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한국 부자들의 재테크 “빚을 내서라도 투자한다”
    국내 부자들의 부동산 보유 비중과 리스크성 투자 금융상품의 비중이 늘고 있다. 부자들의 부동산 보유 비중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지난 1년간 적극적인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부동산 비중을 높였고 향후에도 부동산 투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부자들의 금융자산구조 변화를 살펴봐도, 과거 안전자산인 예금 비중을 높여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인 것과 달리, 위험성이 가장 높은 주식 자산을 대폭 늘려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의 자산구조, 자산관리 방식과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등을 조사해 매년 발표하고 있다. 10월 공개된 올해 설문조사 결과는 2015년 6월부터 약 2개월에 걸쳐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했으며, 총 1099부의 설문지를 회수해 분석한 결과다.

    조사에 참여한 부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총자산은 평균 108억 원(중간값 기준)이며, 이 중 금융자산은 평균 41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가한 응답자 중 총자산 100억 원 이상인 이는 31%였다. 이들의 응답 내용을 과거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함으로써 국내 경기에 대한 부유층의 인식 변화나 투자 성향, 라이프스타일의 흐름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예금보다 주식, 전세보다 월세

    2015 한국 부자들의 재테크 “빚을 내서라도 투자한다”
    설문조사 결과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국내 경기 전망에 대한 부자들의 인식이 지난해보다 한층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향후 5년 경기 전망에 대해 47%가 ‘실물경기는 현 상태로 정체하거나 일시 정체 후 완만하게 침체할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올해에는 그 수치가 75%에 달해 28%p나 높아졌다. 부동산경기 역시 정체하거나 일시 정체 후 완만하게 침체할 것이라고 답한 비중이 지난해 59%에서 올해 66%로 7%p 상승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부자들은 자산증식을 위해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렸다. 지난해 부자들의 금융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예금자산 40%, 펀드 27%, 주식 14%, 기타 보험 및 연금 19%였지만 올해 조사에 따르면 예금자산 35%, 펀드 27%, 주식 19%, 기타 보험 및 연금 19%로 나타났다(그래프1 참조). 예금자산의 상당부분이 주식으로 전환됐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흐름은 금리하락 추세가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데다, 2014년 주식시장 호황으로 자본시장의 수익률이 높아지자 투자처를 확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1년간 금융자산 수익률이 5~10% 미만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7%, 1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1%로 나타났다는 사실 역시, 실물경기 전망과 달리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부동산의 경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살리기를 위한 세법개정, 금융지원과 규제완화방안 등 다양한 정부 정책이 쏟아지고 금리하락으로 대출 비용이 낮아지면서 투자형 부동산에 대한 부자들의 적극적인 수요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부채 활용 의향을 묻는 항목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된다. 향후 1년 이내 금융기관 대출을 받을 의향이 있는 부자의 비중은 49%로 조사됐는데, 대출 용도로는 ‘거주주택 이외 수익형 부동산 마련’이 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부동산경기 회복이 더딜 것이라고 전망하는 와중에도 장기투자를 통해 양(+)의 수익률 달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처분계획에 대해 질의한 결과도 흥미롭다. 응답자의 62.7%가 자산가치 하락이나 상승에 관계없이 당분간 처분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고, 상승 시 처분한다고 답한 비중은 32%인 반면, 하락 시 처분한다고 답한 비중은 2.8%에 불과했다.

    2015 한국 부자들의 재테크 “빚을 내서라도 투자한다”
    쏟아진 경기부양 정책

    현재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92.0%) 가운데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은 45.8%이다. 보유 주택 형태로는 중소형아파트 33%, 오피스텔 27%, 대형아파트 19%, 다세대주택 8%, 단독주택 5% 순으로 많이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용 주택을 보유한 부자들이 현재 세입자와 어떤 거래 형태를 맺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월세가 32.9%로 가장 높았고 전세 31.6%, 반전세 비중이 30.3%로 조사됐다(그래프2 참조).

    특히 주목할 부분은 향후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부자의 비중이 71.3%나 된다는 사실이다(그래프3 참조). 부동산시장의 월세 또는 반전세 전환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특히 은행 예금금리가 1%대에 불과한 현재 상황에서는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둔다 해도 이자수익이 크지 않고, 세입자에게 되돌려줘야 하는 전세금을 리스크가 높은 투자형 금융상품에 넣기에도 부담스럽다. 결국 부자들은 고정적인 월수입을 한층 더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국내 부자들은 부채를 활용한 투자 활동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었다. 전체의 69%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이는 8%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같은 질문에는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1~3점)이 40%,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8~10점)이 17%로 나타났다. 이 역시 금리하락으로 대출금리가 낮아진 결과 가운데 하나다. 보유 부동산의 투자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해 투자수익률을 제고하는 방안이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러한 흐름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경기 전망은 어둡지만 부채를 활용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라는 게 2015년 현재 상황에 대한 대한민국 부자들의 판단이다. 거시적으로는 불안한 변수가 적잖은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 정책이 쏟아져 나온 결과 만들어진 아이러니다. 물론 이들의 이러한 판단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개별 투자자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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