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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시아나 승무원 미국서 소송 벌이는 까닭

미국법상 사고 후 2년 안에 소송 제기…재판 도중 합의해도 한국보다 보상 커

아시아나 승무원 미국서 소송 벌이는 까닭

아시아나 승무원 미국서 소송 벌이는 까닭

201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활주로 옆에 놓여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사고 여객기 동체.

201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탑승했던 승객과 승무원 300여 명 가운데 중국인 승객 3명이 숨지고 180여 명이 다친 비교적 큰 규모의 사고였다. 당시 승객을 구출하는 데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던 승무원 12명의 소식은 내외신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됐다.

그런데 9월 중순 승무원 12명 가운데 8명이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아시아나항공과 사고 여객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사고로 인한 신체적 부상과 정신적 피해를 보상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8명 가운데 사고 당시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기내 안쪽으로 터지면서 등뼈가 골절되는 등 부상을 입은 한 승무원이 지난해 1월 최초로 소송을 제기했고 5명은 지난해 12월, 2명은 올해 6월 순차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4명 가운데 1명은 퇴사, 1명은 휴직, 2명은 복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비 제공했으나 합의 못 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해당 승무원들의 소송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사고기 탑승 승무원에 대한 보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묻자 “전원 공무상 부상으로 처리돼 휴직 상태였고 월급은 지급되고 있었다. 따로 보상체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도의적으로 치료비용과 관련된 부분은 회사 측에서 부담해왔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승무원 일부가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법상 사고 발생 이후 2년 내 소송을 해야 한다. 올해 6월까지라는 기간 제한 때문에 의사가 있던 승무원은 모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무원들이 여객기 제작사인 보잉사와 비상탈출 슬라이드 제작사인 미국 에어크루저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일단은 다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아시아나항공까지 포함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회사 측과 개인적으로 보상 협상을 진행한 승무원은 없느냐고 묻자 “해당 승무원들이 보상 관련 문의를 해오면 답변을 하는 등의 편의를 제공해왔으나 따로 협상을 진행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승무원들이 구체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무엇을 문제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지, 배상액은 어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했다.



회사를 휴직한 상태에서 미국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 승무원과 접촉을 시도해 소송하게 된 까닭을 묻자 “소송이 시작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겉으로 보기에 멀쩡할 수 있지만 내적으로는 곪았다. 사고 당시 턱이 빠져나갔고 신체 관절 여기저기도 망가져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병원에서는 ‘앞으로 좋아질 부분은 없다.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신체적 고통만큼 정신적 고통도 심각하다. 그는 “차량으로 이동할 때 조수석에 앉지 못한다. 차선 변경을 할 때면 사고가 날 것만 같아 불안하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증상도 더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다들 사고 트라우마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휴직 상태로 병원 치료비는 회사에 제출해 보상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에서 지급하고 있는 월급 부분이라고. 그는 “승무원 월급은 기본급과 수당으로 나뉜다. 현재 비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급만 지급되고 있는데 사실 승무원은 수당이 상당히 크다. 이 부분도 우리가 소송을 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 이상의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아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해당 승무원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회사 측에서는 사고 관련 승무원들에게 기본급, 상여, 제수당, 비행보장수당(60시간)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배상액 규모가 한국과 달라 승소 가능 여부를 떠나 미국 소송을 선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재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미국변호사는 “한국에서는 개인이 손해를 입으면 그의 손해를 구제하는 것으로 재판이 종료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다른 이가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주의다. 이 때문에 구제판결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김종환 미국변호사도 “미국은 기본적으로 직접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부분에서 한국에 비해 관대하다. 예를 들어 개인이 사고로 부상했으면 치료비, 입원비, 근로능력 상실 부분, 정신적 손실에 대한 위자료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산정한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금, 즉 재판부가 다른 사람이나 기업 등이 유사한 부당행위를 하지 못하게 예방 차원에서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한다면 배상액 규모는 어마어마해진다. 도박에 비유하자면 베팅 금액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 승무원 미국서 소송 벌이는 까닭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 발생 닷새 뒤 사고기에 탑승했던 승무원들이 귀국하는 모습. 이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승무원들을 맞이했다.

美 변호사들 군침 흘릴 만한 사고

승무원은 사고 발생 시 승객 안전을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항공사 직원이다. 이 때문에 소속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승무원들을 두고 한국 정서상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신 변호사는 “해당 여객기가 착륙을 잘못한 것은 승무원 잘못이 아니다. 이 경우 승무원도 승객과 같이 피해자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미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사고가 발생하면 변호사들이 승객이든 승무원이든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소송을 하게끔 하는 경우가 매우 일반적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대규모 집단소송도 사회 정화작용의 일부라고 생각해 승무원이든 승객이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배상액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변호사들이 무보수로 소송을 시작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는 데 큰 고민이 없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승무원들은 착수금 없이 소송에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많이 떼가는 형식인데 우리나라는 몇% 수준이라면 미국은 20~30%까지 떼간다. 이 때문에 원고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당 승무원들이 미국에서 받을 수 있는 배상액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신 변호사는 “배상액은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퉈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제 막 소를 제기한 단계에서는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웬만하면 100만 달러는 나온다. 변호사 비용으로 30%를 떼준다 해도 큰 규모”라고 예상했다.

배상액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배상액 산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변호사는 “소송은 증거 싸움인데 미국에서는 특히나 손해액을 산정하는 업무가 상당한 비즈니스다. 우리나라와 달리 손해사정인의 구실이 매우 크다. 원고 측과 피고 측이 각각 손해사정인을 고용해 원고는 최대한 늘리고, 피고는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재판을 벌이게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사고 이후 휴직 상태인 승무원들에게 지급했다는 월급을 제외하고 치료비 부분은 이 과정에서 빠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회사에서 지급했다는 치료비는 전체 배상액에서 극히 일부일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청구금액은 훨씬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소송은 재판 기간이 매우 길다는 것이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김 변호사는 “이번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피고 측인 아시아나항공에서 큰 규모의 로펌을 쓸 것으로 보이는데 변호 비용이 상당할 것이다. 자연히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쪽으로 시도할 테고, 원고 측도 합의하면 단기간에 고액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어 재판 도중 합의로 돌아설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10.12 1008호 (p32~33)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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