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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정연 ‘통합행동’ 움직이자 손학규 정계복귀설 모락모락

박영선, 조정식, 정성호 등 수도권 의원 중심…공천권 노린 통합 논의에 지지층은 시큰둥

새정연 ‘통합행동’ 움직이자 손학규 정계복귀설 모락모락

새정연 ‘통합행동’ 움직이자 손학규 정계복귀설 모락모락

새정치민주연합 중도성향 모임인 ‘통합행동’ 민병두 의원이 10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통합을 위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리면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듯, 정치권에서는 야권에서 ‘통합’을 입에 올리는 이가 많아지면 선거, 특히 총선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로 여긴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중도성향 전·현직 의원이 모여 ‘통합’을 향한 ‘행동’에 나섰다. 박영선, 민병두, 조정식, 정성호 의원, 김부겸, 김영춘, 정장선 전 의원,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 새정연 소속 중도성향 전·현직 의원 8명이 모여 ‘통합행동’을 결성한 것. 이들은 야권 통합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모임 이름에 담았다.

분열은 패배, 통합은 승리?

총선을 앞두고 통합행동의 출범은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 지금처럼 야권이 분열해서는 내년 총선은 해보나 마나라는 위기의식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실시된 각종 전국선거 결과를 보면 야권은 19번의 선거에서 97년과 2002년 대통령선거(대선), 그리고 2004년 총선 등 단 세 번만 승리했다. 2004년 총선의 경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국회가 탄핵했다는 비판 여론이 총선 결과에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97년 대선은 김대중(DJ)+김종필(JP), 거기에 TK(대구·경북) 출신 박태준(TJ) 전 포항제철 회장까지 결합한 이른바 DJT연합의 결과였다. 지역적으로 호남+충청+일부 TK가 결합했고, 이념적으로 진보+보수 연합의 승리였다. 2002년 대선은 호남이 똘똘 뭉쳐 옹립한 PK(부산·경남) 후보 노무현의 승리였다.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충청 민심을 붙잡은 것도 대선 승리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역대 전국선거 평균 득표율은 우리 한국 정치지형이 얼마만큼 여권에 유리한지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1987년부터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28년 동안 19차례 치른 선거에서 새누리당(전신인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자당 포함)은 평균 41.9% 득표율을 기록한 데 반해 새정연(전신인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포함)은 33.1%에 불과했다(그래프 참조). 여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유권자 지지성향이 평균 득표율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나타나고 있는 것. 이와 같은 정치지형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야권이 지금처럼 분열해 있으면 내년 총선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 자명하다.

더욱이 전국선거 여야 평균 득표율이라는 점에서 지역별, 선거구별 득표율 편차는 더 커진다. 여권이 TK와 PK 등에서 지지율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야권은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호남을 제외하면 수도권 등에서는 선거구별로 당락을 가르는 표차가 2000표 안팎인 경우가 적잖다. 적은 표차로 당락이 엇갈리는 수도권 선거의 특성상 ‘야권 분열=필패’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새정연 통합행동에 뜻을 모은 이들 가운데 대구 출마를 준비 중인 김부겸 전 의원과 부산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영춘 전 의원을 제외하고 박영선(서울 구로을), 민병두(서울 동대문을), 조정식(경기 시흥을), 정성호(경기 양주동두천), 정장선(경기 평택을),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 6명의 지역구 또는 출마 예정지가 모두 수도권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살얼음판과도 같은 수도권 선거에서 이들이 승리하려면 ‘야권 통합’은 알파이자 오메가와 같기 때문.

새정연 ‘통합행동’ 움직이자 손학규 정계복귀설 모락모락
비노계 인사들의 각자도생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주도한 야권의 친노무현(친노) 세력은 대선 이후 비노무현(비노)계에 바통을 넘겨줬다. 김한길 대표 체제가 들어섰으며,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세력과 손잡고 새정연을 출범했다. 그러나 7·30 재·보궐선거(재보선) 패배 후 김한길-안철수 비노 지도부는 공동 몰락했다. 새정연은 범친노계인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거쳐 2·8 전당대회를 통해 친노계 수장과도 같은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친노계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내년 총선 공천 주도권을 확보했고, 비노계는 친노계의 처분에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이 맡겨진 ‘을’ 신세로 전락했다.

새정연의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에 지역구를 둔 비노계 인사들은 탈당으로 각자도생의 길로 나섰다. 2·8 전당대회 이후 4·29 재보선을 앞두고 천정배 의원이 일찌감치 탈당해 재보선 승리를 발판 삼아 신당 창당에 나섰고, 당내 대표적인 비노계 인사로 여겨지던 박주선 의원도 9월 새정연을 탈당해 독자적 신당 창당에 나섰다. 이들은 친노 지도부가 휘두를지 모르는 공천 학살 칼날을 일찌감치 피해 제 살길을 찾아 나선 사례로 볼 수 있다.

2012년 총선과 그해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며 몰표를 몰아줬던 야권, 특히 호남 지지층 사이에서는 ‘그들만의 공천 잔치’를 벌였던 친노와 대선 패배라는 쓰라린 기억을 안겨준 문재인 대표에 대한 반감이 적잖다. 호남에서의 반문재인 정서를 헤집고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이 자신만의 공간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에 비해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과 내년 총선 입지자들은 공포에 가까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정연의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지금 같은 구도가 계속되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100석 건지기도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중도성향 전·현직 비노계 인사들이 통합행동을 결성해 범야권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

그러나 중도성향의 새정연 전·현직 의원 8인으로는 야권 지지층, 특히 호남 유권자의 눈길을 끄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지지층과 야권의 내년 총선 입지자들이 바라보는 총선에 대한 시각차 때문이다. 이숙현 시사칼럼니스트는 “내년 총선에 당 공천장을 받고 본선에서 당선까지 하고픈 입지자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겠지만, 야권 지지층의 눈길은 내년 총선보다 내후년 대선을 향하고 있다”며 “유력 대선주자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야권 통합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정연 한 관계자도 “통합행동이 그들만의 통합 논의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 목표인 통합에 이르려면 야권 지지층의 강력한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안철수 의원이든, 전남 강진에 셀프 유배 중인 손학규 전 대표든 문 대표보다 내후년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차기주자가 야권 통합 전면에 나서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합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정장선 전 의원은 손학규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그뿐 아니라 조정식 의원, 송영길 전 인천시장도 손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 이 때문에 통합행동이 손학규 정계복귀를 준비하는 모임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특히 손 전 대표는 통합행동 일원인 김부겸 전 의원의 대구 지역구에 방문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안철수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는 과연 야권 통합행동의 선두에 설까. 안 의원은 여전히 ‘혁신 퍼스트’를 고수하고 있고, 손 전 대표는 총선 전 하산할 뜻이 없어 보인다.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명분 없이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 전 정계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주간동아 2015.10.12 1008호 (p10~11)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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