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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을 포위하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G2의 미래

‘게임의 룰’ 주도하겠다는 워싱턴…“쓴맛 보게 될 것” 반발하는 베이징

“중국을 포위하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G2의 미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미국은 이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를 과거 소련처럼 봉쇄할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이 순순히 미국 주도의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통합될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대안일까.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우호 국가들을 ‘부의 띠’로 둘러싸 중국의 정치·경제적 팽창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미국 의회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무역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문제로 옥신각신하던 6월, 국제정치 분석가 션 미르스키는 국제정치 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 중국, 미국과 세력균형’이라는 글을 통해 “TPP는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누가 21세기 무역질서를 주도하나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 뗄 수 없는 경제적 상호의존관계에 있으므로, 미국은 게임의 룰과 참여자가 서로 다른 배타적 경제권을 형성했던 소련과의 경우처럼 봉쇄정책을 선택할 수는 없다. 반면 중국은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하고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 등을 통해 자신이 주도하는 국제경제제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 깔아놓은 판에 하나의 멤버로 통합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TPP가 중국이 부상하는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 확대할 ‘새로운 규칙’임을 강조해왔다. 그는 10월 5일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12개국 경제 각료회의에서 TPP가 최종 타결된 직후 성명을 내고 “중국이 국제경제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며 TPP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 강화를 위한 포석임을 천명했다. 9월 2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TPP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2월 라디오 주례연설에서는 “중국이 21세기 무역질서를 새로 쓰려 하는데, 그럼 우리 노동자와 기업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TPP는 단순히 관세를 내리고 투자 장벽을 없애는 데서 더 나아가 지식재산권 보호,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노동과 환경 기준, 기타 금융 규제 등에 대한 미국 수준의 가치와 기준을 아시아 국가들에 확산한다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조로 한 ‘세계화 심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자신이 정한 ‘게임의 룰’을 확대해 아시아·태평양지역 참여국들의 경제적 부를 증진함으로써 중국보다 힘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경제연구소는 “TPP 협상 타결로 2025년까지 미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은 775억 달러(약 91조45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참여국 전체의 경제적 이익은 2590억 달러(약 300조7500억 원)로 전망돼 미국 중심 동맹국 진영의 경제력이 중국 경제권을 상대적으로 압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월 5일 TPP가 세계경제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TPP는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 간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시작됐지만 2008년 미국과 호주, 페루 등 3개국이 뛰어들면서 그림이 커졌고,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논의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010년 3월 베트남을 포함한 8개국으로 정식 협상이 개시됐으며 같은 해 말레이시아, 2012년 멕시코와 캐나다, 2013년 일본 등이 참여하면서 12개국 논의 체제가 완성됐다.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참여 국가 수가 많고 의제가 워낙 복잡해 2013년 말까지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는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미국과 일본의 협상이 시간을 끌면서 2014년을 훌쩍 넘겼다. 7월 미국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열린 12개국 각료회의에서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캐나다가 주력 산업인 낙농업 관세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TPP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왔다.

9월 30일 시작된 애틀랜타 회의도 당초 예정 종료 시점이던 10월 1일보다 나흘이나 더 길어진 5일까지 연장됐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협정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오바마 대통령은 개별 국가 정상들을 일대일로 접촉해 설득했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고 미·일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자 했던 일본도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 거들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합의 타결에 대한 일본과 중국의 반응은 상반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0월 6일 총리 관저에서 “새로운 아시아·태평양을 알리는 세기의 막이 드디어 열렸다”며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고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함께 자유와 번영의 바다를 만드는 TPP가 합의에 도달했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 내 처리 절차,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도

아베 총리는 시종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협상을 주도했으며 끈질기게 협상해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면서 “두려워하는 걸 그만두자. 이제 세계로 나아가자”고 말하며 두 팔을 쫙 펼쳐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선두에 서서 모든 각료가 참여하는 TPP 대책본부를 만들고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상무부는 10월 5일 TPP가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견해를 내놨지만, 관영언론과 전문가들은 TPP 타결 및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견제 발언에 대해 ‘독설’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6일 사설에서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이 빠진 TPP는 생명력도 유한하다’고 폄하했다.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롼쭝쩌(阮宗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환추시보와 인터뷰에서 “TPP가 중국을 배제할 경우 쓴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는 TPP 타결이 실제로 발효될 때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상 참여 12개국 장관들이 타결을 선언했지만 주요 합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TPP 협상에 찬성하고 대통령에게 TPA를 부여했던 공화당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협상 타결을 위해 의약품특허 보호기간을 기존 12년에서 최소 5년으로 크게 양보하는 등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인식 때문이다. 오린 해치 연방 상원 금융위원장(공화당·유타 주)은 “불행하게도 이번 협상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 주)은 10월 5일 “재앙적인 협정 폐기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협상에 서명하기 90일 이전에 의회에 통보하고, 의회는 60일 이내에 표결을 통해 찬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TPA 법안에 따라 협상 내용을 수정할 수는 없고, 오로지 찬반 투표만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환경단체 등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반발에 ‘졸속협상’이라는 공화당의 비판이 겹치면서 비준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미 내년 대통령선거 정국이 시작된 상황에서 TPP 문제가 정치적 부담으로 떠오를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처리 절차 자체를 차기 정부에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간동아 2015.10.12 1008호 (p56~57)

  • 신석호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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