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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애 돌보라고 돈 줬더니, 원장 주머니로 갔다

유치원 지원금 왜?

애 돌보라고 돈 줬더니, 원장 주머니로 갔다

  • ● 집행 명세 들여다보기 어려워
    ● 조금만 머리 쓰면 처벌 피해 횡령 가능
    ● 급식비, 교재비도 쌈짓돈으로
[뉴스1]

[뉴스1]

1. 유치원들의 정부 지원금 횡령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2013~2017년 전국 17곳 시도교육청 유치원 감사’에 따르면 유치원 1878곳에서 총 5951건의 부정수급 및 비리가 적발됐습니다. 지원금을 전용해 가족 여행 비용으로 쓰거나, 명품 가방을 산 경우가 적잖았고, 가족 회사와 수의계약을 맺어 지원금을 빼돌리는 지능적인 사례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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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경기도 모유치원 원장입니다. 정부 지원금으로 유흥업소 출입은 물론, 성인용품까지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국 모든 유치원을 감사한 것도 아닌데 드러난 비리가 이 정도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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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6년 서울시교육청이 12개 사립유치원을 감사한 결과 총 8억60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들통났습니다. 같은 해 경기 일산에서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던 원장 A씨는 수년간 정부 지원금 5억 원을 전세보증금, 자녀 용돈, 신용카드 결제대금, 보험료 납부 등에 사용했습니다. 정부 지원금이 어쩌다 이렇게 눈 먼 돈이 됐을까요.


애 돌보라고 돈 줬더니, 원장 주머니로 갔다
4. 먼저 정부가 유치원에 지원하는 돈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보육교사 처우 개선 비용입니다. 이 금액은 용처가 인건비 및 수당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문제는 원생에게 주는 보육 지원금입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생 한 명에게 유아학비 22만 원과 방과후과정비 7만 원이 지급됩니다. 각 가정에 주는 대신, 아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면 학부모는 해당 금액을 제하고 나머지 비용을 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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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물론 보육 지원금도 써야 할 곳이 정해진 돈입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보육 지원금으로 받은 돈은 시설 보수, 교재 비용 등 보건복지부 장관 혹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유치원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한 범위에서만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업 목적이라는 명목을 붙여 회계 처리해버리면 애먼 곳에 돈을 쓰더라도 적발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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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물론 세부 회계감사를 한다면 부정을 알아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가 쉽지 않습니다. 사립유치원은 대부분 소규모 개인 사업자입니다. 사립학교처럼 법인을 꾸려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감사에 적합한 회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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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유치원의 잘못된 공금 유용을 잡아내려면 내외부 고발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내부 고발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원장이 유치원 교사들의 미래를 쥐고 있기 때문이죠. 교사들이 원감, 원장 자격을 획득하려면 7년 이상 경력과 교육청 파견 연수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원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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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감사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정부는 2010년부터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했습니다. 교원 관리 및 회계 기준을 기존 교육부 시스템과 연동하는 사업이었습니다. 만약 실현됐다면 올해부터는 전산에 올라온 유치원 회계자료만으로도 기본 감사가 가능했을 겁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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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하지만 유치원 업계의 반발로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 구축은 무산됐습니다. 지난해 9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정부의 보육예산 축소 등을 이유로 집단휴원을 예고했습니다. 여론의 반발과 정부의 노력으로 집단휴원 사태가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이후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 계획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립유치원 역시 국공립유치원처럼 회계 및 교육시스템 감사 체계(에듀파인)를 도입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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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유치원 업계는 단체 행동에 나섰습니다. 일단 교육부의 통합감사체계 편입은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는 10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립유치원 회계 제도 미비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관계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해가겠다”면서도 “공립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모든 재정 부담을 원장이 져야 한다. 재무회계규칙이 공립과 차별화되도록 교육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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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유치원 업계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감사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일 감사로 부정을 밝혀내더라도 처벌은 어렵습니다. 2013년 한 어린이집 원장이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식자재 대금을 부풀려 그 차액을 챙긴 혐의였습니다. 원장이 식자재 납품업체와 공모해 구매대금을 부풀리고 차액을 챙긴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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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법원이 원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이유는 영유아보육법상 보육료 용처의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벌 기준은 있습니다. 동법 제46조 4호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경우 최대 1년간 자격 정지 처분을 받게 됩니다.


애 돌보라고 돈 줬더니, 원장 주머니로 갔다
애 돌보라고 돈 줬더니, 원장 주머니로 갔다
13. 만약 유치원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공금이나 국가 지원금을 함부로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형법 제355조에 따르면 횡령이나 배임은 5년 이하 징역,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만약 그 대상이 국고일 경우 최고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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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유치원 업계는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한유총은 10월 15일 전국 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한 언론사를 상대로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 △정정보도·반론보도 위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유치원의 비위가 전체 사립유치원의 문제로 비칠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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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명단 공개를 단행한 박용진 의원 측은 “응당 해야 할 일이었다”는 반응입니다. 외려 그간 부정을 저지른 유치원이 공개되지 않아 작금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합니다.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유치원이 교육청 등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으면 원장이 이를 공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육부 매뉴얼에는 ‘시정명령을 즉시 이행할 경우에는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간 유치원 비리가 공론화되지 못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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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일단 명단 공개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월 25일까지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10월 19일부터 교육부와 각 시도는 유치원 비리 신고센터를 일시 운영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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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일부 학부모는 유치원의 집단휴원을 걱정합니다. 당장 유치원이 폐업이나 휴원을 단행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학부모와 원아들이기 때문이죠. 유은혜 장관은 “당장 폐원하겠다는 사립유치원이 있는데, 아이를 맡길 곳 없는 학부모의 안타까운 사정을 악용하는 것이다. 아이를 볼모로 학부모를 궁지에 내모는 어떠한 행위도 정부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애 돌보라고 돈 줬더니, 원장 주머니로 갔다
18. 경기도의 한 유치원은 최근 학부모들에게 안내문을 보냈습니다. 지원금 회수 조치를 받긴 했으나 행정 착오로 지급된 금액이었으며, 원칙에 따라 전액 반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칫하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부처의 실수로 애먼 유치원이 다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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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이 같은 문제를 막고자 유치원 업계는 보육 지원금을 유치원이 아닌 학부모에게 지급하라고 주장합니다. 한유총은 10월 16일 입장문을 통해 ‘누리과정비는 사립유치원에 직접 지원되는 게 아니라 유아교육법에 따라 학부모님께 지원되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즉시 현행 법령에 따라 학부모에게 (누리과정비를) 직접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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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일각에서는 유치원 업계의 주장에 감사를 피하려는 속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학부모에게 지급하면 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을 직접 받지 않는 만큼 교육부가 감사에 나설 명분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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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하지만 세계 각국의 보육 지원금 제도를 살펴보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보육기관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보육기관의 구성입니다. 유럽 국가의 보육기관은 대부분 공립입니다. 미국, 캐나다 등은 사립 보육기관이 많지만 70%가량은 비영리단체가 운영합니다. 상위법에 따라 한국보다 엄격한 회계기준 적용이 가능합니다. 반면 한국의 유치원 구조는 민간 유치원 비중이 86%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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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사실 유치원의 정부 지원금 비위만큼이나 급식비, 교재비 등도 큰 문제입니다. 용처가 정해진 돈이지만 원장 마음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2016년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93개 유치원 특정감사 결과 73개 유치원이 ‘지원예산 회수’ ‘학부모에게 환급’ 처분을 받았습니다.


애 돌보라고 돈 줬더니, 원장 주머니로 갔다
23. 보육정책 전문가들은 “유치원만 탓할 문제가 아니다. 그간 감시와 정책 개정을 게을리해온 교육부 및 유관기관도 문제”라고 진단합니다.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에 원생이 100명가량 있고, 부모는 200명 정도다. 유치원 원장 한 명이 유권자 200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셈이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감시가 느슨했던 이유를 짚었습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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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정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모조리 알려드리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하라”며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에 지시했습니다.동시에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관리 체계를 사립유치원에 도입하고, 전국 유치원 비리 전수조사 등에 나설 예정입니다.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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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닭 한 마리가 30명 식단이고, 쇠고기 국거리는 1인당 5g, 수박 한 통으로 100명이 먹거나 사과 한 알을 12~15쪽으로 나누거나 귤 한 쪽이 간식이었다.’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 활동 보고서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주간동아 2018.10.19 1160호 (p8~15)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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