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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시네똑똑

울지 마, 죽지 마, 살아날 거야!

한지민 주연의 ‘미쓰백’

울지 마, 죽지 마, 살아날 거야!

[사진 제공 · ㈜영화사 배]

[사진 제공 · ㈜영화사 배]

몇 년간 우리를 놀라게 한 ‘아동학대’ 관련 뉴스의 조각조각을 엮어 인물과 상황, 그리고 사건을 만들어낸, 기시감이 높은 영화다. 어쩌면 원빈이 주연한 ‘아저씨’의 여성 버전 같은 느낌도 든다. 폭력적 상황에 처한 어린 여자아이를 구출하는 어른의 이야기. 그러나 두 영화는 결이 다르다. ‘아저씨’가 폭력에 노출된 여자아이를 지켜내는 고독한 남자의 투쟁을 그리면서 액션 장면과 상황 전개의 현란한 시각화를 꾀했다면, 비교적 적은 예산을 들인 ‘미쓰백’은 상황을 꼼꼼하게 재현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리얼리즘으로 진정성을 더한다. 그래서 영화 ‘도가니’에 더 가깝게 보인다. 

영화는 아동학대가 뉴스에서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실임을 환기케 한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이지원 감독은 실제로 자신이 만난 아이를 모티프로 삼았다고 한다. 


[사진 제공 · ㈜영화사 배]

[사진 제공 · ㈜영화사 배]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돼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미쓰백 백상아(한지민 분)는 쌀쌀한 한밤중에 홑겹 옷을 입은 채 거리에서 벌벌 떨고 있는 아이 지은(김시아 분)과 마주친다. 상아는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버거운 처지라 지나치려 하지만, 자신과 닮은 듯한 아이를 외면하지 못한다. 이런 그녀에 대한 연민과 애정의 감정으로 주변을 서성이는 형사 장섭(이희준 분)은 아이와 함께 사라져버린 상아를 보호할 방법을 찾는다. 

영화는 학대받는 아이와 과거 학대받았던 여성의 로드무비다. 푸석푸석한 머리칼에 등을 웅크린 채 담배를 태우는 한지민은 그간 자신에게 씌워졌던 귀엽고 선한 이미지를 벗고 변신에 성공했다. 학대받고 버림받고 죄까지 뒤집어써야 했던 한 여성이 꾸역꾸역 살아가고자 서너 개의 ‘알바’를 몸이 부서지도록 하는 와중에, 지은이라는 소녀는 상아의 마음속으로 들어온 현실이자 과거의 몹쓸 기억이다. 


[사진 제공 · ㈜영화사 배]

[사진 제공 · ㈜영화사 배]

이 영화는 여러모로 여성 영화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세상에 맞서 고독하게 싸우는 하층민 여성이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작은 소녀와 만나 서로를 구원한다는 서사는, 남자들 이야기로 넘쳐나는 한국 영화계를 내파하는 힘이 된다. 

주변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연대를 바라보는 것도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야기는 한 여성 노인의 고독사로부터 출발한다. 그 노인은 오래전 상아를 버린 엄마고, 엄마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가 나중에 밝혀진다. 버려진 상아는 범죄에 노출되며, 장섭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현실에 저항해보지만 좌절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성폭력, 가정폭력, 직장폭력에서 성별 대결이 아니라 약자들의 연대를 중시하는 서사적 진행은 공감을 불러온다. 이야기에 몰입을 위해 일부러 거칠고 강렬한 스타일을 내세웠다. 간혹 주인공의 수난을 극대화하느라 과잉된 장면도 나오지만, 이 영화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좋은 여성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주간동아 2018.10.19 1160호 (p80~80)

  •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yedam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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