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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젓가락 한 벌 들고 참치라는 바다를 여행하자

커다란 몸집만큼 우렁차고 다양한 맛

젓가락 한 벌 들고 참치라는 바다를 여행하자

독특한 모양과 식감의 참치 배꼽살. (왼쪽) 부드러운 참치 뱃살과 쫀득한 볼살. [사진 제공·김민경]

독특한 모양과 식감의 참치 배꼽살. (왼쪽) 부드러운 참치 뱃살과 쫀득한 볼살. [사진 제공·김민경]

내가 처음 만난 참치는 통조림에 들어 있는 것이었다. 윤기가 잘잘 도는 기름 국물 아래 켜켜이 결을 이루고 있는 인절미색 살코기 덩어리. 살코기 토막뿐이라 머리, 꼬리, 지느러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크기도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맛있는 생선이 바로 참치였다. 엄마는 참치 통조림으로 감자찌개, 김치찌개를 끓이고, 마요네즈에 버무려 간식을 만들었으며, 달걀물에 섞어 부침개를 부치고, 기름을 따라버린 다음 상추에 밥, 참치, 쌈장 순으로 올려 쌈밥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참치 통조림은 자주 맛보기는 어려웠지만 언제나 기대한 만큼 맛있었기에 1980년대 초반, 어린아이였던 나에게 빼놓을 수 없는 가정식 별미였다.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생 참치를 맛봤다. 사실 생 참치는 아니고 잘 해동한 숙성 참치였다. 당시만 해도 참치는 굉장히 값비싼 음식이었다. 첫 월급을 받고 용감하게 참치 코스를 먹으러 간 나와 친구는 가격표를 보고 너무 놀랐으나 어린 마음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했다. 결국 월급의 20%에 해당하는 참치를 삼키고 말았다.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참치가 나와 좀 더 저렴하게 참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여러 부위를 골고루 먹을 수 있는 회 코스도 있지만 원하는 부위만 조금씩 주문해 맛볼 수 있는 식당도 많다.


첫 월급으로 맛본 참치회의 신세계

참치는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다. 참치 가격 또한 어종, 산지, 산란 유무 등에 따라 다르다. 당연히 산란 직후의 참치는 몸에서 기름기가 빠져 맛이 떨어지고, 다양한 맛을 선보일 수 없어 저렴하게 취급된다. 참치는 크게 다랑어와 새치로 나눌 수 있다. 북방, 남방의 참다랑어가 가장 고급 횟감으로 유통된다. 거대한 몸집과 붉은색 육질을 자랑하며 무게가 최대 600kg까지 나간다. 눈다랑어는 무게가 최대 150kg 정도이며 역시 고급 횟감으로 취급되고 초밥, 다타키(겉만 살짝 구워 익힌 것)로 많이 먹는다. 황다랑어는 무게가 최대 100kg 정도이며 육질이 연붉은빛으로 회, 구이 등으로 골고루 먹을 수 있다. 참치 통조림에 사용하는 것은 ‘바다의 닭고기’로 불리는 부드러운 육질의 날개다랑어고, 가다랑어는 다양한 요리에 감초로 사용되는 ‘가쓰오부시’로 더 유명하다. 

새치종류는 횟감으로 치면 다랑어에게 밀리지만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황새치는 참치회 코스를 맛볼 때 꼭 포함되는 우윳빛 살코기를 선사한다. 두툼하게 썰어 스테이크로 요리해도 어울리고, 잘게 썰어 샐러드로 만들어도 맛있다. 청새치는 육질의 색이 주홍색에 가까우며 개성 있는 맛과 식감을 갖고 있다. 백새치는 어쩌면 우리가 가장 자주 먹는 생선일 수 있다. 무한리필 참치 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어종이기 때문이다. 

참치는 살아 있을 때는 체온이 18도지만 죽으면 50도까지 급격하게 오르며 육질 색이 시커멓게 변하기 때문에 선상에서 급속 냉동한다. 냉동 참치는 부위별로 해체돼 여러 식당에 공급된다. 간혹 크기가 작은 참치를 손수 해체하는 참치 집도 있는데 이를 보고 있노라면 참치는 구석구석 알뜰히 발라 먹을 수 있는 생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치는 머리와 꼬리를 제외하고 몸통을 3등분해 부위를 나눈다. 몸통은 옆선을 기준으로 위는 등살, 아래는 뱃살이라고 부른다. 뱃살에는 대뱃살(오도로), 중뱃살 혹은 옆구리살(주도로), 등지살(새도로)이 있다. 대뱃살은 살코기에 기름이 촘촘히 자리해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부드럽다. 마블링 좋은 쇠고기에 비유하는데, 쇠고기는 입안에 기름기가 남지만 참치는 목을 타고 함께 싹 넘어간다. 중뱃살과 등지살로 올라갈수록 기름기가 적으며 씹는 맛이 살아난다. 그래도 뱃살이 등살에 비해 기름기가 10배 정도 많으니 기본적으로 모두 부드럽다. 뱃살 부위 가운데 배꼽살을 좋아하는 이가 많다. 기름기와 살코기가 부챗살처럼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부드러운 식감과 쫀득쫀득 씹는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다.


참치 한 마리에서 나오는 10가지 맛

참치 머리에서 발라낸 살은 쇠고기 같다. (왼쪽) 턱 쪽의 가마살은 머리의 쫄깃함과 배 쪽의 고소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사진 제공·김민경]

참치 머리에서 발라낸 살은 쇠고기 같다. (왼쪽) 턱 쪽의 가마살은 머리의 쫄깃함과 배 쪽의 고소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사진 제공·김민경]

등살(아카미)은 지느러미에 가까운 등 쪽 살과 육고기 안심 부위와 같은 속살이 있다. 이름에 붉다는 뜻의 ‘아카’가 들어간 것에서 알 수 있듯, 투명한 살코기 색이 붉디붉다. 기름기가 적어 참치회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도톰하게 썰어도 식감이 부드럽고, 개운한 맛이 좋다. 속살은 뼈를 둘러싸고 있는 살코기 부위로, 역시 색이 붉고 지방 함량이 굉장히 적다. 횟감으로도 좋지만 덮밥, 초밥으로 먹어도 잘 어울린다. 

참치는 머리에서도 살코기가 한참 나온다. 개인적으로 뱃살보다 머릿살을 훨씬 좋아한다. 턱 혹은 목에 붙은 살(가마)은 기름기와 살코기가 조화롭다. 볼살과 눈살은 썰어 놓으면 얼핏 쇠고기 갈빗살처럼 보이지만 하나도 질기지 않고 쫄깃하다. 이외에도 정수리살, 아가미살, 입천장살, 콧살까지 따로 나온다. 게다가 참치 머리는 짭짤하게 소금 간을 해 통째로 그릴에 구워 내면 서너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술안주가 된다. 

꼬리는 힘줄이 많아 질긴 편이기 때문에 회보다는 조림으로 활용한다. 간혹 꼬리 쪽 껍질을 손질해 무침으로 내는 경우도 있다. 복어 껍질 무침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참치회를 먹는다면 붉은 속살부터 맛보기 시작해 등살, 꼬리 쪽 뱃살, 대뱃살 순으로 즐기길 권한다. 머리는 별미이니 마지막에 조금씩 골고루 맛봐도 좋겠다. 참치는 부위마다 육질과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썰어 내는 방법과 두께도 제각각이다. 한자리에 앉아 마치 10여 종류의 생선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 바로 참치의 매력이다.




주간동아 2018.10.05 1158호 (p76~77)

  •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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