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의 golf around the world

골프는 머리로 친다

확률 게임

  • 입력2018-10-02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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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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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에서 좋은 스코어를 내려면 코스를 파악해 그에 맞는 전술을 짜고 자신의 기술과 능력 내에서 공략해야 한다. 

    골프는 골프설계자가 자연에 만들어놓은 여러 장애물과 함정을 상대로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골프는 ‘확률(probability)’과 ‘가능성(possibility)’의 게임이다. 골퍼들은 티잉그라운드에서 홀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OB(Out of Bounds) 지역, 워터해저드와 벙커 위치, 페어웨이의 높낮이 등을 파악하고 전술을 세워야 한다. 미국 프로골퍼 프레드 커플스는 “골퍼가 공략 전술을 세워놓으면 더욱 편안해진다(When you have a strategy, you’re more comfortable)”고 했다. 전술 없이 맹목적으로 공만 치는 골프는 바다에 표류하는 배처럼 갈팡질팡한다는 것이다. 

    스코어 90대 중반 이상을 치는 골퍼는 코스를 아우르는 혜안을 갖지 못하고, 오직 장타를 치는 것에만 신경 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핸디캡 5 이하인 골퍼는 확률 높은 골프를 한다. 절대로 해저드나 깊은 벙커를 무시하며 도전하지 않는다. 반면 핸디캡이 큰 골퍼일수록 안정성을 무시하고 확률 낮은 시도를 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다. 골프는 실수를 최소한으로 하는 게임이다. 동반자가 시도한다고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는 무모한 공략을 따라 감행하면 성공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는다. 

    골프 황제 잭 니클라우스는 “당신의 능력 내에서 플레이하라(Always play within capabilities)”고 했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기술 차이도 있지만, 확률을 계산하는 기본 사고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골프에서 전술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으며 특히 계량적일수록 더욱 좋다. 



    확률 골프를 저해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 긴장감(extreme tension)이다. 긴장하면 뇌의 지시가 손과 팔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마비현상을 초래한다. 또 심장이 뛰고 호흡이 빨라진다. 결국 집중력을 잃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내지 못한다. 

    두 번째, 공포감(feeling of fear)이다. 샘 스니드는 “골프에서 최대 적은 공포감이다(Of all hazards, fear is the worst)”라고 했다. 일부 골퍼는 워터해저드나 깊은 벙커를 보면 공포감에 사로 잡힌다. 용기만이 공포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Courage is registance to fear). 용기는 연습과 실력의 축적에서 나온다. 

    세 번째, 조급함(hasty)이다. 아마추어골퍼는 순조롭게 플레이하다가도 미스 샷을 하면 조급해진다. 특히 티잉그라운드에서 OB 말뚝이나 워터해저드가 눈에 들어오면 스윙 동작이 평소보다 빨라져 미스 샷으로 이어진다. 조급함은 분노로 이어지고, 더 큰 화를 부른다. 확률 게임을 위해서는 클럽을 선택할 때나 공략 루트를 짤 때 한 박자 쉬면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 미국 속담에 “조급한 결론은 바로 후회로 이어진다(Hasty conclusions lead to repentance)”는 말이 있다.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스윙을 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골프는 두뇌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이다. 확률 골프를 하려면 골프장에 1시간 전 도착해 워밍업을 하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사전 연습을 한다. 그러면 몸의 근육이 유연해지고 샷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 

    현대 골프스윙 이론을 완성한 벤 호건은 “골프는 20%의 근육과 80%의 두뇌 게임”이라고 했다. 확률 골프는 두뇌 골프다. 코스에서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하는 골프는 흥미를 반감할뿐더러 스코어를 망치는 원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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