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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세상에 없던 재미를 주라!

G9 ‘트렌드 트럭’, 티몬 ‘몬스터퀴즈쇼’ 등 재미 따라 움직이는 고객 잡기에 ‘분투’

세상에 없던 재미를 주라!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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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백과 접이식 자전거를 한 방에 마련하기

10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몰아주는 제1회 G9 트렌드트럭에 담기는 상품들. [사진 제공 · G9]

10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몰아주는 제1회 G9 트렌드트럭에 담기는 상품들. [사진 제공 · G9]

“아저씨…. 이게 정말 저한테 온 택배인가요?” 

20대 여성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그리고 화면을 가득 메운 택배 상자더미.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이것도 저것도 다 사고 싶다’는 열망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트렌드 라이프 쇼핑사이트 G9(www.g9.co.kr)가 9월 7일 공개한 34초짜리 영상이 ‘대박’을 냈다. ‘1000만 원짜리 택배, G9 트렌드트럭’(트렌드트럭) 이벤트를 홍보하는 이 영상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1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7일부터 열흘간 이어진 이벤트에 응모한 인원은 11만7000여 명. 2013년 서비스를 개시한 G9 이벤트 사상 최다 응모다. ‘당첨되면 레드카펫 깔아놓고 맞이할게요’ ‘만약 당첨되면 제주로도 트럭이 오나요?’ 등 댓글도 2만6000여 개 달렸다. 


[사진 제공 · G9]

[사진 제공 · G9]

트렌드트럭은 매달 1명의 당첨자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상품을 한꺼번에 증정하는 이벤트다. 9월 첫 이벤트에서는 ‘어번 나이트(Urban Night)’를 주제로 20여 가지 상품을 선정했다. 구찌 핸드백, LG전자 건조기, 뱅앤올룹슨 블루투스 스피커, 다혼 접이식 자전거 등 고가 제품에서부터 블루보틀 캔커피, 스웰 보틀 텀블러 등 비교적 저렴한 제품까지 다종다양한 물품을 당첨자 1명에게 몽땅 갖다준다. 서준석 G9 사업실 팀장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즐거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며 “앞으로 매달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트렌드트럭 이벤트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수요일 점심은 12시 15분 전 끝내도록

소셜커머스 티몬이 매주 진행하는 ‘몬스터퀴즈쇼’.

소셜커머스 티몬이 매주 진행하는 ‘몬스터퀴즈쇼’.

9월 19일 오후 12시 14분, 스마트폰에서 티몬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제18회 몬스터퀴즈쇼가 1분 후 시작된다. 12개 문제를 맞히면 우승자가 돼 로또처럼 다른 우승자들과 함께 100만 원의 상금(티몬 적립금)을 똑같이 나눠 갖는다. ‘야구에서 9번 선수의 포지션은?’(정답 우익수), ‘단무지, 오이지에서 ‘지’는 무슨 뜻?’(정답 김치) 등을 모두 맞혔지만, ‘죠리퐁, 양파링, 웨하스 중 출시된 지 가장 오래된 과자’를 묻는 11번째 문제에서 탈락했다(정답 죠리퐁. 1972년 출시). 괜찮다. 일주일 후 다시 도전하면 된다. 이날 퀴즈쇼에서는 212명의 우승자가 나와 각각 4710원을 획득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5월 ‘몬스터 퀴즈쇼’를 개시했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 때 퀴즈쇼를 열고 우승자에게 1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우승자가 없으면 다음 주로 상금이 이월된다. 일정 금액 이상을 모아야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여타 퀴즈 앱과 달리, 몇백 원의 소액이라도 티몬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티몬 측이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고 있음에도 고객 반응은 점점 달아오르는 중이다. 초기 1000명 미만이던 참여자가 8월 1만 명 이상으로 늘었고, 출제된 문제의 키워드가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가기도 했다. 상금 액수가 가장 높았던 날은 6월 26일로 15명의 우승자가 13만3333원씩 받았다. 전 주 우승자가 없어 상금이 이월된 덕분이었다. 8월 1일에는 우승자가 무려 798명이나 돼 상금액이 1250원에 그쳤다.


매주 퀴즈쇼 열고,감춰놓은 특가 찾게 하고

G마켓의 ‘슈퍼프라이데이’ 홍보 영상(왼쪽)과 완판 사례. [사진 제공 · G마켓]

G마켓의 ‘슈퍼프라이데이’ 홍보 영상(왼쪽)과 완판 사례. [사진 제공 · G마켓]

최근 온라인 유통업계의 마케팅 트렌드는 ‘재미’와 ‘참여’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재미 요소를 강조한 콘셉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으로 시선을 끌고, 특정 요일이나 시간에 홈페이지 혹은 모바일 앱에 접속한 고객에게만 특가를 제공한다. 퀴즈쇼나 별도 문자메시지 수령 등 특정 행위에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재미 마케팅에 대해 주요 타깃층인 2030세대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란 미국에서 11월 넷째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을 일컫는 용어다. 미국 유통업계가 이때 큰 폭의 세일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말 세일 기간’이란 뜻으로 통용돼왔다. G마켓은 ‘그런데 달력을 보면 금요일은 원래 블랙’(보통 달력 숫자가 토·일요일은 빨간색, 월~금요일은 검은색으로 표기돼 있음)이라며 “G마켓은 모든 금요일이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슈퍼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을 인기리에 진행하고 있다. 배우 김인권이 출연하고 성우 강수진의 목소리를 입힌 슈퍼프라이데이 홍보 영상은 한 달 새 조회 수가 1000만 회를 넘어섰다. 성우 강수진은 만화영화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해 2030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홍보 영상 또한 ‘명탐정 코난’을 패러디한 탐정물로 제작됐다. 

슈퍼프라이데이는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개시된다. 인기 브랜드 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는데, 연일 품절 행진 중이다. 8월 10일 1차 프로모션 때 8000개를 준비한 ‘GS25 도시락 4종’은 30분 만에 완판됐고, ‘맥도날드 빅맥 BLT버거’ 3만 개는 4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G마켓이 최근까지 실적을 분석해본 결과 슈퍼프라이데이에 선보인 제품 10개 중 4개꼴로 1시간 내 완판되고 있다고 한다. 임정환 G마켓 마케팅실장은 “금요일이 가지는 활기찬 이미지를 재미 요소로 활용해 색다른 쇼핑 콘텐츠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본다”며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펀(Fun) 콘텐츠는 소비자가 다시 찾아오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관련 전략을 마련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의 ‘히든프라이스’ 프로모션.

소셜커머스 위메프의 ‘히든프라이스’ 프로모션.

위메프의 ‘히든프라이스’ 프로모션은 고객의 ‘수고’를 요구하는 대신 숨겨진 가격을 찾아내는 ‘재미’를 선사한다. 매일 몇 개 제품이 히든프라이스 코너에 게시되는데, 가격은 ‘0원’으로 표시된다. 위메프는 0원 결제를 한 고객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진짜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URL(인터넷상의 주소)을 보내주고, 고객은 이 URL을 통해 재접속해 대형 포털사이트 최저가 검색 결과 대비 20~30% 저렴한 특가를 확인한다. 9월 18일에는 여타 온라인 쇼핑몰에서 14만~17만 원에 판매되는 스위스밀리터리의 ‘듀얼스핀 물걸레 청소기’가 9만4900원에 판매됐다. 

히든프라이스에 대한 소비자 및 판매자의 호응은 높은 편. 이 프로모션을 개시하고 열흘이 지난 7월 10일, 누적 고객 수는 40만 명을 넘어섰고 거래액은 종전 대비 3배 증가했다. 판매 호조에 참여를 희망하는 판매자도 늘고 있어 히든프라이스로 제공되는 제품 가짓수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하늘 위메프 홍보팀 부장은 “어릴 적 소풍 가서 보물찾기 게임을 할 때 찾는 것이 번거롭더라도 즐거웠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다”며 “그러한 경험을 온라인 쇼핑에 접목했기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골 쇼핑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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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유통업계가 이처럼 고객에게 ‘전에 없던’ 재미를 주고자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은 업체들이 지금 ‘고객 붙잡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장 환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하는 제품 구성이나 가격이 다들 비슷해졌다. 소비자도 예전에는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 들어왔다면, 최근에는 몰링(malling)하듯 두루 둘러본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업체도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제공해 고객이 오래 체류하도록 붙잡아야 한다. 오래 머물수록 구매량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전했다. 


세상에 없던 재미를 주라!
소비자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와 한양대 유통연구센터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공동으로 진행한 ‘상품구입 행태 및 변화 추적조사’에 따르면 2만6500명의 응답자 중 97%가 ‘최근 한 달 새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입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평균 2.9개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누구나 온라인 쇼핑을 하지만, 특정 업체만 선호하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두루 쇼핑하는 셈이다. 컨슈머인사이트와 한양대 유통연구센터는 “온라인 쇼핑 만족도가 상향평준화됐다”고도 평가한다. 소셜커머스뿐 아니라 백화점, 홈쇼핑, 면세점 등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만족도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그래프 참조). 종합만족도 조사 결과(1000점 만점) 11개 온라인 채널(개인 쇼핑몰, 대형마트 쇼핑몰, 면세점 쇼핑몰, 백화점 쇼핑몰, 복합 브랜드 전문몰, 단일 브랜드몰,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온라인 직거래, 해외직구, 홈쇼핑) 중 면세점 쇼핑몰이 1위(695점), 온라인 직거래(621점)가 11위로 나타났으나 그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한양대 유통연구센터장)는 “벤치마킹이 수월한 업계 특성상 서로 좋은 점들을 금방 따라 하다 보니 서비스 품질이 상향평준화됐고, 그만큼 마케팅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이 곧 아마존(www.amazon.com) 쇼핑을 의미할 만큼 아마존 독주가 뚜렷한 미국과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복수의 온라인 쇼핑몰을 비교하며 이용한다. 한 교수는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소비자 후생 수준을 높이고 신생업체가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는 반면, 기존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된다”고 평가했다.
 
점차 주력 소비자로 떠오르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즉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사이 출생한 세대)는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하고 SNS에 친숙하다. ‘재미’와 ‘참여’는 이들 세대의 대표적 속성으로 꼽힌다. 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세 가지를 꼽자면 재미, 욜로(소확행), 그리고 나”라며 “나 자신에게 재미있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이들 세대와 소통하려면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는 어릴 적부터 게임을 해왔고 짤막한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 매우 익숙해 유통업계는 물론 금융 등 여타 산업도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들어 재미와 즐거움, 참여가 강조되는 변화된 마케팅 문법에 적응해야 밀레니얼 세대보다 디지털과 게임에 더욱 친화적인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 소비자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과자도, 적금도 ‘재미 마케팅’

곧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되는 오리온 ‘고래밥’의 캐릭터(왼쪽)와 KEB하나은행의 ‘도전365 적금’. [사진 제공 · 오리온]

곧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되는 오리온 ‘고래밥’의 캐릭터(왼쪽)와 KEB하나은행의 ‘도전365 적금’. [사진 제공 · 오리온]

사실 펀 마케팅은 온라인 유통업계의 전유물은 아니다. 최근 크게 화제가 되는 이마트의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쑈핑’도 ‘Fun&Crazy’ ‘탕진잼 핫플레이스’를 콘셉트로 내세운다. 이마트에 따르면 6월 오픈한 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삐에로쑈핑 1호점 고객 중 2030세대가 54.1%로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6월 오리온은 ‘고래밥’을 재해석한 신제품 ‘상어밥’을 출시해 20억 원대이던 고래밥의 월매출을 30억 원대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성공은 고래밥에 대적하는 상어밥의 등장, 바다의 왕 고래가 상어와 대결하는 스토리의 ‘빙고게임’을 과자 패키지에 담아 소비자가 재미를 느끼게끔 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에 오리온은 아예 고래밥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 가칭 ‘고래밥 게임’을 연말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업계도 모바일 앱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소비자 참여형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7월 하나은행이 내놓은 ‘도전365적금’은 걸음 수만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 11개월간 350만 보를 달성하면 최고 연 3.65% 금리를 주는데,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 5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미 마케팅이 앞으로 유통업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고 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장기 불황기에 살아남으려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만으로는 안 된다. 저렴한 가격만 강조하다 보면 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업체에 밀리기 때문”이라며 “밀레니얼 세대가 갖는 특성을 헤아려 게임처럼 몰입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직접 체험하면서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콘텐츠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8.09.28 1157호 (p10~15)

  •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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