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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BM, MS 등과 손잡은 국내암호화폐 ‘Veen’

금융인증 핀테크 기업 피노텍, 실생활서 쓸 수 있는 암호화폐 만들어 세계 진출

IBM, MS 등과 손잡은 국내암호화폐 ‘Veen’

[피노텍 캡쳐]

[피노텍 캡쳐]

“그래서 그 암호화폐로 뭘 살 수 있는데?” 

암호화폐 투자로 아무리 고액을 번 사람이라도 이 질문에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누구나 쉽게 현금으로 암호화폐를 살 수는 있으나 아직 암호화폐만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는 어렵기 때문. 새로운 암호화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지만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다른 암호화폐나 현금으로 바꾸는 것 외에는 딱히 용처가 없다. 

금융인증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피노텍은 블록체인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리빈(Liveen)과 이더리움 기반의 토큰 빈(Veen)으로 이 질문에 답하려 한다. 단순히 암호화폐를 나눠주는 것 외에,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까지 함께 조성하겠다는 것. 리빈은 피노텍과 비영리재단인 빈파운데이션의 협업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해외 운영과 마케팅은 피노텍의 포르투갈 법인인 피노체인이 맡고 있다. 

SNS와 암호화폐라는 키워드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스팀잇(Steemit)이다. 블록체인 기반 SNS로, 이곳에 콘텐츠를 올려 공감을 많이 받으면 암호화폐 스팀(Steem)을 보상으로 받는다. 리빈도 큰 맥락에서는 스팀잇과 같다. 다른 점이라면 스팀잇은 이용자의 콘텐츠를 모으지만 리빈은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모은다. 개인 위치정보를 공유하면 그 보상으로 암호화폐인 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간 구글, 네이버, 애플 등에 무상으로 제공하던 개인 위치정보를 암호화폐를 주고 사오겠다는 것. 

8월 24일 김우섭 피노텍 대표를 만나 리빈에 대해 들었다. 김 대표는 “빈이라는 이름 자체가 ‘~에 있었다’는 뜻의 ‘had been’에서 따온 것이다. 여기에 이용자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의미에서 승리의 ‘V’를 넣었다. 많은 모바일 서비스 이용자가 이동통신사와 정보기술(IT) 업체에 위치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직접 이 정보를 공유할지 결정하고, 이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5월 IBM과 블록체인 기술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고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네트워크 구축, 오라클과는 데이터 저장 쪽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빈을 이용하려면 먼저 스마트폰에 리빈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개인 위치정보 공유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다. 이에 동의하면 이용자의 휴대전화를 통해 리빈이 10분 간격으로 위치정보를 공유한다. 시간대별로 위치를 기록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생활패턴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 피노텍 측 설명이다. 개인 위치 정보를 내준 대가인 빈은 매주 금요일 오후에 지급될 예정이다


공짜로 가져가던 위치정보 돈 주고 사겠다

[사진 제공 · 피노텍]

[사진 제공 · 피노텍]

물론 이용자 모두에게 똑같은 양의 빈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모인 정보는 리빈의 블록체인 서버에서 데이터 가치 평가를 거친다. 자주 이동해 많은 위치정보를 준 이용자가 그렇지 않은 이용자에 비해 더 많은 빈을 받는 구조다. 그렇다고 자주 움직이지 않는 이용자가 빈을 많이 받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빈은 기본적으로 위치정보 공유 SNS다. 이동한 장소에서 뭘 했는지 남기면 중요도가 높은 위치정보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스팀잇처럼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리빈에 올린 뒤 공감을 많이 받으면 이 역시 보상이 주어진다. 빈은 9월 6일 기준 개당 20원가량에 거래된다. 김 대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채굴을 거치지 않고, 네트워크 참여도를 계산해 그것에 따라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8월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리빈은 정식 출시되면 한 시간에 4만9167개 빈을 발행할 예정이다. 매일 118만 개, 10년 안에 75억 개 빈을 발행한 후 생태계가 안정되면 발행을 종료할 계획이다. 


리빈 이용자들은 개인 위치정보와 광고 시청을 통해 번 빈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리빈 이용자들은 개인 위치정보와 광고 시청을 통해 번 빈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위치정보와 콘텐츠를 활용해 리빈은 개인정보를 모아 만든 마케팅 자료 및 타깃광고 등으로 수익을 내고자 한다. 공짜로 위치정보를 모은 여느 기업들과 달리 합의하에 받은 정보인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일례로 자동차 판매업계에서 이동이 잦은 사회초년생의 데이터를 구할 경우 리빈 측이 그동안 모은 개인 위치정보를 가공해 이를 기업에 판매하겠다는 것. 

구직 영역에서도 리빈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어떤 기업에서 서울 지리를 잘 아는 영업직 사원을 구한다고 가정해보자. 현 공채 시스템으로는 서울 지리와 영업 능력에 대한 평가 방식을 만든 뒤, 긴 시간 지원자들을 시험해 직원을 뽑아야 한다. 하지만 리빈에 이 같은 사람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면 위치정보를 통해 서울 시내를 자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특정할 수 있다. 올린 게시글이나 친구 관계를 확인하면 영업 가능성까지 점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SNS인 리빈에 타깃광고 서비스도 구축 중이다. 이용자의 생활반경에 맞춘 광고가 집행되니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광고를 보면 일정량의 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청을 독려할 계획이다.


인정받는 강소 핀테크 기업에서 왜 블록체인을?

피노텍은 원래 비대면 금융인증과 대출 등을 전문으로 하는 강소 핀테크 기업이었다. 국내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금리가 더 싼 은행으로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주담대 간편이동 플랫폼’(대환대출 모바일 플랫폼) 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모아 공개해놓은 곳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이 유리한지 확인하려면 금융 소비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다. 확인한 뒤 대출 은행을 옮기려 할 때도 담보로 잡혀 있는 부동산의 등기이전 업무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대환대출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각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 전자등기를 통해 간편하게 대출 은행을 바꿀 수 있다. 

피노텍이 리빈 개발 초기에 생각했던 것은 암호화폐가 아니었다. 당초 위치정보를 통한 본인 인증 시스템이 목표였다. 개발 당시에는 홍채, 지문 등 생체 인증 기술이 화제였으나 한계가 있었다. 생체 인증 수단은 정보가 유출되면 다른 정보로 바꾸기 어렵다. 지문이나 홍채 정보가 유출됐다고 이를 지우고 다른 무늬로 새겨 넣기는 불가능하기 때문. 지문은 3D프린터의 등장으로 쉽게 위조가 가능했다. 홍채도 2014년 독일 해커단체 CCC가 고화질 사진과 3D프린터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홍채를 복제, 공개한 사건이 있었다. 

김 대표는 “당시 휴대전화에 서명하면 그 필체를 토대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었다. 필체, 필압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서명을 분류했으나 이것만으로는 본인 인증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됐다. 그래서 여기에 맥락 인증을 섞어 인증 신뢰성을 높일 계획이었다. 단순히 필체가 아니라 위치정보 기록을 통해 언제, 어디서 서명했는지를 확인하고 이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함부로 고칠 수 없게 만들고자 했다. 이를 비대면 담보대출에 활용해 블록체인을 이용한 스마트 콘트랙트를 핀테크에 도입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개발은 순조로웠지만 문제는 규제였다. 당시 국내에서는 대부분 공인인증서를 쓰고 있어 맥락 인증 방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유럽에서는 개인정보를 무상으로 모아 인증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이때 피노텍 자회사인 피노체인이 본사에 맥락 인증 기술을 통한 토큰을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던졌다.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성이 낮은 남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위치정보 기반의 토큰을 만들어 시장을 구축해보자는 것. 김 대표는 “위치정보 기록 관련 기술은 이미 확립돼 있었다. 그래서 암호화폐 자체의 기능보다 이 화폐를 어떤 용도로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데 더 집중했다. 암호화폐공개(ICO) 전에 이미 암호화폐 생태계 설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덕분에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대형 IT업체와 파트너십 협약을 맺고 1, 2차 토큰 프리세일을 통해 400억 원이 넘는 이더리움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팔 수 있는 토큰이 아닌, 살 수 있는 토큰

리빈과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Qoo10(큐텐)이 8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 제공 · 피노텍]

리빈과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Qoo10(큐텐)이 8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 제공 · 피노텍]

리빈은 개인 위치정보를 통해 이득을 얻고, 그 이득을 빈이라는 토큰으로 이용자에게 분배한다. 분배까지만 생각했다면 기존 암호화폐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리빈은 플랫폼에서 빈을 사용할 수 있다. 리빈에는 여느 SNS와 달리 투자, 기부, 구매 탭이 탑재돼 있다. 투자 탭은 빈을 통해 다른 암호화폐는 물론, 다양한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할 수 있는 기능이다. 현재 베타서비스에서는 다른 ICO 등에만 투자가 가능하지만 추후 SNS에서 직접 크라우드펀딩까지 할 수 있게 만들 예정이다. 

구매 탭은 리빈으로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법한 상품이 상위에 노출된다. 이때 돈 대신 빈으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리빈은 글로벌 쇼핑 플랫폼 Qoo10(큐텐)과 협약을 맺었다. 리빈이 베타서비스를 거쳐 최종 오픈하면 큐텐은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빈을 결제에 활용하고 리빈에 대한 홍보활동에 나선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리빈 내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각종 쇼핑몰이나 신용카드사, 항공사 마일리지 등을 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피노텍 측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나항공과는 관련 협약을 맺었고 향후 OK캐시백, CJ 등 다양한 마일리지의 빈 전환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리빈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기부 탭이다. 투자 탭에서는 이용자가 가진 빈을 최대 50%만 쓸 수 있지만 기부 탭에서는 전액 사용이 가능할 정도. 김 대표는 기부 탭을 “가장 투명한 소셜크라우드펀딩”이라고 소개했다. 기부가 필요한 자연재해 피해자나 내전지역 거주민들이 자신의 사연을 올리고 필요한 빈 액수를 적으면, 이를 본 리빈 이용자들이 바로 빈으로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이다. 

피노텍 측은 “기부에 대한 불신도 빈을 통한 기부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부는 대부분 기부단체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기부액 일부가 운영비용 등으로 지출된다. 이때 일부 단체는 모인 기부금을 전용하기도 해 기부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 하지만 리빈의 기부는 단체를 거치지 않고 기부를 받는 사람에게 바로 빈이 가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기부 받는 사람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희귀병을 고치겠다고 기부금을 받아서는 치료비로 일부 쓰고 나머지로는 자동차를 사는 등 일부 몰지각한 사례 때문. 하지만 리빈에서는 기부를 요청한 사람이 빈을 어디에 사용할지 용처를 한정할 수 있다. 만약 자연재해 발생 지역에서 음식이 필요해 기부를 받는다면, 빈의 현금화는 불가능하고 리빈 내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이용해 식료품 구매만 가능한 식으로 용도를 한정할 수 있는 것. 

리빈은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도 탑재할 예정이다. 언론사와 협약을 맺고 기사를 모은 뒤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로 분석 알고리즘을 만들어 관심을 가질 만한 독자에게 기사를 선택적으로 자동 노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팀잇처럼 기사의 열람 수나 독자의 공감 수에 따라 기자, 언론사가 빈을 받을 수 있다. 피노텍 측에 따르면 현재 IT 전문매체 지디넷(ZDnet)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피노텍이 리빈을 통해 빈의 사용 생태계를 구축하려 노력하는 이유는 낙후지역에 금융을 수출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가에 가보면, 스마트폰이 유일한 매체인 경우가 많다. 낙후지역에 어떻게 스마트폰이 있을 수 있느냐고 지적하곤 하는데 막상 가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IT 기업이 선의로 설치해준 무선통신망과 점점 저렴해지는 보급형 스마트폰 덕분”이라고 밝혔다.


북위 30도 아래로는 모두 리빈 한다

리빈 애플리케이션 광고창과 구매창, 마일리지 변환창(왼쪽부터),5월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리빈 콘퍼런스’. [사진 제공 · 피노텔]

리빈 애플리케이션 광고창과 구매창, 마일리지 변환창(왼쪽부터),5월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리빈 콘퍼런스’. [사진 제공 · 피노텔]

그는 여기서 가능성을 봤다. 북위 30도 위의 유럽, 북미권 등에서는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동남아 일부 지역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금융이라는 개념 자체가 부족하다. 이들에게 빈을 통해 금융을 알려주고 싶었다. 낙후지역의 어려운 점은 환전 문제다. 선진국 회사에 취업해 외화를 벌어 본국의 가족에게 보낼 때높은 송금 및 환전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사용하면 이 같은 수수료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번 돈을 빈으로 환전해 본국에 보내면 송금 및 환전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빈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6년 한 해 동안 해외 이주 노동자가 본국에 송금한 금액은 총 4450억 달러(약 500조 원)에 이른다. 10년 전인 2007년에 비해 약 51% 증가했다. 김 대표는 “빈의 사용처를 만들어 시장에서 화폐로 가치를 인정받으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위 30도 아래 지역(오세아니아는 제외)에서는 빈이 화폐와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다. 이 지역 인구만 30억 명이 넘는다. 사용자가 늘어난다면 화폐로서 가치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일단 출시 후 5년 안에 빈 사용자를 10억명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꾸던 꿈처럼 암호화폐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빈으로 제3세계 화폐는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주간동아 2018.09.12 1155호 (p34~37)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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