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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

‘여왕’이란 호칭을 영구결번으로 남겨둘 가수

아레사 프랭클린(1942~2018)

‘여왕’이란 호칭을 영구결번으로 남겨둘 가수

왼쪽부터 시계방향순 [위키피디아, flickr@InSapphoWeTrust, AP =뉴시스]

왼쪽부터 시계방향순 [위키피디아, flickr@InSapphoWeTrust, AP =뉴시스]

팝 음악계에서 머라이어 케리와 셀린 디옹 같은 디바들이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1998년 4월 ‘디바스 라이브’라는 생방송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케리와 디옹은 물론이고 글로리아 에스테판, 샤니아 트웨인, 캐럴 킹 같은 팝 여제들이 한자리에 섰다. 하지만 그들 누구도 진정한 주인공은 아니었다. 그 자리는 바로 데뷔 40주년을 눈앞에 둔 여가수의 몫이었다. 

아레사 프랭클린. 이 거대한 이름 앞에서는 누구도 ‘스타병’의 흔적조차 내보일 수 없었다. 데뷔 때부터 성대 관리에 철저했던 그는 리허설 중 공연장의 에어컨을 모두 끄도록 지시했다. 실내 온도는 찜질방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출연진 가운데 마지막으로 리허설 무대에 오른 프랭클린은 환기구 근처에 손을 대보고 화를 버럭 냈다. 그러고는 공연장을 빠져나가 숙소로 가버렸다.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혼비백산했다. 그를 위해 제작된 수백만 달러짜리 프로그램이 리허설 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리허설을 건너뛴 프랭클린은 큐시트에 적힌 대기 시간에 맞춰 나타났고, 마지막에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을 불렀다.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당대 디바들이 뒤에서 기꺼이 코러스를 맡는 것을 지켜봤다. 이 노래를 작곡한 캐럴 킹은 물론이고 머라이어 케리까지. 대중은 알 수 있었다. 이 여가수들, 즉 디바의 시대가 어디서 발원했는지를. 물론 그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최고조로 돌아가던 에어컨은 모두 꺼진 상태였다. 

8월 16일 타계한 프랭클린에게는 평생 ‘솔의 여왕’이자 ‘레이디 솔’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재즈의 마지막 황금기였던 1950년대 후반 데뷔한 그는 로큰롤 시대였던 1960년대 수없이 많은 명곡을 쏟아내며 ‘솔’이라는 단어를 팝 전반에 뿌리내렸다. 99년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여가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으며, 2005년엔 여가수로는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훈장을 받았다. 

어떤 시대건 디바의 수식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따라붙곤 했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뒤를 잇는…’ 식으로 말이다. ‘디바’라는 말은 휘트니 휴스턴의 등장과 함께 처음 쓰였지만 휴스턴조차 프랭클린의 앞뒤에 서는 것을 꺼렸다. 20년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그의 노래와 직접 비교되는 순간, 스스로가 초라해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절창의 각종 기교를 프랭클린이 최초로 시도했고 최고 완성도를 보여줬다. 단순히 음역대와 성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의 대표곡이자 첫 빌보드 1위 곡인 ‘Respect’를 보자. 전형적인 기승전결 구조에서 벗어나 메인 보컬과 코러스 멜로디가 테마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노래에서 프랭클린은 음절의 끝을 낚아채듯 끊어가며 반복의 지루함을 없앤다. 멜로디 상으로는 상승 구조가 아님에도 그는 오직 자신의 보컬 능력만으로 듣는 이에게 말할 수 없는 고양감을 불러일으킨다. 

비틀스가 세상을 지배하던 그때, 20대 중반의 프랭클린은 이 노래로 솔 창법의 전범을 확립했다. 흑인 여성의 지위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낮았던 그때, 프랭클린은 이미 ‘흑인 여성’의 범주를 뛰어넘는 어떤 존재였다. 단언컨대, 이후 어떤 여가수도 그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프랭클린 생전에 누구도 ‘여왕’이라는 호칭을 쓸 수 없었다. 여가수가 음악계에서 활동하는 한, 그 자리는 영구결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18.08.29 1153호 (p78~78)

  •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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