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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의 세상 관심법

당장의 이익과 나중의 더 큰 이익

당장의 이익과 나중의 더 큰 이익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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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실험(Marshmallow Experiment)’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월터 미셸(Walter Mischel)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1960년대 네 살배기 아이들의 의지력을 확인하기 위해 기발한 실험을 했다. 대학 캠퍼스 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한 명씩 작은 방으로 불러 의자에 앉힌 뒤 마시멜로를 줬다. 책상 위에는 종을 올려놓았다. 실험자가 방을 나가면서 아이들에게 “내가 다시 돌아올 때 넌 마시멜로를 먹어도 좋아”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지금 당장 마시멜로를 먹고 싶으면 책상 위 종을 울려. 그럼 내가 돌아올 테니까. 하지만 종을 울리지 않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2개 줄 거야.” 

마시멜로를 바로 눈앞에 두지 않고 숨겨놓았을 때 아이들은 훨씬 더 오랫동안 참을 수 있었다. 해당 실험에서 가장 오래 참고 기다린 아이들은 마시멜로에 대한 관심을 흩뜨리는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실험자가 돌아올 때까지 뭔가를 중얼거리거나 혼자 노래를 부르는 아이도 있었고, 시선을 마시멜로에서 딴 데로 돌린다든지 손으로 눈을 가리는 아이도 있었다. 자제력의 마스터라 할 수 있는 어떤 아이는 아예 드러누워 한숨 자기까지 했다. 

10여 년이 지난 1981년부터 미셸 교수는 실험 대상이던 아이들을 찾아 여러 해 동안 관찰했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았던 아이들이 그동안 거둔 성과는 실로 놀라웠다. 15분간 마시멜로 먹기를 기다린 아이들은 30초가 지나자마자 종을 울린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SAT(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 점수가 210점이나 높았다. 그 후 마시멜로 실험은 욕구를 참는 아이가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관념을 만들었다. 이 실험을 통해 ‘만족의 지연(delayed gratification, deferred gratification)’ 개념이 등장했다. 인생의 성공을 바란다면 아이에게 자기 통제력과 인내심을 가르치라는 육아 지침이 널리 통용됐다.


만족의 지연이 성공을 가져온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들이 8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최저임금 인상 규탄 집회를 열고 자영업자 생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들이 8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최저임금 인상 규탄 집회를 열고 자영업자 생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최근 연구는 기존 마시멜로 실험 결과에 회의적이다. 당시 실험에서 어머니가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아이는 마시멜로를 먹기까지 평균 3.99분이 걸렸고, 45%만 실험을 통과했다. 반면 어머니가 대학 학위를 소지한 아이는 평균 5.38분의 인내심을 보였으며, 68%가 실험을 통과했다. 그리고 자기 통제력이 성공과 별로 관련 없음을 발견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아동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라고 주장한다. 즉 사회경제적 배경이 만족을 지연하는 능력을 키우고 미래 성공을 예측한다. 

여러분은 눈앞에 이익이 있을 때 훗날의 더 큰 이익을 위해 참고 기다리겠는가, 아니면 당장의 이익을 취하겠는가. 이러한 결정에는 현 상황이 매우 유의미하게 작용한다. 즉 단순히 참을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훗날의 더 큰 이익이 반드시 보장되거나 보장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 참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반면, 보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 자신의 현 상황이 무척 중요하다. 만일 내가 먹고살 만한 여유가 있고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당장의 이익보다 나중의 더 큰 이익을 도모할 테다. 하지만 당장 굶주리거나 미래를 기다리면서 버틸 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다면 눈앞의 이익을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자영업자가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며 조금만 기다리면 소득이 늘어난 많은 국민이 지출을 늘리고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나 중소기업 직원의 급여가 늘어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더 많이 소비하고, 편의점과 중소기업 매출도 오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인건비 지출이 늘어 소득이 줄어드는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상공인은 먼 미래를 기다리기엔 상황이 무척 절박하다. 그들의 이런 절박함은 눈앞의 이익 실현(혹은 손실 보상)을 위해 직원을 더는 채용하지 않거나 기존 직원을 내보낼 공산이 크다. 직원들에게 급여를 더 많이 줘 그들의 신바람에 의해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데도 경영자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열악하다면 마시멜로 실험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도 지금보다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그다지 원치 않는다. 내 주머니를 비워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생각이 별로 없다. 사회적 상생을 위해서는 나눔과 공존의 선한 가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해야 할 일이지 법적 강제에 의해 나누고 싶지는 않다. 그렇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많은 사람이 저항을 하는 것이다. 그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그들은 그런 비난을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마시멜로 실험을 여러 번 통과했어도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적잖다. 저소득 근로자는 회사가 잘되면 언젠가는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겨 참아왔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동안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아온 사람들은 언젠가 임금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참아왔지만 지금까지는 그 꿈이 이뤄지지 않았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정규직으로 전환돼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번번이 깨지고 말았다.


현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가에 달려

이와 같이 마시멜로 실험 통과를 강요받았던 사람들이 과실을 얻지 못하자 불만이 누적됐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이 사회적으로 거대한 흐름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들을 지지 기반으로 해 정권 창출에 성공한 집단이 현 집권층이다. 집권층은 그들의 마시멜로 실험 통과를 높게 평가하면서 그들에게 2배의 성과물을 주려 한다. 그런데 문제는 2배의 성과물이 그리 넉넉하게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지금 당장은 2배의 성과물을 줄 수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모두 없어질 수 있다. 그러니 새로운 성과물을 마련해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가. 

미국 중산층 부모는 자녀에게 ‘네가 자제력을 발휘해 참고 견디면 더 큰 보상을 얻을 것’이라고 가르쳤지만, 빈곤층 부모는 ‘기회가 있을 때 잘 먹어야 굶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중산층 부모는 자녀를 챙겨주면서 제공할 보상을 갖추고 있지만, 빈곤층 부모는 그렇지 못하다. 

정부나 국가는 국민에게 줄 보상을 충분히 갖췄는가. 만일 그렇다면 언제까지 챙겨주고 보상할 수 있을까. 만일 국가 능력이 부족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면, 국민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할까. 경제를 인식하는 수준에 따라 우리 앞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혹시 한쪽 사람들에게는 마시멜로 실험을 견뎌내며 통과할 것을 강요하고, 다른 한쪽 사람들에게는 마시멜로 실험 따위는 애초 틀린 것이니 지금 당장 국가가 제공하는 이익을 잘 챙겨먹으라고 하고 있지 않는가. 또한 누가 정권을 잡는지에 따라 마시멜로 실험의 통과 또는 실패 대상이 정반대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마시멜로 실험을 치르는 국민은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에 따라 완전히 다른 태도로 임하게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18.08.29 1153호 (p62~63)

  •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psyso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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