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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는 왜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이 출전 못 한 유일 종목 됐나

대한체육회, 규정 충족 못 시켜…쿠라시, 삼보, 펜착실랏도 같은 처지

브리지는 왜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이 출전 못 한 유일 종목 됐나

브리지를 하는 덩샤오핑(왼쪽). 브리지를 하는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오른쪽). [동아DB]

브리지를 하는 덩샤오핑(왼쪽). 브리지를 하는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오른쪽). [동아DB]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의 전체 종목 수는 40개다. 그중 한국 대표가 유일하게 출전하지 않은 종목이 하나 있다. 바로 이번 대회부터 정식종목이 된 브리지다. 

브리지는 카드게임의 일종이다. 영미권 탐정물에 자주 등장하는 게임으로, 중국에선 프랑스 유학생 출신으로 최고지도자가 된 덩샤오핑(鄧小平)이 좋아해 널리 유포됐다. 

브리지는 17세기 초 영국 서민층에서 시작된 ‘휘스트’ 또는 ‘휘스크’라는 카드놀이가 18세기 들어 유럽 내 사교모임을 통해 확산되면서 다양한 변종이 만들어졌다. 브리지라는 이름은 게임이 끝나면 트럼프 카드의 숫자가 죽 연결된다고 해 붙은 것이다. 아시아경기에서는 ‘콘트랙트 브리지’가 채택됐다. 1926년 미국 철도왕 밴더빌트의 손자이자 요트선수인 해럴드 밴더빌트가 미국 서부 해안에서부터 뉴욕까지 요트 항해를 하며 고안해냈다고 알려졌다. 팀워크가 중요한 두뇌게임이란 점에서 체스, 바둑 등과 함께 ‘마인드 스포츠’로 분류된다.


팀워크가 중요한 마인드 스포츠

2인 1조가 돼 4명이 경기를 펼친다. 동서 또는 남북으로 마주 앉은 사람이 한 팀(페어)이다. 조커를 제외한 52장의 트럼프 카드를 4명이 13장씩 나눠 가진 뒤 어느 팀이 먼저 공격하고, 수비할지를 ‘비딩’(bidding·입찰)을 통해 가린다. 

경기 중에는 말 또는 몸짓으로 같은 팀이 가진 13장의 카드(핸드) 정보를 교환할 수 없다. 다만 특정 카드 숫자와 무늬를 통해 같은 팀의 핸드 정보를 교환하는 동시에 상대 팀의 핸드 정보를 어림짐작하게 되는데, 이를 비딩이라고 한다. 비딩을 통해 자기 팀이 획득할 트릭의 숫자(7~13)를 선포한다. 상대 팀이 그보다 높은 트릭을 선언하지 않는 한 이를 계약(콘트랙트)의 성립으로 받아들여 경기가 진행된다. 

계약 선언자(declarer)의 왼편에 앉은 수비팀의 일원이 먼저 바닥에 카드 한 장을 내놓는다. 그러면 시계방향으로 그 카드와 같은 무늬의 카드를 차례로 내놓는다. 이때 선언자의 맞은편 파트너는 자신의 핸드를 모두 바닥에 공개하고 선언자의 지시에 따라 카드를 내놓는다. 그 플레이어를 더미(dummy)라고 부른다. 그렇게 한 바퀴 돌아 제출된 4장의 카드를 1트릭(trick)이라고 한다. 그 트릭에서 가장 높은 점수의 카드를 내놓는 사람이 이기게 된다. 

이긴 사람은 다음 트릭에서 바닥 카드를 내놓을 권리를 갖는다. 그렇게 각자가 가진 카드가 전부 없어질 때까지 하기에 모두 13번을 하게 된다. 이를 1보드라고 한다. 1보드가 끝나면 공격 팀과 수비 팀의 트릭 수를 계산해 점수화한다. 점수 상으로 이겼더라도 처음 선포한 트릭 수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면 패배한 것이 된다. 1보드가 끝나면 팀을 바꿔가며 다른 보드를 진행하고, 대략 25보드 안팎이 되면 합산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이를 1세션이라 하는데 토너먼트 참여 팀이 많은 국제대회에선 2~3세션까지 진행된다. 

아시아경기 브리지에는 모두 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남녀페어 각 1개, 혼성페어 1개, 4명(예비후보를 포함하면 6명)이 한 팀이 되는 남자단체 1개(여자단체는 빠짐), 혼성단체 1개, 남남, 여여로 이뤄진 팀으로 단체전을 치르는 슈퍼혼성 1개다. 

브리지는 체력을 겨루는 종목이 아니라서 실력만 갖췄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출전할 수 있다. 특히 치매를 예방하는 건강한 소일거리로 안성맞춤이라 노년선수가 많다. 이번 아시아경기 최고령 참가자인 필리핀 콩 테 앙(85)을 필두로 80대 선수만 3명이나 된다. 

그런데 한국은 왜 이번 대회에 불참하게 됐을까. 선수가 부족해서? 아니다. 1993년 창립된 한국브리지협회에 따르면 정회원은 400명, 인터넷으로 브리지를 즐기는 준회원까지 합치면 1000명 수준은 된다. 지난해엔 아시아·태평양브리지연맹(APBF)이 주최하는 제51회 아시아·태평양브리지선수권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했고, 올해 초 인도 고아에서 열린 아시아컵브리지대회에 20여 명이 출전해 여자페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는 성과도 올렸다.


선수는 있지만 출전 못 한 한국

한국브리지협회가 개최한 토너먼트 대회. [사진 제공·한국브리지협회]

한국브리지협회가 개최한 토너먼트 대회. [사진 제공·한국브리지협회]

그런데 왜 아시아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을까.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려면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돼야 한다. 한국브리지협회는 2016년까지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였다. 하지만 그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하나로 통합하면서 가맹단체 기준이 강화됐다. 정회원단체는 전국 17개 시도지부 중 12개 이상, 준회원단체는 9개 이상, 인정단체는 6개 이상 지부를 갖춘 경우에만 가맹단체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회장단의 독선적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를 거친 전국단체를 갖추게 하려는 조처였다. 

하지만 한국브리지협회의 경우 회원들이 서울과 경기 일대에 집중돼 있어 전국 규모의 지부 성립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그해 인정단체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이후 선수층이 얇은 종목은 이 규정 자체가 선수 육성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민원이 계속 제기됐다. 그래서 규정이 일부 완화됐다. 2017년 자비 출전이 가능한 인정단체의 기준을 6개 시도지부 이상에서 3개 시도지부 이상으로 줄였다. 올해에는 올림픽 종목 내지 아시아경기 정식종목일 경우 시도지부가 1개만 돼도 준회원단체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한국브리지협회는 먼저 회원이 가장 많은 서울과 경기도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이번엔 서울은 25개 구, 경기도는 27개 시군구에서 3분의 1 이상 지부가 결성돼야 한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그래서 시군구가 14개인 전북에 지부를 만들려 했으나 역시 시군구지부가 2개 이상이 돼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실패했다. 이번 아시아경기에 마샬 아츠(무예)의 하부종목으로 추가된 4개 종목 가운데 ‘주짓수’(브라질 유도)를 제외한 ‘쿠라시’(중앙아시아의 씨름), ‘삼보’(러시아 격투기), ‘펜착실랏’(인도네시아 무예)도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표선수를 내보내지 못했다. 

한국브리지협회 회장인 정일섭 성균관대 교수는 “브리지 회원들은 서울 강남3구와 경기 분당, 용인, 과천 지역에 몰려 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중앙과 지방에서 서로 공을 넘기는 바람에 출전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브리지는 2022 베이징아시아경기에서도 정식종목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한체육회가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8.08.29 1153호 (p6~7)

  •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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