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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ON THE STAGE

우리는 ‘괴벨스 공화국’에 살고 있는가

연극 ‘괴벨스 극장’

우리는 ‘괴벨스 공화국’에 살고 있는가

[사진 제공 · 극단 파수꾼]

[사진 제공 · 극단 파수꾼]

영원한 제3제국을 부르짖던 독일 히틀러는 1945년 4월 30일 자살했다. 며칠 뒤 소련군은 독일 수도 베를린으로 진격해 제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는다. 최후 순간까지 나치 수뇌부들이 숨어 반전을 모의했을 지하벙커에서는 잠옷을 입은 여섯 아이의 시신이 발견된다. 여섯 아이의 이름은 히틀러를 기리고자 모두 ‘H’로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청산가리를 먹인 부모는 성냥박스를 품은 채 권총으로 자살했고, 처참하게 타다 만 시신이 소련군에 의해 발견됐다. 아버지 이름은 요제프 괴벨스(1897~1945)였다. 

그는 금발의 건장한 아리안족(族)과는 거리가 먼 검은머리의 작고 왜소한 체형이었다. 어릴 적 앓은 골수염의 후유증으로 평생 오른쪽 다리를 절었다. 이 태생적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그는 악착같이 공부했고, 25세에 독일문헌학으로 하이델베르크대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비록 정치·문화·예술 평론으로 힘겹게 생계를 꾸려갔지만, 괴벨스는 곧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언변으로 대중을 사로잡았고 이런 선동 능력을 간파한 히틀러의 총애로 12년 동안 나치 선전장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세 치 혀로 세상의 눈과 귀를 마비시킨 정권 2인자이자 나팔수였다. 

희대의 정치 연출가인 괴벨스가 연극무대에 나타났다. 괴벨스는 여전히 그럴 듯한 논리로 세상에 할 말이 많다. 2016년 초연 이후 연극 ‘괴벨스 극장’은 매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괴벨스 역을 맡은 배우 박완규는 특유의 인상 깊은 연기로 75분간 관객을 몰입케 한다. 독일이라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나라가 어떻게 나치 조직의 조작에 의해 집단최면에 걸려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져야 했는지를 날카롭고 유쾌한 에너지로 펼쳐낸다. 연출가 이은준의 유려한 연출로 태어나는 잔혹한 괴벨스. 그의 광기 어린 인생을 통해 관객은 인간 본성과 인간다움의 간극을 통찰한다. 

극단 파수꾼의 대표인 연출가 이은준이 묵묵히 자신의 연출세계를 이어오는 모습을 보면 극단 이름인 파수꾼과 제법 어울리는 듯하다. 

괴벨스가 지구 반대편에서 죽은 지 74년이 지났지만 연극은 괴벨스의 목소리를 통해 2018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경고장을 날린다. 지금 우리는 ‘괴벨스 공화국’에 살고 있는가. ‘파수꾼’ 이은준의 외침은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심장을 갖게 하고 시대정신에 눈뜨게 한다. 괴벨스가 자극한 분노와 분열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8.08.22 1152호 (p80~80)

  • | 공연예술학 박사·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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