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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 기무사 감청

불법과 합법 사이 줄타기 “노무현만 감청했겠나”

국방장관 - 국회의원 통화 ‘라이브’로 엿들어, 기무사 “국가안보 목적 감청만 한다”

불법과 합법 사이 줄타기 “노무현만 감청했겠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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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찰에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관련 수사를 할 때 일이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 한 허름한 건물에서 기무사 직원들의 감청 작업을 목격했다. 시내버스 종점 인근이었다. 무슨 전화를 감청했는가는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장 없는 감청임에는 틀림없었다. (군사법원에서) 감청영장을 받으려면 군검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 A씨의 얘기다. 그는 “군내 전화는 기무가 다 감청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가안보를 내세우면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기무사 감청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다. 

최근 기무사 감청에 대한 논란이 새삼 일었다. 한 시민단체가 기무사 내부 제보라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통화를 감청했다”고 폭로했다. “민간인 수백만 명을 사찰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데 기무사의 힘을 아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놀라운 얘기가 아니다. 

“군 지휘관 전화 감청은 기본이다. 예전엔 국가안보 명목으로 중앙부처와 청와대 전화까지 감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포폰을 쓴 이유가 뭐겠나. 도청을 우려했던 것 아니겠나.”(전직 군 수사기관 관계자) 

“대통령까지 감청한다. 노무현만 했겠나. 정보기관이란 게 다 그렇다. (감청)영장은 필요 없다. 필요하면 다 한다. 보고서 만들 때 근거가 필요하니.”(전직 기무사 관계자) 

대전복(對顚覆), 즉 쿠데타 예방이 주 임무인 기무사는 정보기관이자 수사기관이다. 비유하자면 군의 국가정보원(국정원)이다. 첩보를 수집하고 정보를 생산하며 대공수사권을 행사한다. 또한 주요 지휘관을 비롯한 장교들의 동향을 감시한다. 기무사가 작성한 존안자료는 종종 진급심사 때 활용됐다. 군 장교들이 기무사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국방부 교환국 기무 요원들 상주

8월 4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경기 과천시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열린 기무사령관 취임식에서 남영신 신임 기무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방부]

8월 4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경기 과천시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열린 기무사령관 취임식에서 남영신 신임 기무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방부]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보안 업무에 종사하는 기무부대 군인과 군무원은 군사법경찰관 지위를 갖는다. 이들의 수사 범위는 깊고 넓다. 군형법은 물론 국가보안법, 군사기밀 보호법,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이 대상이다(군사법원법 제44조).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대상으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까지 수사할 수 있다. 민간인도 군사기밀 보호법을 위반하면 수사 대상이 된다. 외국인(외국 국적 한국인 포함)도 예외가 아니다. 

감청은 첩보 수집 수단이다. 어느 나라든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은 감청을 한다. 문제는 불법성이나 악용 가능성이다. 감청을 불법적으로 하면 도청이다. 믿을 만한 여러 제보자에 따르면 기무사는 주요 보직장교(대령급 이상) 사무실의 유선전화를 감청해왔다. 군용 휴대전화도 감청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기무사는 일반 감청을 고유 업무로 여기는데,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감청은 영장에 근거해야 한다. 범죄 사건의 경우 군검찰을 통해 군사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야 한다. 그걸 오·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군검찰 재직 시 기무의 잘못된 감청 관행을 개선하고자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관련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기무는 군사기밀 보호법상 방첩을 담당한다. 그 범주에서 지휘관 전화 감청 등 일반 감청을 한다. 그런데 영장 없는 일반 감청은 헌법 위반 여지가 크다.” 

1990년대 후반 군검찰은 민간 검찰(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과 공조해 병무비리 수사를 진행했다. 깊이 수사하다 보니 기무사 직원들이 병무비리에 개입한 흔적이 속속 드러났다. 기무사는 “군검찰이 과도하게 수사한다”며 반발했다. 군검찰은 기무사가 도청 등으로 수사팀 꼬투리를 잡으려 한다고 의심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 변호사 B씨의 회고다. 

“통화할 때 잡음이 자주 나기에 당시 국방부 본관 지하실에 있던 교환국을 불시에 급습했다. 제한구역이었는데, 기무 상사가 막아섰다. 감청영장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점검하러 왔다고 하니 물러섰다. 여성 교환수로 가득 찬 공간에 기무 직원들이 깔려 있었다. 군내 주요 사무실 전화선을 감청 장치에 연결해놓았다. 전화번호별로 구분돼 있었다. 감청선을 기무부대로 연결해 그쪽에서도 엿들을 수 있게 해놓았다. 기무는 보안 차원에서 대령급 이상 주요 보직자 전화를 감청한다. 그런데 당시 기무가 나를 비롯한 수사팀 검찰관들의 사무실 전화도 감청하고 있었다. 군전화, 일반전화 가리지 않았다. 외부와 통화가 가능한 일반전화는 사무실에 한 대씩 있었다. 감청 현장을 촬영하고 영장 문제를 지적하자 기무 고위 장교가 달려와 사정했다. 그다음 주에 다시 가보니 내 전화는 감청 대상에서 제외했더라.” 

당시 군검찰도 수사 목적으로 감청을 했다. 처음에는 인근 전화국에 특정 전화번호를 주고 감청을 요청했다. 녹음기를 설치해 대상자가 전화기를 들면 자동으로 녹음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전화국을 찾아가 감청 여부를 확인하고 녹음테이프를 교환하는 게 번거로웠다. 그래서 기무사 방식대로 전화국 회선을 빼와 사무실에서 직접 감청했다. 감청장비는 600만 원짜리였다. 이런 장비를 기무사는 20대, 군검찰은 5대를 갖췄다고 한다. 

군검찰은 병무비리 수사 초기 기무사의 지원을 받았다. 도피 중이던 거물급 브로커 박모 씨를 추적할 때였다. 헌병 원사로 병무청 파견 근무를 했던 박씨는 병무비리의 상징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수사팀은 박씨가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곳 주변 공중전화들을 6개월간 싹쓸이로 감청했다.


린다 김 머물던 호텔방 전부 감청

1990년대 후반 기무사로부터 장기간 감청당한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 [동아DB]

1990년대 후반 기무사로부터 장기간 감청당한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 [동아DB]

당시 군검찰에는 기무사 요원 수십 명이 파견됐다. 기무 감청팀은 박씨가 도피 중 평소 친분이 있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안모 의원과 접촉한 사실을 알아냈다. 안 의원 사무실 전화를 감청한 덕분이었다. 당시 안 의원과 국방부 장관이 이 문제로 통화하며 다퉜다. 기무 감청팀에서 그 내용도 감청했다. 군검찰은 기무 감청팀에서 전화선을 연결해줘 ‘라이브’로 장관과 국회의원 간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었다. 

모 이동통신사 고위 간부 C씨는 원격 전화감청에 대해 “전화국에서 선만 따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은 국내에 들어오면 서울 논현동 A호텔에 머물렀다. 기무사는 이 호텔방 전화를 모조리 감청했다. 수사 목적에 따른 합법적 감청이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B씨는 “기무사가 린다 김에 대해 장기간 지속적으로 감청영장을 신청했는데, 내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제동을 건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기무사 감청은 합법과 불법 사이를 넘나든다. 기무사가 합법적 감청을 할 수 있는 근거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제6조와 제7조다. 제6조는 범죄수사, 제7조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통신제한조치다. 통신제한조치는 우편물 검열과 전기통신 감청을 뜻한다(통신제한조치 등 허가 규칙 제1조). 

군사법경찰관은 범죄수사를 할 때 군검찰관을 통해 법원 또는 군사법원에 감청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보안 업무에 종사하는 기무부대원, 범죄수사를 하는 헌병 등이 군사법경찰관에 해당된다. 감청영장 기한은 최대 2개월이고, 필요시 연장할 수 있다. 몇몇 전직 군법무관(군검찰관, 군판사)에 따르면 기무사에서 군검찰에 감청영장을 신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상자가 민간인일 때나 더러 신청했다고 한다. 따라서 군 내부에 대한 감청 실태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층 논란이 되는 것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감청이다. 통비법 제7조에 따르면 정보수사기관(국정원, 기무사)의 장(長)은 국가안보에 위험이 예상되거나 대테러활동에 필요한 경우 감청이 가능하다. 통신의 일방 또는 쌍방이 내국인이면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제7조 1항 1호). 대상자가 외국인이나 외국 기관인 경우에는 서면으로 대통령 승인을 얻어야 한다(제7조 1항 2호). 국정원 감청의 법적 근거가 바로 이 조항이다. 

그런데 기무사 감청에 대해서는 단서조항이 있다. 국가안보 목적이라도 오로지 ‘작전수행을 위한 군용전기통신’에 한해서만 감청이 가능하다. 군용전기통신이란 군사적 목적으로 유선, 무선, 광선과 전자적 방식으로 부호, 문언, 음향, 영상을 송수신하는 것을 일컫는다(군용전기통신법 제2조). 이 경우 외국인에 대한 감청처럼 대통령의 서면 승인이 필요하다. 만약 기무사에서 군용전기통신을 감청하려면 국정원을 거쳐야 한다. 기무사령관이 국정원장에게 계획서를 제출하면 국정원장이 검토한 후 대통령에게 승인을 요청한다(통비법 시행령 제8조).


“지휘관 통화내용 훤히 알고 있더라”

경기 과천시에 있는 국군기무사령부 정문. [동아DB]

경기 과천시에 있는 국군기무사령부 정문. [동아DB]

기무사가 통비법을 어기지 않으려면 군내 통화라도 그것이 범죄수사나 국가안보와 관련한 작전수행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감청해선 안 된다. 바로 민홍철 의원이 지적한 ‘일반 감청’의 문제점이다. 기무사 사정에 밝은 예비역 대령 D씨는 “감청은 일상”이라고 말했다. 

“기무는 쿠데타 방지 차원에서 지휘관 동향을 감시한다. 장관, 합참의장, 각 군 참모총장 어느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감청은 기무 고유 업무다. 일상적으로 한다. 그거 없으면 기무가 일을 못 한다. 주요 보직자의 군용전화 감청은 지금도 100% 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사례로 들려줬다. 

“사령관 참모로 근무할 때 관할 기무부대장과 친하게 지냈다. ‘우리 사령관이 어제 누구와 무슨 통화를 했느냐’고 물으면 다 알려줬다. 한때 사조직 사건에 휘말려 밀착감시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기무 요원이 그랬다. ‘어디서 얘기해도 감청되니 숨기지 말고 다 털어놓으라’고.” 

정보기관의 휴대전화 감청 여부는 오래전부터 논란거리였다. 전직 기무사 고위 간부 E씨는 참여정부 초기 기자에게 “기무사가 휴대전화도 감청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가 기무사 내부 정보를 훤히 아는 자리에 있었기에 신빙성이 높아 보였다. 

“도청은 국정원도, 기무사도 다 한다. 기무사가 휴대전화 간 통화를 감청할 수 있는 장비를 몇 년 전 구매했다. 기무사는 군 전화선에 접근 가능한 시설과 장비를 갖춰 얼마든지 군내 전화를 도청할 수 있다.” 

기무사가 군용 휴대전화를 감청한다는 얘기는 군 안팎에 널리 퍼져 있다. 이와 관련해 B씨의 증언이 흥미롭다.
“기무사가 군검찰에 제출한 영장신청서에 유선전화번호와 함께 휴대전화번호가 적혔던 적이 있다. ‘이건 뭐냐. 휴대전화도 감청하는 거냐’고 묻자 ‘실수’라며 얼버무렸던 기억이 난다.” 

군인 대부분이 사용하는 군용 휴대전화는 일반 대리점에서는 취급하지 않는다. 군전화 전용 대리점에서만 개통할 수 있다. ‘010-50’으로 시작하는 지정 번호를 받는다. 

최근 예편한 예비역 장교 F씨는 “군인들이 감청당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군용 휴대전화를 쓰는 것은 싸고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군용 휴대전화끼리 통화할 경우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또한 군 내부 전화망에 접속해 군부대 사무실 전화와 직통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방부를 비롯해 부대별로 정해진 코드번호와 전화번호를 누르면 곧바로 연결된다. 일반 휴대전화는 부대 사무실에서 외부와 연결되는 일반 전화기의 번호를 알아내 통화해야 해 번거롭다. 

이와 별개로 주요 보직자는 군에서 지급하는 보안용 휴대전화를 쓴다. 개인 고유번호가 아니라 직책에 따른 번호이므로 인사발령이 나면 후임자가 넘겨받아 사용한다. F씨는 “보안폰도 기무가 감청한다고 들었다. 장관도 군용 휴대전화를 쓰면 감청된다”고 말했다. 

군용 휴대전화는 어떤 원리로 감청할 수 있을까. 전직 군 수사기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군용 휴대전화는 무조건 국방부 기지국을 거쳐 해당 기지국으로 연결된다. 무선 전파가 국방부 기지국에서 다른 기지국으로 넘어가는 구간은 유선이다. 그 망을 가로채는 것이다. 훈련 때 무전기를 감청하는 원리와 같다.”


“군용 휴대전화는 주로 작전, 훈련 때 감청”

 7월 24일 오후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맨 앞)과 이석구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계엄 문건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7월 24일 오후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맨 앞)과 이석구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계엄 문건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C씨에 따르면 기지국과 기지국은 다 무선으로 연결된 게 아니다. 유선구간도 꽤 있다. 기지국과 중계국은 유선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다. 예컨대 A가 B에게 휴대전화를 걸면 무선으로 A 주변 기지국에 이른 다음 유선으로 중계국을 거쳐 다시 무선으로 B 주변 기지국에 연결돼 통화가 이뤄진다.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 혹은 유선구간을 지나는 전파를 가로채면 감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9월 기무사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이름이 바뀐다. 인원 감축과 부대 축소, 순환교류 인사, 민간인 사찰 금지 등 몇 가지 ‘개혁 조치’가 뒤따른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비롯해 그간 기무사 개혁을 부르짖던 사람들은 ‘도로 기무사’라고 비판한다. 핵심 임무와 기능이 거의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혁’이 아니라 ‘물갈이’라는 냉소적 평가도 있다. ‘계엄 문건’을 빌미로 과거 정권 세력을 청산한 후 정권안보 차원에서 기무사를 여전히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국정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당론이 아님을 전제로 “국정원과 마찬가지로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가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무사 수사 기능을 떼어내 헌병이나 군검찰로 넘겨야 한다. 정보 수집과 생산도 분리해야 한다. 정보 생산은 인사사령부 등으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김 의원은 기무사 감청과 관련해서는 “국회나 감사원, 국정원 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직무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민홍철 의원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기무사 업무는 전혀 감사를 받지 않는다. 국방부도 통제하지 못한다. 정보를 수집하고 생산하는 기관이 수사까지 담당하면 부작용이 엄청나다. 감청은 방첩 업무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범위와 용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일반인 감청을 가능하게 하는 군사법원법도 개선해야 한다. 영장 없이 하는 일반 감청은 인권침해다.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감청에 대한 법적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기무사 공보과에 질문지를 보냈다. 공보과 관계자는 전화로 답변해왔다. 요약하면 이렇다. 

“기무사는 통비법 제7조에 따라 국가안보 목적으로 합법적인 통신제한조치(감청)를 한다. 군용 휴대전화는 감청하지 않는다. 외국인과 고위 공직자는 감청 대상이 아니다. 통비법 제11조(비밀준수 의무)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해달라.” 

전직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지금은 다들 휴대전화를 쓰기 때문에 기무사가 유선통화 감청영장을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용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있다는 것과 감청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라며 “주로 작전이나 훈련 때 감청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기무사령관 통화 감청한 내막
“육참총장-기무사령관 국제통화 감청, 청와대 민정에 보고”
불법과 합법 사이 줄타기 “노무현만 감청했겠나”
2004년 11월 국방부 검찰단은 육군 진급비리 수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수사 결과 육군본부가 장성(준장) 진급심사 때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존안자료를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 달 뒤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육군은 크게 반발했다. 

그 무렵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남재준 육군 참모총장의 국제통화를 감청했다는 얘기가 군검찰 주변에 나돌았다. 남 총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송영근 기무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이를 국정원이 감청해 청와대 민정라인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 통화에서 남 총장은 진급비리 수사 결과와 관련해 군검찰 및 국방부, 청와대에 불만을 쏟아내는 한편,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고 했다. 수소문 끝에 청와대 민정라인으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은 인사의 증언을 확보했다. 

국정원과 기무사 양쪽에 확인취재를 했으나 양쪽 모두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 그러면서 양쪽 다 강하게 ‘보도 유예’를 요청했다. 통화내용을 확인한 것은 이듬해 5월 송 사령관이 전역한 직후였다. 기무사 공보라인이 주선해 그를 모 호텔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서 그는 국제통화 사실을 시인하고 그 내용도 대략 설명했다. 휴대전화로 통화했다고 했다. 

사실 통화내용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국정원의 국제통화 감청 기술이었다. 전직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해외 무선통화는 무조건 특정 기지국을 통과하기 때문에 거기서 낚아채면 감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무선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해외 유선전화는 각 통신사 국제관문국을 통해야 한다. 거기만 통제하면 모든 감청이 가능하다. 무선전화 감청 원리도 같다. 요즘 감청기술이 워낙 발달해 국정원 정도면 못 하는 감청이 없다고 봐야 한다.”

국정원 “내국인 국제통화 무조건 감청, 사실 아냐” 

국정원 제1차장을 지낸 염돈재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은 “국제통화는 몇 개월 단위로 대통령 승인을 얻어 일괄적으로 감청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병기 의원은 “국제전화를 감청하는 것은 해외 정보 수집이 국정원 직무 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해외통화라도 특정인 번호를 감청하거나 특정 e메일을 들여다볼 때는 영장을 받아야 한다. 그는 국정원 휴대전화 감청 논란에 대해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감청 장비나 기술은 갖고 있지만 지금은 활용할 수 없다. 불법이니까. 정보기관으로서 감청 권한은 가져야 한다. 다만 불법 여부를 감시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면 된다.” 

국정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감청과 관련한 ‘주간동아’ 질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내국인은 국내·국제통화 모두 법원 허가 없이 통신제한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내국인 국제통화를 무조건 감청한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무선통신제한조치는 관련 장비, 시설, 조직을 갖추지 않아 불가능하다.” 

2005년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국정원의 휴대전화 도청 논란이 불거졌다. 국정원은 부인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이후 국정원은 휴대전화 감청 장비와 시설, 조직을 모두 폐기했다고 발표했다.




주간동아 2018.08.22 1152호 (p54~58)

  •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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