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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여자’라서가 아니라 ‘범죄’라서

차근히 따져보면 편파수사·판결이라 보기는 어려워

‘여자’라서가 아니라 ‘범죄’라서

‘동일범죄, 동일처벌’이라는 문구의 유행이 더위처럼 이어질 전망이다. 워마드가 또 그 중심에 있다. 워마드 회원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것은 경찰이다.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워마드 운영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선 것. 사법부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5월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피의자는 최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성계의 반발은 거세다. 그간 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나 웹하드 등에 음란물이 많이 올라와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다 워마드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주장이다. 홍대 몰카 사건 관련 선고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지다. 그동안 몰카범이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았지만 홍대 몰카 사건 피의자인 여성에게는 실형이 선고됐다며, 여성이 음란물 유포 범죄를 저지르면 남성보다 강하게 처벌한다고 비판했다. 

8월 8일 부산지방경찰청은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워마드 운영진 ‘관리자’(워마드에서 쓰는 닉네임) 강씨에 대해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워마드에 올라온 남자 목욕탕 몰카 사건을 수사하던 중 올해 5월 강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남자 목욕탕 몰카 사건과 비슷한 사진들은 예전에도 워마드에 종종 올라왔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몰카 음란물을 올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남자 목욕탕 몰카 사진 게시물에는 사용된 카메라와 촬영법까지 함께 올라와 게시자가 직접 찍은 것으로 추정됐다.


워마드는 탄압받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8월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8월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게시자가 아닌 관리자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게시자를 특정하기 어려웠기 때문. 다른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면 압수수색 영장을 해당 커뮤니티 관리자에게 보내 게시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커뮤니티 사이트 관리자가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는 워마드의 경우 관리자의 협조가 없으면 게시자 정보를 알 수 없다. 경찰은 “워마드 관리자들에게 e메일로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나 답변이 없었고 삭제 조치도 미흡해 방조죄가 성립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강씨가 한국에 입국하는 즉시 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다. 또 수사 중 강씨의 혐의가 늘어나면 국제형사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국제체포수배)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워마드와 일부 여성계는 크게 반발했다. 그간 남성 위주의 커뮤니티에도 음란물이 많이 올라왔지만 관리자를 수사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30여 개 여성단체는 8월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웹하드를 중심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이 활발하게 유포되는 상황에서 워마드 운영자를 대상으로만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다. 경찰은 그동안 역할 방기를 반성하고 불법촬영물에 대해 제대로 접근하지는 못할망정, 워마드 운영자에게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것이 여성의 목소리에 응답한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80여 명의 여성단체 회원은 ‘오늘의 유머’(오유),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디씨),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남성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 커뮤니티 사이트 목록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동일범죄, 동일처벌(수사), 경찰은 제대로 실시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루리웹’ ‘클리앙’ 등 각종 커뮤니티 이름이 거론됐다. 요약하면 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는 수사에 착수한 적도 없으면서 워마드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발표에 따르면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도 줄곧 음란물 관련 수사와 처벌이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은 8월 9일 ‘워마드 수사 관련 참고 자료’를 통해 “일베와 관련해서도 올해만 69건의 사건을 접수해 53건에 대한 피의자를 검거했다. 최근에는 운영진의 협조로 ‘박카스 할머니와 성매매를 했다’는 글과 함께 노년 여성의 주요 신체부위가 노출된 사진을 올린 20대 남성을 검거하기도 했다. 반면, 워마드와 관련해 접수된 사건 32건 가운데 검거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게시자 처벌이 기본이지만, 워마드 관리자가 게시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관리자가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경찰청은 8월 10일 사이버 성폭력 수사팀을 신설하고 워마드 외에도 해외 기반 음란물 사이트와 웹하드 업체 등을 체계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커뮤니티 어떻기에

워마드와 일부 여성계의 주장과 달리 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 음란물 공유가 자유로운 것도 아니었다. 오유, 루리웹, 클리앙, 엠엘비파크 등 남초로 분류되는 커뮤니티의 공지를 확인한 결과 모든 사이트에서 음란물 공유가 금지돼 있었다. 만일 음란물을 게시한 이용자가 있다면 운영진이 해당 게시물을 삭제처리한 뒤 활동 제한 등의 처분을 내린다. 음란물을 자주 게시할 경우 그 계정으로는 영원히 게시물을 올릴 수 없는 ‘영구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워마드 공지사항에는 관련 규정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다. 그 대신 이용자 IP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지가 있다. 이에 음란물이 올라오면 관리자가 지울 수 있지만 누가 올렸는지는 알기 힘들다는 것. 8월 14일 올라온 ‘한남충의 요망한 작전’이라는 게시물에는 한 남성이 전라로 누워 있고 성기 아래에 칼을 댄 사진이 첨부됐다. 8월 15일 오전 11시 기준 이용자 102명이 이 게시물을 보고 ‘추천’ 버튼을 눌렀고, 2033건의 조회수를 기록해 일일베스트(하루 중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게시물을 모아놓은 게시판)로 옮겨졌다. 

워마드 관리자는 자신은 혐의가 없다며 경찰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관리자 강씨는 8월 9일 워마드 공지란에 ‘경찰이 씌운 근거 없는 혐의에 반박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강씨는 이 글을 통해 ‘워마드 운영자로서 위법적인 콘텐츠를 발견할 때마다 성실하게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리자를 여러 명 두고 있는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와 달리 관리 인력이 적어 대응이 늦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강씨는 ‘e메일에 모든 증거기록이 남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속적으로 삭제 요청 e메일을 보내왔고, 이에 최대한 성실히 응답했다’고도 밝혔다. 방통위 발표에 따르면 워마드에 보낸 게시물 시정 요구는 총 79건으로, 이 중 일부는 삭제됐으나 운영자가 했는지, 게시자가 직접 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전히 유통 중인 게시물도 있다.


소라넷부터 잡고, 워마드 신경 써라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동료 남성모델의 나체를 찍은 혐의로 기소된 안모 씨(가운데). [뉴스1]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동료 남성모델의 나체를 찍은 혐의로 기소된 안모 씨(가운데). [뉴스1]

일각에서는 소라넷 등 과거 여성 대상 몰카 사진이나 영상, 음란물이 퍼졌던 곳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서 워마드에만 수사력이 집중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라넷도 워마드와 마찬가지로 서버가 해외에 있는 데다, 핵심 운영진이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2015년 3월 소라넷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 해외에 거주 중인 운영자 4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리고 워마드 관리자와 달리 인터폴에 협조를 구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조치도 내렸다. 그 결과 6월 운영자 한 명이 자진 귀국해 검거됐다. 그만큼 당장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해도 워마드 관리자가 금방 체포될 가능성은 낮다. 

‘제2의 소라넷’으로 불리던 꿀밤 운영진도 지난해 검거됐다. 꿀밤은 서버는 미국에 뒀지만 운영진이 국내에 있어 소라넷보다 빨리 검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결과는 징역 2년에 벌금 1500만 원. 당시 재판부는 범죄로 벌어들인 수익 6억3000여만 원을 운영진에게서 추가로 추징했다. 

물론 소라넷과 꿀밤 등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아니라 음란 사이트다. 음란물을 공유해 돈을 벌었으니 워마드와 동일선상에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찰이 커뮤니티 사이트인 워마드를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한 이유가 있었다. 목욕탕에서 몰래 찍은 나체 사진에 어린이 사진도 5장 포함돼 있었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는 단순히 음란물 전시 외에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아동 음란물 전시 혐의를 같이 받게 된다. 경찰은 8월 10일 “워마드에 아동 음란물이 올라와 게시자를 수사하려는데 운영자에게 전화해도 반응이 없고 삭제 조치도 안 됐기 때문에 방조죄가 있다고 봤다”며 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밝혔다. 

워마드에는 여느 커뮤니티와 다르게 ‘데스노트’라는 게시판이 있다. 이곳은 미러링의 일환으로 남성 화장실과 목욕탕 등에서 찍은 몰카나 음란물이 올라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워마드에서도 높은 등급의 회원만 열람이 가능하다. 5월 한 누리꾼이 트위터에 ‘워마드 데스노트 박제’라는 계정을 만들었다. 워마드 데스노트 게시판을 열람할 수 있는 누리꾼이 게시물을 캡처해 올리는 것. 이 계정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워마드 데스노트에는 남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는 사람을 몰래 찍은 사진과 해외 어린이 나체 사진, 홍대 몰카 피해자에 대한 조롱 그림 등이 게시돼 있었다. 

8월 13일에는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동료 남성모델의 나체를 찍은 혐의로 기소된 여성모델 안모(25) 씨가 1심 판결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안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 판사는 “안씨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과 남성혐오 사이트에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게 사진을 게시해 피해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심각한 피해를 안겼다. 피해자가 사회적 고립감, 우울감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고 앞으로도 누드모델로서 직업 활동 수행이 어려워 보이는 등 피해가 상당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워마드는 물론, 여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편파 판결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몰카 범죄 피의자는 초범일 경우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는 일이 많았기 때문. 실형까지 이어진 것은 드문 일이다. 따라서 이들은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외치며 사법부가 여성에게 편파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같은 날 전 여자친구와 성관계 장면을 29차례에 걸쳐 몰래 촬영하고 8차례 동의 없이 알몸을 촬영한 고모(21) 씨에 대한 재판에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를 두고 여성단체는 물론 SNS에서도 “37회 여성을 찍은 몰카는 집행유예고, 남성을 몇 번 몰래 찍으면 실형이냐”는 비난이 퍼지고 있다. 

두 사건이 유사해 보이지만 사법부는 피해 정도가 다르다고 판단했다. 일단 두 사건은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차이점이 있다. 고씨는 전 여자친구를 몰래 찍은 영상과 사진을 본인의 온라인 저장공간에 보관해왔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단독 한정식 부장판사는 고씨에 대한 양형 이유로 “사진을 유포하지 않았지만, 촬영 횟수가 적잖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6년 수도권 일대 워터파크 여자 샤워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찍어 유포한 강모(34) 씨와 최모(27·여) 씨는 각각 징역 4년 6개월과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남자는 집행유예, 여자는 실형?

워마드 홈페이지. [워마드 캡처]

워마드 홈페이지. [워마드 캡처]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1년 1월~2016년 4월 서울지역 관할 법원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 사건 1심 판결문 1540건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 1109건으로 전체의 72.0%에 달했다. 집행유예와 선고유예가 각각 14.7%(226건), 7.5%(115건)로 뒤를 이었다. 징역이 선고된 사건은 5.3%(82건)에 불과했다. 이 수치만 보면 편파 판결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사진을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한 사건만 한정해보면 결과는 또 다르다. 분석 대상 가운데 촬영물이 유포된 사건은 66건에 불과했다. 이 경우 집행유예가 24건, 징역이 18건, 벌금형이 19건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피해자와 합의 여부도 형량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같은 조사에서 촬영물이 유포됐고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0건, 실형 선고가 17건이었다. 이전 판결을 찾아봐도 홍대 몰카 사건 관련 판결이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일단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고, 피해자와 합의도 되지 않았다면 징역 10월의 판결이 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8.08.22 1152호 (p12~15)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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