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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현실이 되는 날을 꿈꾸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을 지켜보며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현실이 되는 날을 꿈꾸다

6월 24일 강원 철원 고석정에서 열린 공연에서 글렌 매틀록과 차승우, 크라잉넛 멤버들이 합동 공연을 마치고 열띤 객석을 배경 삼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6월 24일 강원 철원 고석정에서 열린 공연에서 글렌 매틀록과 차승우, 크라잉넛 멤버들이 합동 공연을 마치고 열띤 객석을 배경 삼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을 볼 수는 없겠지만~.” 

강산에가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일렉트릭 기타 연주자 한 명만 동반한 채 노래한 그의 마지막 곡은 ‘라구요’였다. 여느 공연에서도 부르는 노래지만 이 순간은 특별했다.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안에 있는 폐역, 강원 철원 월정리역의 플랫폼에서 열린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한낮의 태양 아래서 노래하는 그의 뒤에 자리한 녹슨 기차는 그 어떤 무대 소품보다 상징적이었다. 

사전 신청을 통해 모인 관객 100여 명 사이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있었다. 그들도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폐로 위에 걸터앉아 방백과 강산에, 영국 포크 뮤지션 뉴턴 포크너의 공연을 즐겼다. 민통선인 만큼 경호업체가 아닌 현역 군인들이 주변을 지켰다. 6·25전쟁 발발 일을 바로 앞둔, 23일과 24일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의 한 장면이다.


글래스턴베리가 기획한 페스티벌

이승환, 차승우 ·  글렌 매틀록  ·  크라잉넛의 리더 한경록, 선우정아,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공연 장면(왼쪽위부터시계방향). [사진 제공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이승환, 차승우 ·  글렌 매틀록  ·  크라잉넛의 리더 한경록, 선우정아,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공연 장면(왼쪽위부터시계방향). [사진 제공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이 페스티벌이 열린 과정 자체가 극적이다. 지난해 가을, 세계 최대 음악축제인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의 메인 프로그래머 마틴 엘본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홍대 앞에서 열리는 ‘잔다리 페스타’ 참석차 내한했던 그는 남은 일정 동안 비무장지대(DMZ) 근처를 관광했다. 그러던 중 월정리역을 보고 여기서 페스티벌을 열겠다고 마음먹었다. 

잔다리 페스타 팀이 중심이 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원도에서도 적극 나섰다. 개최가 확정된 건 올해 초였다. 동북아 정세가 최악일 무렵,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정국도 정국이거니와, 비무장지대 근처에서 축제를 열려고 하던 몽상가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우드스톡 페스티벌 창시자도 기획자로 나섰건만, 행사는 열리지 못하고 취소된 적도 있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은 그 쉽지 않은 일을 어떻게든 일궈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개최된, 희대의 타이밍에 말이다. 

이 페스티벌은 세 곳에서 열렸다. 6월 23일 특별 프로그램은 철원 노동당 당사에서 시작됐다. 폐건물 안에서 펼치는 콜렉티브 에이의 무용 퍼포먼스와 가수 선우정아의 공연이 있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월정리역으로 이동해 건국 이래 남한 최북단에서 열리는 공연을 봤다. 그리고 철원 고석정랜드로 옮겼다. 피스 스테이지와 플레이 스테이지, 두 곳의 무대가 설치된 이 페스티벌의 ‘주기지’였다. 

모든 게 이상적이었다. 우리가 ‘페스티벌’이란 말을 들으면 떠올리는 라인업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대신 프랑스와 영국, 팔레스타인 등에서 날아온 뮤지션들이 진기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아프리카계 프랑스 밴드, 집시들로 구성된 밴드, 심지어 팔레스타인 음악을 눈앞에서 볼 수 있으랴. ‘이름값’과 무관하게, 편견 없이 듣고 즐길 수 있는 그들의 음악은 새로운 자극이기에 그것으로 충분했다.


진짜 DMZ에서 공연을 꿈꾸며

[사진 제공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사진 제공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펑크의 아버지인 섹스 피스톨스의 베이시스트였던 글렌 매틀록과 크라잉넛, 차승우의 합동 무대는 이 페스티벌의 정점이었다. 명백히 비즈니스가 돼버린 근래 페스티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라인업, 그리고 철원까지 찾아온 관객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공동체로서 페스티벌 그 자체였다. 10여 년 전까지도 하나의 이상향처럼 여겨지던, 우드스톡과 글래스턴베리의 문화가 철원에서 싹트는 듯했다.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들어온 관객들의 연령대는 50대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철원 현지 주민들이었을 것이다. 인근 지역 10대들도 밤늦도록 티켓 박스 앞에 줄을 섰다. 문화 불모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철원에서는 기대할 수 없던 아름다운 밤이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은 내년에도 열릴 예정이다. 그때는 좀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라인업도 충분히 보강할 수 있을 테다. 북한과 관계도 긍정적인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가정들을 하던 중 큰 꿈을 하나 꿔봤다.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 진짜 DMZ 안에서 페스티벌이 열리는 꿈 말이다. 허황된가? 6개월 전이라면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꿈이 이뤄진다면, 말 그대로 세계가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을 주목할 수밖에 없으리라.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순진하던 시절의 환상이 그날, 현실로 아로새겨지리라.




주간동아 2018.07.04 1145호 (p78~79)

  •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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