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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 6월 25일 / 화정평화재단 ‘한반도 정세 분석’ 간담회

“北 비핵화 대신 평화 · 한미동맹으로 이슈 전환”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 …  동북아 안보구축위한 한국 정부 목표없어

“北 비핵화 대신 평화 · 한미동맹으로 이슈 전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2일 오전 북 · 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2일 오전 북 · 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이후 행보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북한 비핵화 추진에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양국은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고, 북한은 중국과 유례없는 밀월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의 조건과 이행 템포를 늦추고 있지만 이것도 지금으로선 쉽지 않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6월 25일 한반도 정세 분석을 위해 개최한 연구위원 간담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물밑에서 미·중이 한반도에 대한 서로의 영향력 축소를 놓고 치열하게 부딪치면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황 교수를 비롯해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이동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석호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장이 참석했다.


“트럼프, 비핵화 대신 ICBM 폐기로 딜 할 수도”

5월 24일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핵실험 관리 지휘소 시설이 폭파되며 목조 자재와 돌멩이들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이날 지휘소 시설 7개 동이 폭파됐다. [길주=사진공동취재단]

5월 24일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핵실험 관리 지휘소 시설이 폭파되며 목조 자재와 돌멩이들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이날 지휘소 시설 7개 동이 폭파됐다. [길주=사진공동취재단]

황일도 교수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코너에 몰리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만으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딜을 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미·중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압박을 가하면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지만, 최근 상호 무역전쟁까지 벌이고 있어 긴밀한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미·중에 북한 비핵화를 강력히 추진하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를 들고 나올 수 있어 섣불리 나서기도 힘들다. 북한이 인민군을 앞세워 국가 경제건설과 국가 보위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경제개발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개발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북한 비핵화가 생각만큼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미동맹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북한 비핵화 논의가 어느 순간 한미동맹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한미동맹 이슈가 압박해오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아무런 합의나 논의가 없다. 북한 비핵화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난 후 동북아 안보판 구축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목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동북아 안보에 대한 논의와 목표가 없으면 앞으로 새판 짜기 전략 수립도 불가능해진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동북아 다자협력체제 구축’ 정도로는 변화하는 한반도 질서를 다루기에 매우 어려울 것이다. 

박철희 교수 지금 상황은 북한 비핵화보다 평화에 방점이 찍히면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에도 우리의 고민은 깊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닌 모자 3개(주한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 겸임)를 하나씩 제거해가는 형태가 가장 우려스럽다. 연내에 6·25전쟁의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전쟁이 끝났으니 유엔사령부(유엔사)를 해체하라는 압박이 이어질 것이다. 유엔사를 해체하고 미국의 주한유엔군사령관 지위가 사라지면 한국과 일본 간 안보 연결고리가 끊긴다. 유엔사와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는 유사시 한국의 안보를 담보한다. 이 고리가 끊기고 북·미 평화협정 추진 과정에서 북한이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요구할 경우 한미의 대북 억제력 약화가 초래될 수 있다. 결국 안보 주축인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 이후엔 주한미군 주둔이 왜 필요하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다. 어떤 논리로 이를 막을 것인지 우려된다. 평화가 먼저고 비핵화가 이에 따라붙는 지금 같은 상황 전개는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다. 

김한권 교수 한미연합훈련과 주한미군 이슈가 분리되더라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이 과도하게 군사대국으로 이어지는 것을 피하려는 북·미 사이에 일정 부분 공통된 이해관계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북한은 지금까지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지만 결정적인 견해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종전선언과 북·미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미국은 단계적인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연합훈련 중단, 한미연합사 해체 등을 양보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가 진전될 경우 중국이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반발할지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북한이 미국 측에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강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최근 북·중 국경에서 행해지는 밀무역 움직임을 살펴보면 북·중 간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고 협상카드를 키우기 위한 논의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북·중, 북·미 간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이 과연 명확한 목표와 절대 물러서지 않을 정책, 시간표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과 언론이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화로 북한 비핵화 근본적 회의”

이동선 교수 북한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하지만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접근한 것은 모두 중국을 보고 한 일이다. 북한의 행동은 그동안 중국이 주장하던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병행) 요구를 이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 편에 설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3차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완화를 노리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근처에 가면 중국은 대북제재에 눈을 감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제재를 풀지 않아도 중국을 구워삶고 한국이 조금 보태주면 먹고살 만할 것이라고 계산한 듯하다. 문재인 정부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척되면 북한에 적극 진출하고 싶을 테다. 하지만 미국은 실질적인 비핵화가 안 될 경우 대북제재를 계속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ICBM을 제거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눈감아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은 미국은 물론, 특히 한국에 매우 위험하다. 이 경우 북한의 전략핵은 제거해도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핵 사용 가능성을 굉장히 높이는 것이다. 

신석호 팀장 북한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은 다자주의 색채를 띠고 있었으나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뒤로는 급격하게 북·미 양자구도로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대화로 북한을 비핵화할 능력이 있는지, 중국을 계속 단속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가장 유의할 것은 미국 단독으로 취한 대북제재를 북한의 비핵화 이행 속도와 관계없이 얼마나 빨리 해제할지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가 어느 순간에 풀릴지도 유심히 봐야 한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최근 북한이 비핵화 이행보다 북·미 관계 개선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간동아 2018.07.04 1145호 (p60~61)

  • |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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