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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도전 멈추지 않는 원숙미 가득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테누타 디 비세르노’

도전 멈추지 않는 원숙미 가득

로도비코 안티노리. [사진 제공 · 나라셀라㈜]

로도비코 안티노리. [사진 제공 · 나라셀라㈜]

오르넬라이아(Ornellaia)와 마세토(Masseto)는 이탈리아 최고 명품 와인이다. 이 와인들을 만든 로도비코 안티노리(Lodovico Antinori)는 14세기부터 토스카나에서 와인을 만들어온 안티노리 가문의 26대손이다. 로도비코는 가문의 영광을 누리기보다 독자적인 길을 택했고, 그의 새로운 와인은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다. 

1943년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로도비코는 학업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한동안 안티노리 와인의 수입을 담당했다. 재주가 많고 모험심도 강한 그에게 단순한 판매 업무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평소 사진을 좋아했던 그는 동남아시아로 가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로도비코가 고향인 토스카나로 돌아온 것은 1980년대 초였다. 삼촌이 만든 사시카이아(Sassicaia)가 세계적으로 호평받자 로도비코는 그에 못지않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의욕에 불탔다. 안티노리 운영은 형 피에로(Piero)에게 맡겨둔 채 그는 도전의 길을 선택했고, 오르넬라이아와 마세토를 세상에 내놓았다. 오르넬라이아는 50만 원대, 마세토는 100만 원대를 호가한다. 하지만 모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2년 그는 오르넬라이아와 마세토를 매각하고 또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테누타 디 비세르노의 대표 와인에 속하는 비세르노, 실크처럼 매끈한 질감이 매력적인 일 피노 디 비세르노, 가장 저렴하지만 맛에서는 명품 와인 못지않은 정교함이 느껴지는 인솔리오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나라셀라㈜]

테누타 디 비세르노의 대표 와인에 속하는 비세르노, 실크처럼 매끈한 질감이 매력적인 일 피노 디 비세르노, 가장 저렴하지만 맛에서는 명품 와인 못지않은 정교함이 느껴지는 인솔리오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나라셀라㈜]

예순이 다 된 나이에 로도비코는 테누타 디 비세르노(Tenuta di Biserno)를 설립했다. 그는 포도를 기른 적이 없는 처녀지를 매입해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시라(Syrah) 등을 심었다. 오르넬라이아는 카베르네 소비뇽, 마세토는 메를로로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여러 품종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와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테누타 디 비세르노의 대표 와인은 비세르노다. 이 와인은 고도가 높고 서늘한 곳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며 28개월의 긴 숙성 기간을 거친 뒤 출시된다. 맛을 보면 잘 익은 과일향, 매콤한 향신료향, 적당한 산도, 강건한 보디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힘과 우아함을 모두 갖춘 와인의 표본이다. 제일 좋은 포도로만 만들기 때문에 생산량이 연간 3만 병에 불과하다. 

일 피노 디 비세르노(Il Pino di Biserno)는 비세르노 바로 아래 등급 와인으로 연간 8만 병이 생산된다. 비세르노보다 농밀함은 덜하지만 세련미가 느껴지고, 실크처럼 매끈한 질감이 매력적이다. 과일향이 풍부하고 향신료와 꽃향이 그윽해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 

인솔리오(Insoglio)는 엔트리급 와인이다. 가장 저렴하지만 맛에서는 명품 와인 못지않은 정교함이 느껴진다. 푸근한 타닌을 기반으로 피어나는 신선하고 달콤한 과일향이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럽다. 다양한 음식과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다. 

테누타 디 비세르노 와인들의 공통점은 원숙미다. 토스카나 명장이 만든 와인답게 무한한 깊이와 절제된 힘이 균형을 이룬다. 비세르노 41만 원, 일 피노 디 비세르노 14만 3000원, 인솔리오는 8만 원이며, 전국 와인타임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8.06.13 1142호 (p76~76)

  •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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