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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의 세상 관심법

화목한 가정의 핵심은 부부

‘배우자의 부족함 억지로 고치려 들지 말라’ 등 십계명 기억하라

화목한 가정의 핵심은 부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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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청와대로 어린이들을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가해자의 37.3%가 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서글프고 수치스러운 한 단면이다. 

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받고, 화목한 가족 공동체에서 협력과 상생을 배운 우리는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현실에 놓인 사람이 적잖다. 

필자 진료실에도 각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청소년과 부모는 물론, 갈등으로 상처를 입은 부부, 심지어 가족으로부터 소외돼 우울증을 겪는 어르신도 찾아온다.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정신질환 사례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서 잠시 가족관계의 특성을 살펴보자. 첫째, 매우 밀접하다. 영·유아는 하루 종일 자신을 돌보는 엄마와 함께 있고, 아동이나 청소년도 방과 후 많은 시간을 부모와 함께 보낸다. 부부는 저녁시간 이후와 주말에 거의 함께 있다. 

둘째, 상당히 요구적인 특성을 가진다. 아이는 부모에게 뭔가를 해달라 하고, 부모는 아이에게 지시를 잘 따르거나 주어진 과제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부부도 마찬가지다. 권리를 가질 때만 요구하는 사회와 달리 가족끼리는 조건 없이 쉽게 뭔가를 요구한다. 

셋째, 물질적 보상보다 정신적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물질적 이득을 추구하지만 가족관계에서는 애정, 인정, 사랑, 보살핌, 고마움, 배려, 헌신, 만족, 행복 같은 정신적 만족을 추구한다. 

넷째, 강렬하고 깊은 감정 반응이 자주 일어난다. 여기에는 기쁨, 즐거움, 행복, 사랑 같은 긍정적 감정뿐 아니라 슬픔, 분노, 실망, 미움, 혐오 등 부정적 감정도 포함된다. 

다섯째, 자녀의 발달과 성장에 따라 관계의 질이 변화된다. 예컨대 어릴 때는 아이와 아빠의 관계가 무척 좋았는데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든 후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다. 또는 아이가 어릴 때는 부부 사이가 좋았지만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 급격히 나빠지기도 한다. 

여섯째, 서로 상반되는 감정, 생각, 행동이 공존한다. 아이의 경우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의 잔소리나 간섭은 굉장히 싫어하고, 아빠를 존경하지만 술 마시는 모습을 혐오하며, 가족을 위하면서도 제멋대로 행동할 때가 있다. 가족 간에는 이른바 ‘양가감정(兩價感情 · ambivalence)’이 자주 나타난다. 양가감정이란 좋음과 싫음, 사랑과 미움, 독립과 의존, 존경과 경멸 등 서로 반대되는 감정을 동일한 대상에게 동시에 갖는 것을 말한다. 

가족관계의 질은 필연적으로 구성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부모의 가치관이나 가정의 목표는 무엇인지, 형제자매의 관계는 어떤지에 따라 개인의 삶의 방식이나 성격이 달라진다. 또한 개인이 가진 문제의 상당 부분은 가족 간 잘못된 상호작용에서 기인한다. 즉 가족 구성원 간 의사소통 방식, 규칙, 가치관, 갈등 해결 방법, 위계질서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결국 가족의 친밀도, 화목도, 성숙도 등이 개인의 발달과 성장에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가족관계 자체는 불변이지만, 관계의 질은 상당히 가변적이다. 자녀의 발달 시기, 자녀의 행동 특성, 부모의 양육 태도, 부부관계의 질, 경제적 수준의 변화, 다양한 사건 등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는다. 즉 가족관계는 원만하거나, 화목하거나, 갈등이 있거나, 의존적이거나, 심지어 적대적 특성을 갖는 등 변화무쌍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런 가족관계의 가변성을 늘 안타까워한다. 애지중지 키운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어 부모에게 반항하고 거친 언행을 일삼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성인 자녀가 늙은 부모를 때리는 경우, 즉 노인 학대에 이르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예부터 효(孝)를 강조해온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 부모가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영·유아기 혹은 아동기 자녀를 학대하는 일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가정과 가족의 중요성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보다 각 가정의 노력이 중요하다. 핵심은 부모다. 자녀에게는 부모요, 그들 자신은 부부관계다. 부부 간 갈등 또는 다툼의 원인을 몇 가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의사소통 방식이 매우 다를 때나 관심 영역이 현저히 차이 날 때 대화가 줄어든다. 둘째, 서로 성격이 맞지 않는다. 가치관, 삶에 대한 태도, 성격적 특성에 큰 차이가 있으면 같은 현상을 두고도 상반된 해석을 내놓아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배우자가 명확하게 잘못을 저지른다. 폭력을 휘두르거나 외도를 하거나 도박을 하거나 술주정이 심하거나 가정을 돌보지 않는 것이다. 넷째, 배우자에게 질병이 있다. 중증, 만성, 정신질환 등이 있을 때 본인은 물론, 배우자 역시 고통 받는다. 다섯째, 경제적 어려움이다. 사업 실패, 수입 감소, 과도한 채무, 실직 등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면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여섯째, 자녀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양육 과정에서 자녀의 비행, 반항, 가출, 학업 부진, 학교 부적응, 학교 폭력의 가해 또는 피해, 미디어 중독(인터넷 게임, 스마트폰)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일곱째, 부양의 의무가 커진다. 양가 부모 가운데 누군가 많이 아프거나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해질 때 부양의 의무가 커지면서 갈등의 여지도 생긴다. 여덟째, 고부 갈등이다. 고부 갈등이 심할 때 부부관계가 나빠지기 쉽다. 사위와 장모의 갈등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홉째, 성적(性的) 문제다. 성관계가 거의 없거나 성적인 기대나 행동 양식의 차이가 큰 경우다. 열째, 종교 문제가 있다. 서로 종교가 다르거나 종교적 강요, 비난, 참여도의 차이가 있을 때 부부 간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이처럼 부부 갈등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해법 역시 한 마디로 제시하기 어렵다. 이에 부부관계에서 기본적으로 기억해야 할 십계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부부는 배우자를 서로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갖는다. 둘째, 상대방과 나에게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 셋째, 절대로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넷째, 사이가 좋지 않을 때도 별거나 이혼 등 극단적 생각은 가급적 안한다. 다섯째, 부부는 대화를 자주 나누도록 노력한다. 저녁식사 후 집안일을 정리하고 30분 동안 대화하기를 권한다. 평소 바쁘다면 주말에 최소 1시간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정해놓자. 여섯째, 가급적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린다. 일곱째, 부부는 가정 경제, 가사, 육아 등의 공동책임자이자 동반자적 협력자임을 명심한다. 여덟째, 배우자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려고 노력한다. 아홉째, 배우자의 부족한 점을 억지로 고치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는다. 열째, 폭력과 폭언을 절대 하지 않는다. 

이렇게 유지된 부부 간 사랑은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자녀가 성장해서도 똑같은 길을 밟게 되니 사랑과 화목의 세대 간 전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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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가정의 핵심은 부부


주간동아 2018.05.16 1138호 (p64~65)

  •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의학박사 psyso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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