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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WANTED’ 중국산업스파이 수배중

美 정부, ‘핵심 기술 탈취’ 우려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원 비자 제한 검토

‘WANTED’ 중국산업스파이 수배중

중국인 산업스파이들을 묘사한 일러스트레이션(위). 미국 기업들을 해킹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이 수배 중인 중국 출신 해커들. [유튜브, FBI 홈페이지]

중국인 산업스파이들을 묘사한 일러스트레이션(위). 미국 기업들을 해킹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이 수배 중인 중국 출신 해커들. [유튜브, FBI 홈페이지]

중국인 산업스파이가 미국에서 적발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은 1월 컴퓨터 제조업체 IBM의 전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쉬자창 피고인에게 산업스파이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중국 국적의 쉬 피고인은 2010년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근무하면서 IBM이 특허를 가진 소스 코드 등을 복제해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에 넘기는 등 산업스파이 활동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15년 12월 정보를 넘기려던 호텔 현장에서 잠입 수사를 펼치던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체포됐다. 그가 빼낸 소스 코드에는 컴퓨터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담겨 있었다. 그는 2007년 중국 화중과기대를 졸업하고 2007~2009년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뒤 IBM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미국 연방검찰은 4월 자국 기업의 기술을 훔쳐 중국 기업에 넘긴 중국계 미국인 스산과 중국 국적의 류강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기소했다. 두 사람은 2013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미국 모 기업의 비밀을 중국 타이저우 중푸 신재료(台州中浮新材料·CBMF)에 유출했다. 그가 절취한 기술은 복합 박막 플라스틱 소재에 관한 것으로 잠수함과 석유 탐사, 우주 등 군·민용에 활용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4곳에 불과하다. FBI는 CBMF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의심한다.


美 유학생 3분의 1이 중국 출신

중국인 산업스파이는 주로 미국 기업과 연구소의 정보를 빼내고 있다. 특히 중국 측 정보 활동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유학생과 연구원, 자국 출신 화교를 적절히 활용한다는 점이다. 공부를 목적으로 미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은 연간 100만 명에 달한다. 이들 중 3분의 1이 중국 출신이다. 미국 대학과 대학원의 컴퓨터, 물리, 화학 분야에는 수많은 중국인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민간 연구소는 물론, 국가가 운영하는 연구소에도 중국 출신인 박사후과정(post doctor) 연구원들이 있다. 중국 정보기관은 이들을 포섭해 주요 분야의 연구 결과나 특허 내용 등 각종 자료를 수집한다. 

최근 중국 정보기관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력하게 독려 중인 ‘중국 제조 2025’와 관련된 분야의 정보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 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추진하는 산업 고도화 전략을 가리킨다. 2015년 5월 중국 정부는 자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고자 10개 핵심 산업을 2025년까지 10년간 세계 1〜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10개 핵심 산업은 5G 통신을 비롯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차세대 정보기술(IT)·로봇 및 첨단 공작기계, 항공우주 장비, 해양엔지니어 및 하이테크 선박, 선진 궤도교통,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 장비, 농기계 장비, 신소재, 바이오 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이다. 중국 정부는 일종의 중국판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도다.


‘투명망토’ 기술 유출 사건

중국 선전에 있는 ZTE 타워.    [위키피디아]

중국 선전에 있는 ZTE 타워.    [위키피디아]

중국 정보기관은 ‘중국 제조 2025’ 분야들과 관련된 정보를 캐내려고 말 그대로 ‘인해전술’을 펴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나 연구하는 수많은 유학생과 연구원을 통해 ‘아주 작은 정보’라도 긁어모으고 있는 것. FBI 중국 전문가인 폴 무어 요원은 “만약 해변이 정보 대상이라면 미국은 위성으로, 러시아는 야밤에 잠수함과 특수부대를 보내 모래 한 바가지를 푸는 식으로 정보를 수집한다”며 “반면 중국은 해변에 다녀온 수천 명의 관광객 옷에 묻은 모래를 모아 정보를 완성한다”고 밝혔다. 빌 에버니나 미국국립컴퓨터보안센터(NCSC) 국장은 “중국이 유학생과 교육기관을 동원해 미국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 연구소의 극비 정보도 빼내고 있다”며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미국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FBI는 중국 정보기관의 이런 전술 탓에 중국인 유학생이나 연구원을 의심하면서도 산업스파이라고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투명망토’ 기술 유출 사건이다. 투명망토는 열감지기와 금속탐지기가 사물을 탐지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로, 미국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듀크대에서 연구해왔다. 그런데 중국이 3월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FBI는 수사를 벌인 끝에 듀크대에서 관련 실험에 참여한 중국 연구원 류뤄펑이 이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류는 FBI 조사 후 기소되지 않았다. 류가 참여한 단계의 기술이 아직 비밀로 분류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연구 과정에서 중국에 있는 동료들과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각종 자료까지 주고받았지만 이런 행위를 스파이 활동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 분야와 관련해 중국 출신 대학원생, 박사후과정 연구원 등이 미국 대학과 연구소에서 산업스파이 역할을 하는 것을 막고자 비자 발급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정보 수집 활동을 적극 지원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4월 19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일부 중국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자 산업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USCC가 지목한 중국 기업은 화웨이(華爲), ZTE(中興通訊), 레노버(聯想)다. 화웨이는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이자 통신장비 업체다. ZTE도 화웨이의 뒤를 잇는 중국 2위 통신장비 업체이며, 레노버는 세계 최대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 USCC는 “이들 기업이 지식재산권 절도는 물론, 국가 주도의 산업스파이 활동에도 연루돼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경고에 따라 미국 국방부는 5월 2일 잠재적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전 세계 미군기지에서 화웨이와 ZTE의 휴대전화를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두 회사의 제품이 해킹이나 스파이 행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FBI와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들도 미국 국민에게 해킹 우려가 있다며 화웨이와 ZTE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톰 코튼(아칸소)과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도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를 구매하거나 임차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상원에 발의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인 산업스파이를 막는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중국 제조 2025’ 분야의 제품들을 고율관세 대상으로 지정한 일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미래 산업 주도권을 차지하고자 ‘기술 패권 다툼’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주간동아 2018.05.16 1138호 (p50~51)

  •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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