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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여론 왜곡 3제

댓글 공작이 효과적인 까닭

정보 홍수 속 소외되지 않겠다는 불안 심리 때문

댓글 공작이 효과적인 까닭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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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사성어 가운데 ‘삼인성호(三人成虎)’가 있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거짓이라도 여러 사람이 반복하면 믿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동조화 현상’으로 설명한다. ‘동조’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주장에 자기의 의견을 일치시키거나 보조를 맞춤’이다.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에 앞서 다른 사람 의견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동조화 현상을 연구한 실험에 따르면 3명 이상이 같은 행동을 하면 지나던 사람들이 그 행동을 따라 하고, 숫자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즉 도로에서 한두 사람이 하늘에 뭐가 있는 듯 쳐다보면 행인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세 사람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행인들도 하늘을 쳐다보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삼인성호와 동조화 현상

음식점 앞에 길게 줄을 서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해당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어본 뒤 다시 찾아온 손님도 있겠지만, 일부는 긴 줄을 보고 ‘맛있는 식당인가 보다’ 여겨 줄을 서기도 한다는 것. 신장개업한 음식점에서 사람을 고용해 바람잡이 노릇을 하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음식 맛을 보지 않고도 줄을 선 사람은 ‘모방심리’가 발동해서다. 모방심리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다수 사람이 하는 선택을 따라 하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 중인 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 역시 ‘동조화 현상’과 ‘모방심리’ 등을 이용해 여론을 왜곡하려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뉴스에 수많은 댓글을 달아 주요 뉴스로 끌어올려 이미지를 나쁘게 했을 수 있다는 것. 

물론 대선후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뉴스와 댓글이 전부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자극과 그것에 따른 반응이 반복되면 특정인에 대한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례로 지난해 1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귀국 후 국내 행보를 시작하면서 어설픈 서민행보로 연일 구설에 올랐다. 공항철도 티켓을 구매하며 1만 원권 지폐 2장을 한꺼번에 넣으려던 장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졌다. 또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방명록을 작성할 때는 준비해온 쪽지를 ‘커닝’해, 부친 묘소를 찾아서는 퇴주를 마셔 논란이 일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10년을 근무해온 외교 전문가로서 장점은 좀처럼 부각되지 못한 반면, 그의 사소한 실수가 강조되면서 긍정적 이미지가 깎여내려간 것이다. 한때 30%에 육박하던 그의 지지율은 1주일 새 반 토막 났다. 반 전 총장의 서툰 서민 코스프레가 부정적 뉴스의 소스가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상황에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민의 관심이 높아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반 전 총장과 관련된 부정적 뉴스가 연거푸 SNS에서 화제가 된 것은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지난해 대선 막바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도 부정적 댓글 영향이 적잖다는 평가가 나온다. ‘갑철수’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안초딩’ 등이라는 표현이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지지율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공작을 벌였고, 지난 대선 때는 소수의 조직화된 사람들이 ‘민간 국정원’처럼 여론을 조작한 것 아니냐”며 “이 같은 여론조작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적 이유와 규범적 이유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동원(드루킹) 씨가 5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왼쪽).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5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동아DB]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동원(드루킹) 씨가 5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왼쪽).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5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동아DB]

국민이 몇몇의 댓글 공작에 솔깃하는 이유는 뭘까. 심리 전문가들은 “여론에 휩쓸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크게 정보적 이유와 규범적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적 이유란 자기 삶에 바쁜 현대인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알 수 없어, 즉 정보가 부족해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좇는 경향을 가리킨다. 심리학자인 A교수는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댓글이 많고 ‘좋아요’가 많은 쪽을 선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에 손쉽게 뉴스를 소비하려면 ‘다른 사람 의견에 기대 동조하는 것’이 가장 편리한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김정은-시진핑의 2차 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그리고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등은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이슈지만 기승전결을 모두 이해해 자신만의 판단을 갖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드루킹 사건과 네이버 뉴스 편집 논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뉴스를 속속들이 알기는 어려운 일. 이처럼 바쁜 일상에서 제한된 정보만 접하는 많은 현대인이 뉴스를 소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면 좋은가 보다’ ‘다른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해 동조하는 것이다. 

규범적 이유는 자신이 분명히 판단하고 있지만 소속 집단에서 요구하는 규범에 맞춰 의견을 조정하기도 하는 것을 가리킨다. A교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예로부터 집단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처벌해왔다”며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규범적 이유로 주위 사람과 같이 행동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즉 정보적 이유와 규범적 이유가 댓글 공작이 위력을 발휘할 토양이 됐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한 이후 대다수 사람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 형성된 여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은 정보의 양이 월등히 많다. 이에 어떤 정보를 취사선택할지 막막한 때가 있다. 결국 다수 여론에 동조하는 경향성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주간동아 2018.05.16 1138호 (p34~35)

  •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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