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폭풍 다이어트, 왜 항상 실패할까

식욕 말고도 유전자까지 이겨야 체중 감량 가능

폭풍 다이어트, 왜 항상 실패할까

한때 체중 감량에 성공했지만 결국 원 몸무게로 돌아온 오프라 윈프리.

한때 체중 감량에 성공했지만 결국 원 몸무게로 돌아온 오프라 윈프리.

바야흐로 다이어트의 계절이다. 겨우내 추위에 웅크려 있던 심신의 기를 펴고 싶어, 또 여름철 피서지에서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싶어 3월부터 100일간 고행에 들어가는 이가 많다. 건강 관리나 취업을 위해 살을 빼려는 사람도 늘 적잖다. 다이어트 산업이 계속 호황인 이유다.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다이어트에 나서지만 정작 살을 빼는 데 성공한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1986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를 진행했던 오프라 윈프리가 좋은 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여성 가운데 한 명인 윈프리도 다이어트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한때 107.5kg에 육박할 정도로 살이 찐 윈프리는 개인 트레이너, 개인 요리사와 최고 다이어트 전문가라는 영양사, 의사 등의 도움을 받아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2005년 그는 약 30kg을 빼는 데 성공했다. 살 빠진 윈프리의 모습은 ‘다이어트의 신화’처럼 세상에 알려졌다.


똑같이 먹어도 왜 살찌는 사람은 따로 있나

4년이 지나고 윈프리는 자신의 몸무게가 도로 100kg에 가까운 상태가 됐음을 대중 앞에 고백했다. 천하의 윈프리도 ‘요요 현상’을 막지는 못했다. 윈프리는 실패 원인을 “의지력 고갈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다이어트 실패자처럼 저도 설탕 가득 묻힌 도넛의 유혹에 넘어갔어요.” 

그런데 윈프리가 다이어트에 실패한 원인이 정말 의지력 부족이었을까. 남다른 의지로 불우한 환경을 딛고 성공한 윈프리조차 다이어트에 실패했다면 의지력이 아닌 다른 원인이 있었던 건 아닐까. 더구나 윈프리는 당대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까지 받지 않았던가. 사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원인은 따로 있다. 

미국 과학자 이선 심스는 역발상의 실험을 시도했다. 단 한 번도 뚱뚱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제로 체중을 불리는 게 가능한지 실험한 것. 실험에 참여한 이들은 칼로리가 높은 온갖 먹을거리에 둘러싸여 여러 달을 보냈다. 결과는 실패였다. 뚱뚱한 사람을 날씬하게 만드는 일만큼이나 날씬한 사람을 뚱뚱하게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다. 

물론 살이 아예 안 찌지는 않았다. 20~ 25% 체중이 불긴 했다. 하지만 겨우 몇 달 만에 원 체중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특별히 다이어트를 할 필요도 없었다. 일시적으로 살을 찌운 이들은 똑같은 몸무게의 뚱뚱한 사람과 비교할 때 신진대사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이런 실험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비만이든, 아니든 사람의 몸은 원 체중을 꾸준히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자신의 애초 체중 범위를 크게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이어트를 시도한 사람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이 체중을 감량하더라도 도로 원 체중으로 돌아가거나 다이어트 이전보다 더 살이 찐다. 단기간 감량한 체중을 2년간 유지할 확률은 3%에 지나지 않는다.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미국 과학자 앨버트 스턴카드는 미국으로 입양된 쌍둥이의 비만 상태를 추적 조사했다. 쌍둥이, 특히 일란성 쌍둥이는 몸속 유전자 정보가 똑같다. 환경이 서로 다른 집에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의 비만 정도를 비교하면 비만이 유전 탓인지 환경 탓인지 확인할 수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자란 환경, 양부모 체형과 무관하게 일란성 쌍둥이의 뚱뚱한 정도는 친부모와 비슷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채식 같은 건강 식단을 강조하는 집으로 입양된 아이와 패스트푸드, 탄산음료를 주식으로 삼는 쌍둥이 형제의 뚱뚱한 정도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


체중 조절 시스템을 회복해야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하는 원인은 의지력 부족이나 게으름이 아니다. 똑같이 먹고(식단) 비슷하게 움직여도(운동) 어떤 사람은 날씬하고 또 어떤 사람은 뚱뚱하다. 심지어 덜 먹고 더 움직여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이에게 살을 빼는 다이어트는 자기 본성(유전자)과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는 절대로 시도해서는 안 될 허망한 일일까. 아니다! 나이든, 스트레스든 여러 원인으로 애초 자기 몸무게보다 훨씬 더 살이 찌는 사람이 많다. 이 경우 예외 없이 건강도 좋지 않다. 근육량이 형편없이 적고, 지방간으로 간 기능이 망가진 사람도 많다. 만약 이런 상태라면 애초 자신의 몸무게를 찾는 일이 필요하다. 

국내 최고 ‘비만 명의’로 꼽히는 박용우 교수(강북삼성병원)는 최근 펴낸 ‘지방 대사 켜는 스위치온 다이어트’(루미너스)에서 이런 상태를 “체중 조절 시스템이 망가진”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예를 들어 몸속 체지방이 증가하면 렙틴 호르몬이 나와 식욕을 떨어뜨린다. 그런데 체중 조절 시스템이 망가지면 렙틴 호르몬이 나와도 뇌가 그런 신호를 인식하지 못한다. 

몸속 혈당이 높으면 나오는 인슐린도 마찬가지다. 인슐린이 분비되면 혈액 속 포도당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그러다 혈당이 떨어져 인슐린 분비가 멈추면 그때는 비축해둔 지방도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혈당이 떨어지지 않고 항상 높은 상태로 유지된다면 굳이 비축해둔 지방까지 에너지원으로 쓸 이유가 없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몸 구석구석에 지방이 축적된다. 

박용우 교수는 “망가진 체중 조절 시스템을 다시 복구할 수 있다면 애초 자신의 몸무게를 찾는 다이어트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여기서 열거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란다. 다만, 박 교수뿐 아니라 그간 비만을 연구해온 세계 과학자 여럿이 공통으로 합의한 세 가지 팁만 공개하자. 나도 당장 실천해볼 생각이다. 

첫째,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단, 무조건 굶어서는 안 된다. 단백질을 섭취해야 근육량을 유지할 수 있다. 둘째, 밤에 7시간 이상 깊이 자라. 똑같이 먹어도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체지방 감소 효과가 없다. 셋째,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의 강도 높은 운동을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해보라. 

도전하는 이들의 성공을 빈다.




주간동아 2018.04.11 1133호 (p56~57)

  • |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147

제 1147호

2018.07.18

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