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손석한의 세상 관심법

‘미투운동’을 잠재우려는 남성들의 4가지 심리

남성 우월, 무한경쟁, 흔들리는 성 정체성, 피해 의식

‘미투운동’을 잠재우려는 남성들의 4가지 심리

[shutterstock]

[shutterstock]

여성이 성폭력이나 성희롱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운동(#Me Too)’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 배우가 자살하고, 유력 정치인과 유명 연출가가 검찰 조사를 받는 등 파장이 크다. 정치권에서도 미투에 연루된 사람은 공천하지 않겠다는 기준을 세울 정도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들은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권력형 미투’가 이번 기회에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연하고 바람직한 변화지만 한 가지 변수가 출현했다. 이른바 ‘남녀 성대결’ 조짐이다. ‘펜스룰’(Pence Rule·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말한 ‘부인이 아닌 여성과 단둘이 식사 등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회자되면서 회식 자리에 여성을 아예 배제하거나 접촉 자체를 회피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난다고 한다. 

게다가 미투와 대조되는 ‘유투(You Too)’도 있다. ‘나도 당했다’는 ‘미투’에 빗대어 ‘너도냐’는 뜻의 유투 계정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등장한 것이다. 해당 운영자는 친여성적 사회운동이 변질돼 남성 차별이나 피해 등의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덧붙여 성폭력 무고와 무고에 의한 피해를 폭로하고 고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처음 미투운동 바람이 불었을 때 필자는 남녀관계가 올바르게 재정립되고, 권력이나 지위를 악용해 성적 욕망을 채우려는 일부 남성의 잘못된 행태가 바로잡힐 것으로 봤다. 그러나 뜻밖에도 일부 남성이 여성을 아예 회피하거나 배척하려 들고, 무고 등을 내세워 미투운동을 잠재우려는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적잖게 당황했다. 그러나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해보니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시각에서 보면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남성 우월주의의 견고함

첫째, 남성 우월주의의 견고함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남녀가 평등하고 성차별이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게 발전해왔다. 그러나 현 상황에선 완벽한 남녀평등보다 불평등의 완화 혹은 격차 감소가 좀 더 현실적이다. 

애초 남성이 여성보다 신체적으로 더 강하다. 인간은 문명을 이루며 살고 있고, 특히 현대 사회에선 신체적 강함보다 정신적 강함, 지적 능력과 창의성 등이 우대받는다. 물론 힘의 능력이 과소평가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길을 걷다 건장한 성인 남자에 부딪혔을 때와 작고 마른 여성에 부딪혔을 때의 순간적 위협감은 매우 다르다. 남성 우월주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뿐 아니라 신체적 측면에서도 두드러진다. 남성의 마음 깊은 곳에는 ‘내가 마음먹으면 여성인 너를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약자를 보호해야 하니까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리한다. 이는 의식적 차원은 물론, 무의식적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어릴 적 여자아이를 때려서 울리거나 여동생 또는 누나를 때려 울린 적이 있다면 자신의 신체적 우월성을 기억한다. 

남성은 여성과 성 접촉에서도 대개 능동적 자세를 취한다.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구애한다. 성관계를 맺을 때도 여성보다 주도적인 언행을 한다. 전통적으로 가장 노릇을 해온 남성은 집안에 일이 있을 때 여성의 의견을 참조하되 스스로 결정해왔다. 따라서 시대가 변했어도 뿌리 깊은 남성 우월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이번 미투운동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정도가 지나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수학을 잘하고, 조직에서 책임감이 강하며, 입이 무겁고, 의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가. 백인은 흑인보다 똑똑하고, 매력적이며, 합리적이라는 말에는 얼마나 동의하는가.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의 경험이 쌓여 도출된 결과라곤 하지만 고정관념임에 분명하다. 

둘째, 경쟁주의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성장동력이 둔화된 대한민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란 어렵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교직, 공직, 전문직 등에서 여성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남성에게 유리하던 군대 가산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수행평가 점수가 우수해 아들을 둔 부모는 남자 중학교, 고등학교를 선호한다. 예전에는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경쟁했다. 남자끼리 경쟁하다 ‘남는 자리’를 여자에게 넘겨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지금은 적어도 진학, 자격시험, 취업 공채에서는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경쟁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성적으로 매력 있는 여성에게는 호감의 눈길을 주지만, 경쟁 능력을 갖춘 여성에게는 경계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남성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여자니까 봐준다’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여성 우선주의)라는 마음가짐은 사라지고, ‘레이디 낫 퍼스트’를 외친다. 미투운동을 통해 여성이 더 약진하거나 이득을 볼까 봐 불만을 가진다. 사실 미투는 성적 피해로 상처받은 여성이 용기를 회복하는 운동인데, 이것을 마치 여성 권익을 증진하는 일인 양 확대 해석하는 것이다.


경쟁 사회가 바꾼 남녀 문화

셋째,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이 흔들리고 있다. 생물학적 차원의 성별(sex)은 태어나면서 결정된다. 그러나 사회학적 차원에서 성(gender)은 때때로 달라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3~4세면 자신의 성을 인식해 남아는 남성다움, 여아는 여성다움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성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성 역할은 평생 지속된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생물학적 성과 사회학적 성의 불일치를 느끼면서 성을 바꾸려 하거나 자신의 성에 혐오감을 갖는다. 이를 ‘성전환증(Transsexualism)’ 또는 ‘젠더불쾌증(Gender dysphoria)’이라고 한다. 성전환 수술이나 호르몬 치료를 받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더 많아서 대략 3~6 대 1 비율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남성이 자라면서 남성다움의 부족으로 지적이나 비난을 더 많이 받은 결과가 아닐까 추정된다. 사회적으로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의 관념이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사회학적 성이 생물학적 성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성 정체성이 덜 강조되는 추세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인식의 강도가 줄면서 남녀 구별이 엷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여성이 앉기 편하도록 의자를 뒤로 빼지 않고, 데이트 비용도 더 많이 내지 않으며, 여성 대신 무거운 짐을 들지 않고, 안전한 귀가를 위해 집에 바래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남성들이다. 

여성이 이러한 남성다움을 얼마나 원하는지 알 수 없으나, 싫다는데도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부정적인’ 남성다움을 두려워하는 것은 분명하다. 여하튼 일부 남성은 이번 기회에 성 정체성이나 역할의 중요성, 자부심을 내려놓으려 한다. 

넷째, 불안이 피해 의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미투운동이 번지면서 과거 크고 작은 성추행, 성희롱을 한 기억이 있는 남성은 ‘혹시 나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염려한다. 특히 유명 인사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은 특정 여성이 머릿속에 맴돌 수 있다. 미투운동과 상관없는 남성들도 불안하다. 앞으로 사회생활을 해나갈 때 얼마나 조심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특히 술자리에서 여성을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신경 써야 할 것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혹시 어떤 여성이 앙심을 품고 나를 성 범죄자로 몰지 않을까도 의심한다. 

피해 의식이 있는 사람은 흔히 예방 차원에서 잠재적 가해자에게 접근하지 않거나 그들에게 매우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예컨대 여성과 대화를 나누지 않고, 심하면 여성에게 저 멀리 떨어져 있으라며 고함을 치기도 한다. 만일 이러한 상황이 일상에서 수시로 벌어진다면 매우 살벌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남녀 성대결 조짐에 모든 남성이 동조하지는 않는다. 큰 바람이 불면 역풍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이번 미투운동은 순풍으로 불고 있다. 이는 절대 다수의 남성이 미투운동 취지에 공감하면서 주의하고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는 의미다. 필자가 미투운동을 대한민국과 인류가 발전하고 진화하는 과정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미투운동’을 잠재우려는 남성들의 4가지 심리


주간동아 2018.04.04 1132호 (p68~69)

  •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의학박사 psysohn@chol.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167

제 1167호

2018.12.07

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