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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강철수면 살고 간철수면 죽는다

서울시장 출마는 정치적 명운 건 안철수의 외로운 선택

강철수면 살고 간철수면 죽는다

[뉴시스]

[뉴시스]

후회스러울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무엇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에게 그렇게 선선히 양보할 일이 아니었다. 2012년 대선 야권 후보단일화 때도 문재인과 끝까지 대결을 펼쳤어야 했다. 2013년 새정치연합 창당 작업도 중간에 포기할 게 아니었다. 결국 남 좋은 일만 하고 말았고, 그러는 사이 ‘간철수’란 별명만 생겼다. 간만 보다 철수한다는 뜻이다. ‘철수 정치’라는 부록까지 딸린 별명이다. 당연히 한때 정치권의 태풍이던 안철수 신드롬도 점차 사그라졌다. 

이후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다. 2014년 3월 민주당과 신설 합당 형식으로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고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지만, 그해 7·30 재·보궐선거(재보선)에서 참패하며 공동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2015년 2월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내부 갈등 끝에 결국 12월 탈당해 비로소 생애 최초로 독자 신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하며 당당하게 제3당 지위를 획득했다. 그때 반짝 안철수 신드롬이 부활하는 듯했다. ‘강철수’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잠시였을 뿐이다.


고단했던 정치 역정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해 6월 안철수는 또다시 공동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 사건 이후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이 하락해 더불어민주당에 뒤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안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양자대결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세론이 이어지는 속에서 1강-2중 구도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역시 정당 기반이 취약한 것이 문제였다. 국민으로서는 38석을 가진 정당에 정권을 맡기기가 내키지 않았을 테다. 더 강철수, 곧 ‘깡철수’로 변신하고자 노력했고 한때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기도 했지만, 결국 3위에 그치고 말았다. 결정적 이유는 대선후보 TV토론 과정에서 나온 자책골 때문이었다. 그때 그가 보인 모습은 ‘안초딩’일 뿐이라는 혹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런 속에서 또다시 악재가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에 대한 제보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국민의당 지지율, 특히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이 거의 바닥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때 안 전 대표가 던진 카드가 바로 조기등판이었다. 대선 패배 직후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던 안 전 대표였다. 하지만 110일 만에 ‘구당(求黨)’을 명분으로 복귀해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됐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섰으니 당이 살아나야 했다. 정당 지지율이 다시 상승해야 했다. 그런데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당내에서 또다시 분란이 일었다. 조기등판론에 반대하던 호남 중진들이 책임론을 제기하는 속에서 안 전 대표는 의외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른정당과 통합이었다. 결국 올해 2월 끝내 호남 중진들과 결별하고 의석수도 38석에서 30석으로 쪼그라든 바른미래당을 창당하고 말았다. 

바른미래당을 창당하면서 안 전 대표는 통합 이후 백의종군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2월 13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즈음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내 사퇴가 더욱 많은 분이 함께하는 통합을 위한 것이라면, 나는 그 선택을 기꺼이 하겠다.” 그런데 이번에도 조기등판을 선택했다. 시점은 더 빨라졌다. 한 달여 만인 3월 16일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했다. 그것도 셀프 복귀였다. 연이어 당내 친안(친안철수)계 쪽에서 서울시장 조기등판 요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안 전 대표는 당분간 인재영입에 집중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친안계 쪽에서 다시 군불을 지피기 시작한 것이 동반출마론이다.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으로, 유승민 공동대표는 경기도지사 또는 대구시장으로 함께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급기야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원외지역위원장 100여 명이 3월 28일 동반출마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서 안 전 대표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서울시장 당선이다. 그런데 왜 유 공동대표와 동반출마를 원할까. ‘양보증후군’ 또는 ‘피해망상증’ 때문이다. 혹시 유승민 서울시장 차출론이 힘을 얻어 또다시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 두려운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안 전 대표에게 최상의 상황은 유 공동대표가 경기도지사나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것이다.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을 분산하는 의미도 있다.
 
자처한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다. 깃발을 들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겠다는 것인데, 선거에서 패하면 당연히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혹시 모를, 아니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실은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지방선거 패배 책임은 역시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 두 사람이 져줘야 한다. 그래야 지방선거 이후 또다시 당대표로 조기등판할 명분이 생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하더라도 2020년 총선거 때 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해 자기 사람을 키울 수 있다.


양보증후군 또는 피해망상증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3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영입 인사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수경 변호사, 안 위원장, 서진웅 전 삼양홀딩스 임원, 조용술 꿈꾸는골목 대표. [동아DB]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3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영입 인사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수경 변호사, 안 위원장, 서진웅 전 삼양홀딩스 임원, 조용술 꿈꾸는골목 대표. [동아DB]

문제는 이런 안 전 대표의 간 보기 흐름을 국민 대부분이 읽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유 공동대표도 읽고 있을 테다. 유 공동대표도 대선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안 전 대표가 자꾸 불쏘시개 구실만 해주기를 바라니 마뜩지 않을 수밖에 없다. 안 전 대표는 인재영입위원장 임명 당시 “맡아달라는 요청에 답했다”고 했다. 반면 유 공동대표는 “본인이 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원외지역위원장들이 동반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을 때도 유 공동대표는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번 선거를 본인 주도하에 치르기로 했으니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라는 것이 유 공동대표의 생각이다. 자꾸 내 뒤에 숨어서 나를 총알받이로 쓰려고 꼼수를 부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맞다. ‘간철수’ 이미지를 진정으로 벗어나고 싶다면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강철수’는 목소리에 힘만 준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자꾸 조기등판하는 것도 ‘간철수’ 또는 ‘약철수’ 이미지만 강화할 뿐이다. 그만큼 불안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분산하려고 애쓰는 눈치지만, 이미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나섰고 또 셀프 공천으로 서울시장 후보까지 된다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나쁘더라도 안 전 대표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문제는 국민 상당수가 안 전 대표의 이런 행보에 식상해한다는 것이다. 감동을 느끼지 못한 지는 이미 오래다. 돌이켜보면 안 전 대표는 ‘강철수’였을 때 그나마 지지율이 상승했다. 그리고 다시 ‘간철수’로 돌아갔을 때 여지없이 하락했다. 이는 곧 다시 ‘강철수’로 돌아가야 그마나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다. 

강철수로 돌아가되 ‘꽈’만 외치는 강철수로는 부족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내면적 강인함이 필요하다. 겉은 강철수인데 안은 여전히 간철수인 것이 안 전 대표의 현 모습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조기에 결단 내리고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게 단적인 예다. 유 공동대표에게 동반출마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예다. 동반출마도 본인이 먼저 결단을 내린 다음 촉구할 때 위력적이다. 자꾸만 간철수로 회귀하려 하는 강철수의 비겁함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반전은 없을 테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자유한국당과 합당으로 또 다른 돌파구를 찾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은 듯한데, 이 또한 녹록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합당 파트너인 유 공동대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혹시 유 공동대표가 자유한국당과 합당을 추진하더라도 안철수는 빼고 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입력 2018-04-03 11:19:06

  •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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