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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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정위가 한화를 주시하는 이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3형제 승계 작업 위한 포석?

  • 입력2018-04-10 11: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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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의본사. [동아DB]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의본사. [동아DB]

    3월 12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한화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당초 나흘 뒤인 16일 조사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보름이 넘은 지금까지(29일) 공정위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그룹 내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 일부 직원은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 형식으로 외부에서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정위의 조사 대상은 한화S&C, 에이치솔루션, ㈜한화, 한화건설, 한화에너지, 벨정보 등 6개사다. 특히 공정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전체를 가진 한화S&C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한화그룹의 정보통신 시스템통합(SI) 업무를 담당하는 한화S&C는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셋째 아들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50%, 25%, 25%씩 총 100%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업계에서는 한화S&C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오너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 20%인 비상장사다.

    지난해 9월 공정위가 발표한 ‘2017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상품·용역 거래 현황’에 따르면 한화S&C는 2015년 매출 3987억 원 가운데 52.3%에 해당하는 2085억 원이 내부 거래로 진행됐다. 2016년에는 내부 거래 비중이 67.56%로 더 올라갔다. 3641억여 원 매출 가운데 2640억여 원이 내부 거래로 이뤄졌다.

    물론 공정거래법 32조에 의거해 업의 특성상 보안관련 업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기업 자체가 공정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닌 만큼 한화S&C 전체 매출 중 보안 관련 업무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 조사 가능하다.



    이에 한화S&C는 지난해 10월 물적 분할(기존 회사가 새로 만들어진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존속법인인 에이치솔루션(한화프런티어에서 사명 변경)과 신설법인인 한화S&C로 물적 분할한 것. 물적 분할 후 세 형제는 에이치솔루션 지분 100%를, 에이치솔루션은 신설 법인 한화S&C 지분 55.4%를 갖게 됐다. 또 신설 법인 한화S&C 지분 44.6%는 국내 기업 디피씨의 자회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에 2500억 원에 매각했다.

    이로서 한화S&C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SI 업무가 모두 분할 신설 회사인 한화S&C로 이전되면서 총수 일가의 지분은 존속법인(에이치솔루션)에만 남고 신설한 사업 법인에는 없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선 vs 경영권 승계 위한 꼼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셋째 아들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왼쪽부터). [동아DB, 뉴스1]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셋째 아들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왼쪽부터). [동아DB, 뉴스1]

    하지만 한화S&C의 다른 자회사들도 계열사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간접적’인 일감 몰아주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화S&C의 100% 종속법인인 휴먼파워(IT 서비스), 드림플러스프로덕션(소프트웨어 개발), 드림플러스아시아(금융투자기관)의 크고 작은 매출은 전부 내부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100% 종속기업인 한화에너지도 내부 거래 비율이 39%로 높다. 한화에너지도 공정위 전기사업법 예외조항에 포함되지만 전체 매출 내역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 아래 100% 자회사인 에스아이티(컴퓨터 시스템 구축 및 관리) 역시 2016년 55억 원 매출 모두 계열사로부터 나왔다. 종속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지배기업의 연결 기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2월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사례’를 발표하면서 한화의 자발적 ‘일감 몰아주기 해소 시도’에 대해서는 ‘판단 유보’ 결정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차·SK·LG·롯데·현대중공업·CJ·LS·대림·효성·태광 등 10개 대기업 집단을 사례로 제시했지만 한화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일례로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를 끊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장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데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털어내면 순환 고리는 모두 끊어진다. 따라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3.29%를 매각한 뒤 그 금액으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6.9%)을 사들일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여기에 현대제철(5.7%), 현대글로비스(0.7%)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사들여 오너 일가가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29.92%)로 올라선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지분 20.8%를 가진 대주주이므로 이 같은 작업이 완료되면 ‘대주주-현대모비스-현대차’라는 단순한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7월 말 이후에 완료될 전망이다.

    한편 공정위는 한화그룹 세 형제가 여전히 한화S&C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화S&C 매각이 바람직한 구조 개선인지, 사익편취 규제 회피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동관 전무 등 세 형제는 한화S&C의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 중인 데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 지분을 100% 갖고 있으며 또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39.2%, 한화종합화학은 한화토탈 지분 50%, 한화큐셀 지분 50.2% 등을 소유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로 거론되는 것은 바로 에이치솔루션의 실체다. 에이치솔루션은 유형자산 대부분을 한화S&C에 이전하고, 계열사 주식과 금융자산만으로 운영된다. 이는 지주회사 체제의 순수지주회사를 본뜬 사업구조로 보이긴 하지만, 현재 한화는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다.

    이처럼 에이치솔루션은 고유 사업이 없어 향후 또 다른 지주회사 격인 ㈜한화와 합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화 측은 “(주)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은 자본차이가 70:1 정도로 크게 나기 때문에 합병을 통한 경영승계를 논하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더욱이 그룹 내에서도 승계 작업에 대한 논의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화는 한화테크원, 한화케미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생명, 한화건설 등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또 한화케미칼 등 자회사는 한화갤러리아, 여천NCC, 한화첨단소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한화의 지분은 김승연 회장 22.6%, 김동관 전무 4.44%, 김동원 상무 1.67%, 김동선 씨 1.67% 등이다.

    공정위는 한화S&C의 물적 분할에도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한 채 규제만 피했다는 점을 달갑게 보지 않는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조사에 대해 한화가 공정위 제재를 피하려고 ‘꼼수’를 쓰다 더 큰 압박을 받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 일가 지분율 변경 변수

    김동관 전무의 ‘한화S&C 지분 헐값 매입’ 논란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한화는 2005년 6월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이던 한화S&C 주식 40만 주(66.67%)를 김 전무에게 주당 5100원에 매각했다. 김 회장이 보유하던 한화S&C 주식 20만 주(33.335%)는 김동원 상무, 김동선 씨에게 넘겼다.

    이에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 등은 2010년 한화S&C 주식 저가 매각에 따른 손실에 대해 김승연 회장 등 ㈜한화 이사들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했다. 한화S&C 주식의 정상가는 주당 16만488원이라며 총 894억 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주주가 주장하는 주식 정정가액은 모두 사후적 판단이고, 주식매매가 현저하게 저가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한화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한화S&C의 회사 기회 유용 및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여전하다. 한화S&C는 2005년 기준 순자산 30억 원이 11년 뒤인 지난 2016년 1131억 원으로 43배 증가했다. 현재 국회에서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관련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문턱을 상장사, 비상장사 모두 10%로 낮추는 안을 제출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요건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 없이 지분 20%로 규정하는 법안을,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지분 요건을 20%로 하되 총수 일가가 다른 계열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간접지분율까지 포함하는 안을 내놨다.

    현재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사실 총수 일가의 지분율 변경은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시행령을 통해 바꿀 수 있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시장에 큰 파장을 안길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 협의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계의 관심은 ‘한화가 어떤 방식으로 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에 쏠려 있다. 일각에서는 한화S&C가 상장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화S&C를 상장하면 한화그룹 내부 거래로 얻은 이익을 일반 주주들과 나누는 효과가 생기는 데다 경영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 처지에서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일감을 줄이거나 지분을 상당 부분 매각하지 않는 이상 공정위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한화그룹 측은 “현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세 아들이 이득을 취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와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외부에 알릴 단계는 아니다. 한화S&C를 포함한 전체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단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지배구조 개편이 결국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화 측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아직까지 김승연 회장이 건재하고, 세 아들에 대한 승계 방법이나 일정 등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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