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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돈 덜 준대도 대기업 가는 편이 낫죠”

3년간 3000만 원 정부 지원 받아도 중소기업 취업 꺼려

“돈 덜 준대도 대기업 가는 편이 낫죠”

일부 중소기업은 모집공고와는 다른 업무까지 시키곤 해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할 때가 있다. [동아DB]

일부 중소기업은 모집공고와는 다른 업무까지 시키곤 해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할 때가 있다. [동아DB]

“중소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에겐 매년 800만 원을 지원하겠다.” 

3월 15일 정부는 청년일자리 대책 가운데 하나로 이 같은 지원책을 내놓았다. 예전부터 비슷한 지원이 있었지만 그 액수를 크게 늘린 것. 이 경우 대기업 신입사원의 초봉과 별 차이가 없다.


“내일보다 오늘을 채워주세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가운데 일부는 당장 수입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동아DB]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가운데 일부는 당장 수입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동아DB]

취업준비생에게 환영받을 만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 반응은 미지근하다. 지원 자체는 좋지만 ‘청년은 취업난, 중소기업은 구인난’이라는 딜레마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이 지원책의 골자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돕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취업한 청년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600만 원을 모으면 기업이 600만 원, 정부가 1800만 원을 지원해 총 3000만 원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기업 지원액이 있지만 정부가 같은 기간 고용장려금으로 기업에 신규 채용 인당 연간 900만 원을 지급한다. 3000만 원 가운데 80%인 2400만 원이 정부 지원금인 셈.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사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제도다. 중소기업 신입사원이 2년간 300만 원을 모으면 정부가 지원해 총 1600만 원을 만들어주는 방식이었다. 이번에 3년짜리가 추가된 것. 따라서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는 2년짜리와 3년짜리 가운데 하나를 골라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취업 후 한 번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보통 3년형을 선택한다. 



또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에게 매년 45만 원 한도에서 소득세 면제 혜택을 준다. 중소기업 신입사원 초봉이 평균 2500만 원대라면 원래 내야 하는 소득세는 23만 원가량이다. 45만 원이 한도니까 사실상 소득세를 내지 않는 셈이다. 주거비와 교통비도 지원된다. 주거비는 연 70만 원, 교통비는 매달 10만 원씩 연 1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역대급 지원책이다. 3월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중소기업 청년취업 대책에 관해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반(55.7%)이 ‘(정부 대책이) 청년 취업과 중소기업 인력난 해결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방선거를 위한 선심성 퍼주기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9.6%였고 응답자 14.7%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원금이 늘었지만 지원 방식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에도 같은 방식의 제도를 운영했지만 생각보다 각 기업과 취업자의 참여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 2017년 정부는 2년형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위해 1946억 원 예산을 편성했지만 실제 집행 금액은 1077억 원(55%)에 그쳤다.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내일채움공제’도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해지율이 22%에 달했다. 당장 돈이 급하니 공제를 포기하더라도 더 좋은 급여를 제시하는 쪽으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3년간 취업준비를 하다 지난해 중소기업 생산직으로 입사한 박모(31) 씨도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지 않았다. 월급이 적어 당장 쓸 돈도 모자란 그는 “부모님 병환으로 내가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는 취업준비를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장이다. 매달 200만 원 조금 못 되는 돈을 월급으로 받는데 생활비와 부모님 병원비 일부를 감당하면 남는 건 몇만 원 정도다. 목돈을 만들어준다는 정부 지원 방향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을 선택한 사람들의 사정을 고려해 당장 급여 지원을 해주는 것은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돈 말고도 중요한 게 많거든요”

실제로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부 대책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하면 미묘하게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인터넷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224명을 대상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 정책에 대한 의견’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4.2%가 ‘정부 지원 때문에 중소기업 지원에 긍정적 의향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2~3년간 지원을 받은 뒤에도 계속 중소기업에 다닐 것이냐는 질문에는 ‘더 이상 재직의사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37.5%로 가장 높았고, ‘잘 모르겠다’(34.9%)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계속 재직하겠다’는 응답은 27.6%에 불과했다. 한시적 지원이 끝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인 것이다. 

응답자들에게 중소기업의 매력을 묻자 가장 많이 돌아온 대답은 ‘없다’(40.4%)로 2위의 ‘끈끈한 회사 분위기’(23.9%)를 크게 앞섰다. 임금 차이를 3년간 줄여준다 해도 중소기업 취업의 이점이 없으니 취업자들이 중소기업을 꺼리고, 입사해도 금방 그만두게 되는 것. 구직자들이 생각하는 중소기업 인력난의 원인도 임금이 아니었다. 중소기업의 약점으로 가장 많이 지적된 부분은 ‘열악한 복지’(39.2%)였다. ‘적은 임금’(26.1%)이라는 응답보다 13.1%p나 높았다. 

중소기업 영업직으로 2년간 일하다 퇴직하고 공무원시험에 도전 중인 문모(30) 씨는 “복지라고 해서 대기업처럼 자녀 교육비 지원 등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래 복지제도란 휴가나 병가 등 법적으로 보장된 휴식을 제외하고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제공하는 교육, 여행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기본 휴식마저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회사가 허다하다는 것. 

가까운 예로 지난 설 연휴 대체공휴일과 임시공휴일에 대기업 직장인의 75%는 출근하지 않았지만 중소기업 직장인은 과반(56%)이 회사에 나갔다. 출근하지 않은 인원이 모두 휴일을 보장받은 것도 아니다. 일부는 귀성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연차를 써야 했다. 

문씨는 “대학 다닐 때 필요에 따라 일하고 능력에 따라 분배받는 것이 자본주의라고 배웠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연차에 따라 급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영업직으로 입사했지만 영업만 한 것이 아니다. 업무시간에는 영업을 다니고 저녁에는 창고에서 재고를 확인해야 했다. 상사에게 항의했지만 인력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는 아침 8시 30분 출근, 밤 11시 퇴근이라는 스케줄을 8개월간 반복했다. 그 와중에 건강 상태는 점차 나빠졌다. 문씨는 “서류작업 등 단순한 업무였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침부터 운전해 지방을 순회해가며 영업하고, 회사에 돌아와 창고에서 물건을 나르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왔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지만 일이 바빠 거절했고, 그 대신 2~3일 입원치료를 받았다. 회사에는 사흘간 연차를 냈다.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출근했는데, 일주일 뒤 월급날 급여 통장에 찍힌 액수가 원래 받던 금액에 비해 적었다. 사장의 처남이자 인사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아파서 일하지 못한 사흘치를 뺐다는 것이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회사에서 일하다 몸이 상했는데 위로는 못 해줄망정 급여에서 공제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때 못 받은 급여는 계속 항의해 전부 받았지만, 얼마 뒤 사직하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력이 중요하다면서요”

3월 19일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2018 희망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 [뉴시스]

3월 19일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2018 희망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 [뉴시스]

구직자가 중소기업을 꺼리는 이유 중에는 경력 문제도 있다. 대기업에서 나오면 중견기업 이직 등 선택지가 생기지만 중소기업을 그만두면 사실상 개인 사업이나 아르바이트 외에는 길이 없다는 것. 3월 20일 인터넷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5.1%가 ‘평생직장은 옛말이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어 바람직한 은퇴 나이를 묻자 50%가 ‘66세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직 시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취업준비생 윤모(25·여) 씨는 “목돈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경력이다. 요즘 취업 강의를 들어보면 아르바이트도 경력이 중요하다며 돈을 많이 주는 아르바이트보다 내가 나아가고 싶은 직군과 관련 있는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조언한다. 아르바이트도 경력을 따지는 세상이니, 돈 때문에 첫 직장의 눈을 낮추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임모(25) 씨 역시 “청년내일채움공제가 한시적 정책인 만큼 길게 보면 1~2년 더 준비하더라도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청년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와 청년고용대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첫 사회생활을 직원 100인 이상 기업에서 시작한 사람의 임금이 100인 미만 기업에서 출발한 이들의 임금보다 10년이 지나도 10% 이상 높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 기간이 부담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단 혜택을 받으려고 공제 신청을 했다가 중도 해지할 경우 지원금과 이자를 합해 150만~675만 원 해지환급금을 물어야 한다. 회사 사정이 나빠지거나 과도하게 일을 시키는 경우에도 해지환급금이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중소기업에 입사했지만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지 않은 정모(25·여) 씨는 “경리직으로 알고 입사했는데 나중에는 PPT 발표 자료, 포스터 제작 등 컴퓨터를 활용한 모든 업무를 시켰다”며 “처음엔 야근은 물론, 주말 출근까지 했고 여름휴가도 갈 수 없게 되자 퇴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해도 급여가 적고 휴가도 못 간다면 번듯한 직장을 찾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는 “입사할 때 회사 규모에 비해 사무직 인원이 너무 적은 것이 이상해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지 않았다. 만약 가입했더라면 지금도 그 회사에서 밤낮없이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단체들도 정부의 이번 대책에 한계가 많다고 지적한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2~3년간 근속해야 지원받을 수 있는데 그 기간에 기업 경영이 나빠져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단순히 의무 근속연수와 이에 따른 지원금만 올리는 것은 미봉책”이라고 평했다.


“신입이 나보다 연봉이 높네요”

청년내일채움공제로 중소기업 구인난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겠지만 일부 재직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신입사원이 3년간 공제 혜택을 전부 챙긴다면 연봉 외에 연간 최대 1035만 원을 지원 받게 된다. 이를 지난해 중소기업 신입사원 초봉인 2500만 원과 합하면 신입사원의 실질 연봉은 3535만 원이다. 보통 연봉 3500만~4000만 원을 받는 중소기업 과장급과 급여가 비슷해지는 것. 

물론 재직자를 위한 혜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중소기업 재직자 중 34세 미만에 한해 내일채움공제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공제 혜택을 받아도 신입사원에 비해 급여가 적을 수 있다. 내일채움공제도 소득세 5년간 면제, 교통비 월 10만 원 지급까지는 동일하다. 하지만 주거비 혜택이 따로 없으며 목돈 마련에도 차이가 있다. 신입사원은 3년간 600만 원을 모으면 지원을 통해 3000만 원으로 돌려주는 형태지만, 재직자는 5년간 720만 원을 모으고 정부가 720만 원, 기업이 1400만 원을 각각 나눠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연간 지급 금액으로 환산하면 424만 원. 3~5년 차 직원인 연봉이 2800만 원 선이라면 내일채움공제 혜택을 받아도 연간 지급되는 총 급여는 3224만 원으로 신입사원의 실질 연봉보다 적다. 정부 관계자는 “신입사원이 실제로 받는 연봉이 선배 직원보다 많아진다면 직장 내 임금 상승 요구가 있을 것이고 기업 전체의 인건비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정책 초창기인 만큼 효과에 대해서는 지켜보고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내일채움공제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달리 정부 부담액보다 기업 부담액이 크다. 따라서 기업 가입률이 높지 않다. 4년 전인 2014년 8월 시작된 내일채움공제는 누적 가입자가 2만8332명, 가입 기업은 1만838개다. 국내 중소기업이 350만여 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제 가입 청년들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면서 해지된 비율도 높아 내일채움공제를 포기하는 기업도 있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8.03.28 1131호 (p34~37)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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