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9

2018.03.14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스트리밍 이후의 음악을 상상하다

음반 발매와 음원 출시의 시점 논란을 지켜보며

  • 입력2018-03-13 11: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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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구(오른쪽)의 라이브 공연. [출처 · 유튜브 온스테이지 캡처]

    강태구(오른쪽)의 라이브 공연. [출처 · 유튜브 온스테이지 캡처]

    2월 28일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주인공은 강태구였다. 그의 첫 정규 앨범인 ‘bleu’는 최우수 포크 앨범과 노래, 그리고 가장 의미 있는 상으로 여겨지는 ‘올해의 앨범’을 수상했다. 이에 대해 작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2018 한국대중음악상 후보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나온 음반이 그 대상이다. 헌데 강태구의 ‘bleu’는 음원사이트에 2018년 1월 18일 등록됐다. 후보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 이 앨범은 지난해 11월 음반으로 먼저 발매되고 나중에 음원이 출시됐다. 따라서 후보 대상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철저히 음원 위주로 소비가 이뤄지는 시대”라며 “음원 공개 없이 CD로만 발매된 작품은 일반 대중이 아닌 극소수의 평론가, 마니아만 접할 수 있다”는 이의가 제기됐다. 여기서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건 이제 모두가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사실이다. 

    소장으로서 LP반, 감상으로서 스트리밍이라는 구도가 공고해지고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은 특성상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음반이나 다운로드는 소장을 목적으로 한다. 음악을 많이 들을수록 더 많은 지출이 발생한다. 종량제다. 반면 스트리밍은 정액제다. 아무리 많은 음악을 들어도 비용은 거의 고정돼 있다. 언젠가 시장이 포화되면 이동통신처럼 제로섬 게임 양상이 된다. 음악산업에서 그 후의 대안은 무엇일까. 바로 공연이다. 

    대중음악 역사는 복제에서 출발한다. 음반이라는 복제물의 탄생은 음악감상이라는 행위를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게 했다. 그 전에는 음악을 들으려면 공연을 보는 것 말고는 없었다. 따로 시간을 내 특정 공간에 가야 했다. 하지만 음반의 출현으로 집에서 음악감상이 가능해졌다. 

    음반에서 다운로드로,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음악산업 축이 옮겨갈수록 복제된 음악의 전파력도 증가했다. 음악을 쉽게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하는 가수의 실물과 육성을 직접 경험하고픈 욕망도 커진다. 따라서 복제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 즉 공연시장을 키우는 것이 스트리밍 이후의 정답이라는 게 음악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중국 음원시장의 압도적 강자인 QQ뮤직은 중소규모의 공연장을 지역마다 만들고 있다. 유튜브는 세계 각국에 팝업 스페이스를 세워 사용자들이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는 비전을 세웠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영화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멀티플렉스의 등장 때문이다. 영화 관람이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 된 것이다. 반면 공연 관람은 여전히 특별한 행위다. 공연장은 관 주도의 토목사업으로 지어져 사실상 놀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게다가 인구수에 비해 너무 크게 만들어 공연이 열려도 객석은 텅 비기 일쑤다. 

    대형 음악유통 회사들이 지역 인구규모에 걸맞은 중소 공연장 체인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다양한 음악인이 투어를 하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만들면 티켓 가격도 인하할 수 있다. 유독 TV나 인터넷으로만 음악을 접하는 한국 소비환경도 바꿀 수 있다. 공연에 최적화된 밴드나 싱어송라이터가 홍대 밖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음악산업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음악산업 관계자들의 거시적 안목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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