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9

2018.03.14

영주 닐슨의 글로벌 경제 읽기

올해 반도체 관련 기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활발한 인수합병과 팹리스 업체 약진으로 투자 대상 많아져

  • 입력2018-03-13 11: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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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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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투자자라면 개별 종목에 투자하든, 산업별 섹터를 골라 투자하든 반도체 업종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는다. 반도체 업종은 경제 상황과 흐름을 함께하는 대표적 경기순환주(cyclical stock)로 꼽히기 때문이다. 

    2017년 코스피는 21.8%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중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대형주가 속한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은 45.4% 상승했다. 투자에 웬만큼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도체 업종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였을 것이다. 글로벌시장의 반도체 업종 수익률 역시 굉장히 좋았다. 또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의 몸값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 최근 3년간 세계 금융시장이 수익률 말고도 반도체 업종에 관심을 가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반도체 기업 간 많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전체 시장의 지도를 바꿔가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여전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인텔은 2015년 6월 알테라(Altera)를 167억 달러(약 17조80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인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역시 2016년 7월 ARM홀딩스를 인수합병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 4위인 퀄컴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칩을 생산하는 NXP를 440억 달러(약 46조9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확정했다.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 트렌드

    요즘 매일같이 등장하는 뉴스가 퀄컴을 인수하려는 브로드컴(Broadcom)에 대한 얘기다. 브로드컴과 퀄컴은 반도체 업계에서 세계 3, 4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참고로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는 인텔, 2위는 삼성전자, 5위는 SK하이닉스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 처음 1050억 달러(약 112조450억 원)를 인수 가격으로 제시했다 2월 초에는 주당 82달러씩 1460억 달러로 높였다. 그러다 퀄컴의 NXP 인수가 결정된 이후 1420억 달러로 약간 낮췄다. 퀄컴 대주주들은 가격을 더 높이지 않으면 인수합병에 반대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이처럼 활발히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기술을 확보하거나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scale of economy)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기업이 동의했다고 꼭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새로운 변수가 있다. 바로 정부다. 특히 최근 들어 해외 기업이 자국 반도체 기업을 인수합병하려는 것을 정부가 가로막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이 유출되면 자국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월 말 미국 정부는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반도체 테스팅 회사 엑세라(Xcerra)를 중국 시노(Sino) IC 펀드가 5억8000만 달러(약 6190억 원)에 인수하려는 것을 막았다. 시노 IC 펀드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업종의 발전을 위해 만든 2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로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허가를 해주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9월엔 미국 오리건주에 본사를 둔 래티스반도체(Lattice Semiconductor)를 중국 사모펀드 캐넌브리지 캐피털 파트너스가 인수하려 했으나 역시 CFIUS가 반대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최근 2~3년간 여럿 있었다. 칩 제조기술이 떨어지는 중국이 기업 인수를 통해 기술을 배운 뒤 군사적으로 이용한다면 미국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트럼프 정부뿐 아니라 오바마 정부 때도 중요한 이슈였다. 반도체 기업 처지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해외 테크놀로지와 지식재산권을 취득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그 과정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세계 투자자들은 올해도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KPMG 인터내셔널의 2017 글로벌 반도체 업계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 최고경영자(CEO)의 90%가 2018년 인수합병 규모가 2017년과 같거나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 인수합병이 짧은 시간에 신기술을 획득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분야는 빠르게 변화하고 신기술이 속출해 조금만 한눈팔면 금방 뒤처진다. 두 번째, 많은 반도체 기업이 그동안 엄청난 수익을 내 손에 현금을 많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법인세 인하 등 세금개혁까지 겹쳐 더 많은 현금을 쥐게 됐다. 이 돈은 어디엔가 투자돼야 한다.

    칩 생산 않는 반도체 회사, 팹리스

    세계 4위 반도체 기업 퀄컴은 3위 브로드컴과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뉴시스]

    세계 4위 반도체 기업 퀄컴은 3위 브로드컴과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뉴시스]

    올해도 반도체 업종 주식의 성과는 좋을 것인가. 기본적으로 활발한 인수합병은 주식시장에는 청신호다.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을 더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종이 너무 많은 수익을 내 올해는 좀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요와 공급에 약간의 변화만 있어도 즉시 반도체 가격에 반영되고 이는 기업 수익과 직결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지난해 반도체 공급이 많이 늘어나 올해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무리는 아니다. 

    예전에 반도체 업종의 흥망은 메모리칩의 수요 공급에 따라 요동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엔 업종 내 분야가 다양해졌고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으로 꼽는 반도체 기업의 폭도 엄청 넓어졌다. 특히 칩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디자인만 하는 반도체 회사인 ‘팹리스(Fabless)’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경기순환에 따른 반도체 업종의 부침을 바꿀 수 있는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긴 안목을 갖고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투자를 해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영주 닐슨
    •전 헤지펀드 퀀타비움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
    •전 Citi 뉴욕 본사 G10 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J.P.Morgan 뉴욕 본사 채권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Barclays Global Investors 채권 리서치 오피서
    •전 Allianz Dresdner Asset Management 헤지펀드 리서치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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