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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송병일 치안정책연구소장

“무인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내면 누구 책임일까”

“자율차·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교통, 치안 정책 준비… 치안과학원 신설 필요”

“무인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내면 누구 책임일까”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 경찰은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안경’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면 2~3초 내 5m 앞에 있는 지명수배범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스마트 안경이 자동으로 찍은 사진과 경찰 데이터베이스(DB)를 대조해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할 수 있다고 해요.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경찰서로 데려갈 필요가 없죠. 연인원 30억 명이 이동하는 중국 설 연휴 동안 소매치기나 절도를 막기 위한 조치일 겁니다. 우리도 사생활이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치안’을 구현해야 합니다.” 

1월 13일 오전 충남 아산시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대회의실에서는 송병일(54) 치안정책연구소장(경무관)을 비롯한 40여 명의 연구원과 직원이 스크린에 PPT(Power Point) 자료를 띄워놓고 최근 연구개발(R&D) 과제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송 소장은 “치안정책연구소가 치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 치안환경을 예측하고,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해외 스마트 치안 사례에도 관심이 많다”며 활짝 웃었다.
 
치안정책연구소는 1980년 설립된 이래 치안정책과 제도, 치안과학을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치안 싱크탱크’다. 효율적인 치안정책 발전 모델을 제시하는 한편, 국내 치안 역량을 학문적·이론적으로 뒷받침한다. 최근 들어 범죄 수법이 첨단화, 지능화되면서 치안정책연구소도 바빠졌다. 일선 경찰관들의 ‘맞춤형’ 연구 요청이 잇따르고 있고,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도 대비해야 한다. 경찰대(4기) 출신인 송 소장은 경찰학 박사학위를 받고 경찰청 형사과장 등 주요 수사 관련 보직을 거친 경찰 내 대표적 ‘수사통’이다. 전날 폭설로 눈꽃이 활짝 핀 가문비나무가 보이는 연구소에서 송 소장과 마주 앉았다. 

잠시 회의 모습을 지켜보니 자못 진지하다는 느낌이다. 

“매주 주간기획회의를 하면서 연구 과제와 해외 사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경찰에게 필요한 첨단 과학기술을 연구, 보급하는 것도 우리 임무다.”


자율주행차와 경찰 수신호

치안정책연구소는 주로 어떤 연구를 하나. 

“치안정책연구소는 경찰 내부에서 필요한 연구 주제를 공모하거나 정부 부처와 공동연구하는 ‘치안 토털 솔루션 센터(Total Solution Center)’라고 보면 된다. 치안과학기술과 관련한 R&D가 주를 이루지만, 불산 등 위해(危害) 기체를 식별하고 분석하는 기술 연구, 교통사고와 범죄를 실시간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폐쇄회로(CC)TV 고도화 연구, 그리고 자율주행차와 재난·치안용 드론 개발 등도 주요 과제다. 현재 박사급 연구요원 26명이 과제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치안연구 수요가 늘면서 연구소 내 국제경찰지식연구센터와 경찰패널연구센터, 스마트치안지능센터 등을 신설했고, 연구요원 10여 명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차와 관련해서는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인가. 

“정부가 2022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 부처와 함께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차량에 장착한 단말기를 통해 주변 차량과 도로변 기지국, 도로상황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를 만드는 등 준비할 과제가 많아졌다. 현재 경찰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 등을 개정해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는 신호체계, 안전시설물 체계 등 교통 관련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사람은 전방을 보면서 운전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영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악천후로 주변 사물을 파악하지 못하면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 주행 중 운전석에 앉아 책을 읽다 교통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레벨 3, 4’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돼도 앞으로 20년가량은 도로에 자율주행차와 일반차가 섞여 있을 것이다. 이때 돌발상황으로 교통사고율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세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월 2일 ‘미래차 산업 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이 실현되도록 하고, 2022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차는 기술 수준에 따라 레벨 1~5로 나뉜다. 레벨 3은 고속도로 등 일정 구간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운전자가 필요하다. 레벨 4〜5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수준을 일컫는다. 현재 국내 자율주행차 기술은 정해놓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앞 차량이 속도를 늦추면 감속하고 차선 이탈을 감지해 막는 레벨 2 수준이다.


‘드론 경찰’이 하늘길 교통정리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돌발상황이라면…. 

“초록 신호등이 켜졌더라도 교통경찰관이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면 일반차량 운전자는 경찰관 신호에 따른다. 그런데 자율주행차는 경찰관을 무단횡단 보행자로 인식해 그를 피해 직진할 수 있다. 일반차량 운전자가 급박하게 끼어들거나 신호를 위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도로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고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는 인공지능 신호 운영시스템 개발이 중요하다. 또한 현재 운전면허는 운전자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인데,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누구에게 면허를 줄지 등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비해야 한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자율주행차가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며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지 능력을 검증·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시험과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 등과 협의하고 있다.” 

드론 등 무인이동체 산업도 급격히 발전하는 만큼 ‘하늘길’ 교통정리도 필요할 거 같은데. 

“그렇다. 여러 부처와 함께 연구 중이다. 경찰은 주로 공중에서 충돌사고나 낙하사고 등에 대비한 관제기술과 저고도 비행물체의 불법침입에 대응하는 감시장치 개발, 치안용 드론 등에 연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 드론이 대중화되면 교통경찰관이 하늘에서 교통정리를 하거나 ‘드론 경찰’이 임무를 수행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치안용 드론? 

“교통사고 등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통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 전 현장 체증을 확인할 수 있고, 실종자 수색 등 다양한 치안 분야에도 사용 가능한 드론이다.” 

치안정책과 제도, 조직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일도 치안정책연구소의 주요 임무인 거 같다. 2013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스트레스 1위 직업이 경찰이고, 최근 5년간 순직 경찰관(86명) 대비 자살 경찰관(116명)이 더 많았다. 경찰 직무 만족도 개선 등의 노력도 필요할 거 같은데. 

“그렇다. 경찰에 입직 할 때는 공공봉사라는 동기가 확실하지만 경찰관 생활을 하면서 ‘여러 원인’으로 직무 만족도가 떨어지고 심지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치안정책연구소는 ‘대표 브랜드’ 연구로 ‘경찰 개인 및 조직 특성에 관한 패널연구’를 진행 중인데, 30년 동안 경찰관 추적조사를 통해 경찰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외부 원인으로 조직 몰입도와 직무 만족도가 높아지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경찰관 1만 명을 대상으로 패널조사를 통해 채용시부터 퇴직시까지 생애를 추적하고 있는 만큼 경찰의 속살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과학적 데이터가 뒷받침되면 경찰 인사 및 조직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고, 맞춤형 복지정책도 펼 수 있으리라 본다. 상사 때문에, 임무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경찰 유형을 미리 파악해 선제적으로 인사 조치를 할 수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경찰 활동에 대한 국민 인식을 검토하고 있는데, 그동안 단편적인 치안 서비스 만족도 조사는 있었지만 경찰에 관한 국민의 정확한 인식 조사 연구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박재풍 연구관은 “미국 법무부에서는 3만여 명의 조사 대상자를 통해 경찰 활동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를 얻으려 노력한다”며 “우리도 대민 서비스 차원에서 경찰에 대한 불만족 이유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운전자 잘못으로 교통신호 ‘딱지’를 떼도 경찰 서비스에 불만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두루뭉술하게 ‘경찰에 불만 있다’는 인식조사가 아닌, 정확한 불만족 원인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다. 송 소장은 “범죄 발생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력과 자원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치안’도 중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교통사고 같은 비일상적인 영상이 CCTV에 잡히면 CCTV가 즉시 이를 인식해 관제센터나 상황실에 알려주고 현장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관이 바로 출동하는 시스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대학 연구팀과 함께 치안과학기술연구개발사업으로 CCTV 영상에서 특정인의 보행 패턴을 분석해 용의자를 특정하는 신원 확인 기술과 시체 섭식곤충을 이용한 사망시간 추정 연구 등도 하고 있다. CCTV 영상에서 얼굴이 확인되지 않아도 걸음걸이를 통해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실종 아동이나 치매 노인의 이동 경로 파악은 물론, 친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해 기소된 고준희 양 사건처럼 실종 신고자(아버지와 내연녀)의 ‘거짓 신고’도 최대한 빨리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곤충은 사망시간을 안다”

송병일 치안정책연구소장이 연구원들과 위험지역 알림 서비스(다중정보기반 위험방지) 개발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송병일 치안정책연구소장이 연구원들과 위험지역 알림 서비스(다중정보기반 위험방지) 개발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현재 행정안전부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범죄·교통사고·대피시설 등을 담은 ‘생활안전지도 전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물론 생활안전지도를 통해 위험지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좀 더 나아가 서비스 신청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우범지대나 위험한 장소를 지날 때 사전에 알려주는 다중정보기반 위험방지 기술도 연구 중이다. 경찰청이 보유한 데이터와 현장 정보를 활용하는 연구다. 실제 외관상으로는 일반 주거지역인데 유독 노인 성추행 신고가 잦은 곳이 있어 우리 연구원이 현장에 가보니 건물 내부가 외부와 차단된 채 방치돼 있었다. 이러한 실증연구를 바탕으로 위험지역을 지날 때 재난문자처럼 안내문자를 발송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시체 섭식곤충을 활용한 사망시간 연구는 뭔가. 시신에서 발견된 파리 유충 등의 나이를 통해 사망 시점을 추정하는 연구인가. 

“그렇다. 파리나 딱정벌레, 나방, 개미 등은 사람이 죽으면 시체에 알을 낳는데, 시신에서 발견된 파리 유충이나 번데기, 성충 중 나이가 가장 많은 개체를 추적하면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온도나 습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딱정벌레는 사망 후 14일 전후로 발견되곤 한다. 현재 대학 연구팀이 사체에 모이는 시식성(屍食性) 곤충들의 발견 상태에 따라 나이를 추정하는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다양한 치안 R&D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맞춘 치안산업 컨트롤타워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치안영역에서도 복합적 기술 첨단화를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미국은 국립사법연구소(NIJ)에 연구인력 108명이 근무하고, 영국은 내무부 과학기술국(HOSDB)에서 200여 명의 연구인력이 치안과학기술을 연구한다. 일본도 과학경찰연구소(NRIPA)가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면서 자체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4년 경찰법을 개정, 법적 근거를 마련해 경찰청장이 치안 분야의 과학기술진흥을 위한 시책을 추진하도록 하고, 치안 R&D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 또는 단체 등에 출연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아직 외국 선진국들에 비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장기적으로 현재의 치안정책연구소를 ‘국립치안과학원’(가칭)으로 확대 개편하고 과학치안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2018.02.28 1127호 (p52~55)

  •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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