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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은 NC 다이노스?

토정비결로 본 올해 프로야구

챔피언은 NC 다이노스?

토정비결. [동아일보]

토정비결. [동아일보]

물론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는 게 스포츠 세계. 그래도 ‘토정비결’이 맞는다면 2018년 프로야구는 제목과 같은 결말을 맺을 개연성이 큽니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올해 토정비결이 제일 좋거든요. 

음력 새해를 앞두고 어떤 감독이 운수가 좋은지 알아보고자 약 1만 원을 투자해 토정비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았습니다. 그다음 한국야구위원회(KBO)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올해 토정비결을 알아봤습니다. 이 앱은 김 감독의 올해 운세를 ‘천심월광 정조만리(天心月光 正照萬里)’라는 여덟 글자로 요약했습니다. ‘하늘 가운데 달빛이 똑바로 1만 리를 비춘다’는 뜻입니다. 김 감독은 이름 끝자가 ‘moon’ 발음과 같아 ‘달 감독’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뭔가 더 의미심장하지 않은가요. 

김 감독은 ‘가을야구’가 한창일 음력 9월(양력 10월 9일~11월 7일) 운세도 좋습니다. ‘내리는 명령에 권위를 가지게 되며 허리에 황금 띠를 두른 격이다. 높은 지위에 앉게 되고 이름이 높이 사방에 떨쳐지리라. 고기가 푸른 바다에 노는 격이니 의기가 양양하고 운수가 대통하니 뜻과 같이하는 일이 다 이뤄지리라.’ 김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 때 야구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땄지만 소속팀에서는 아직 한 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준우승만 4번 했으니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니는 게 당연한 일. 과연 올해는 토정비결대로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물론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쉽게 권좌를 내주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김기태 KIA 감독의 올해 토정비결은 ‘근심이 생기고 기쁨이 흩어지리라’로 좋은 편이 못 됩니다. 게다가 음력 9월 운세는 ‘큰 뜻을 품었으나 결과는 보잘것없으니 범을 그리려다 개를 그려놓은 격’으로 더 불길합니다. 범이 호랑이(타이거)의 또 다른 낱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난해 가을야구 진출 감독, 올해 운세는?

토정비결 결과만 놓고 본다면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올 시즌 가장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동아]

토정비결 결과만 놓고 본다면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올 시즌 가장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동아]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KIA와 맞붙은 두산 베어스는 어떨까요. 일단 김태형 감독의 올해 전체 운세는 ‘봄이 옛 나라에 돌아오니 만물이 처음으로 살아나리라’로 좋습니다. 문제는 가을야구 시즌. ‘너무 성급히 이익을 구하려 하니 일이 두서가 없어지고 점점 더 불리해지는도다. 물가에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NC가 안방으로 쓰는 마산야구장이 바닷가 근처라는 생각부터 든 건 오버일까요. 

예, 맞습니다. 지난해 3위 팀 롯데 자이언츠도 항구도시 부산이 안방입니다. 지난 시즌 5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롯데는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결과가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조원우 감독의 음력 9월 운세를 보면 그렇습니다. ‘타향에서 여관 신세를 지고 창밖을 내다보니 필시 기쁜 친구를 만나게 될 것이며 분수 밖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면 허망한 꼴을 보지 않으리라.’ 

SK 와이번스 팬 여러분, 진정하세요. 인천도 항구도시가 맞습니다. 그럼에도 SK를 제일 늦게 언급한 건 트레이 힐만 감독의 운세가 썩 좋지 못하기 때문. 힐만 감독의 올해 운세는 ‘만리장정 거거고산(萬里長程 去去高山)’입니다. ‘1만 리나 되는 먼 길을 가는데 가면 갈수록 높은 산이 막아선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지난해처럼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는 성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힐만 감독의 음력 9월 운세가 ‘하룻밤 광풍에 꽃이 떨어져 어디로 다 가버렸는고’이니까요. 

올해부터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의 토정비결은 ‘월은서창 괴몽빈빈(月隱西窓 怪夢頻頻)’입니다. ‘달이 서쪽 창밖으로 숨어드니 괴이한 꿈이 빈발한다’는 뜻. 참고로 서울 잠실야구장 서쪽에는 LG가 경기 때 주로 쓰는 안방팀 더그아웃이 있습니다. 류 감독의 올해 운세에는 또 ‘서로 주권을 장악하려고 고발하다 오히려 죄가 내게 미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지난해까지 LG 감독을 맡았던 양상문 단장과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나 봅니다. 양 단장의 이름 역시 문(moon)으로 끝이 납니다. 

올해 토정비결은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에게는 ‘집안 단속’을 주문합니다. ‘가정이 화합하지 못하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꾀하는 일을 성사하지 못하니 이 답답함을 그 누가 알리오.’ 횡령·사기 혐의로 이장석 대표가 구속되면서 앞길을 알기가 어려운 넥센 구단의 사정을 토정비결이 알고 있는 듯합니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올해는 다를까요. 한용덕 감독의 올해 토정비결을 보면 ‘생각뿐이던 사업이 바야흐로 때를 만난 듯 이뤄지니 금년 신수는 오랜 가뭄이 비를 만난 듯 풍요롭게 길하리라’로 나와 있으니 기대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단, 양력 6월 중순부터는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좋은 운세는 이미 물러가고 액이 닥치도다. 봄바람이 이미 지나갔는데 꽃이 피기를 기다리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라고 음력 5월 운세가 염려하고 있으니까요.


재미로 보는 토정비결이지만…

김진욱 kt 위즈 감독의 토정비결에는 모순적 표현이 들어 있다. [스포츠동아]

김진욱 kt 위즈 감독의 토정비결에는 모순적 표현이 들어 있다. [스포츠동아]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신수가 태평하니 이르는 곳마다 길함이 있어 성취하게 된다. 길성이 나를 도우니 필시 은인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라는 운세가 나왔습니다. 과연 김 감독을 도울 은인은 누구일까요. 우승은 몰라도 가을야구 진출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삼성 팬들은 지난해 팀이 9위까지 떨어지자 (일제강점기에 빗대) ‘한수강점기’라는 표현까지 만들어냈습니다. 토정비결이 맞는다면 김 감독은 올해는 이런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창단 후 첫 탈꼴찌를 노리는 kt 위즈는 김진욱 감독의 올해 토정비결이 틀리기를 기대해야 합니다. ‘삽십육계로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라는 불길한 운세가 나와 있으니까요. 그런데 김 감독의 토정비결은 모순적입니다. 저렇게 달아나라 해놓고 그다음 문장이 ‘운수가 불길하니 움직이지 말라’입니다. 그래 놓고는 다시 ‘집안에만 있으면 마음을 상하겠고 움직이면 많은 이득을 얻게 되리라’로 마무리됩니다. 뭘 어쩌라는 걸까요. 

지난해 토정비결을 보면 이런 예상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겠죠. 지난해 토정비결이 가장 좋았던 사람은 양상문 당시 LG 감독이었습니다. ‘푸른 새가 소식을 전했는데 어찌 홀아비가 배필을 만나지 않겠는가’ ‘금년의 수는 반드시 기쁜 일이 있으리라’ 같은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던 류 감독이 LG로 건너왔고, 팀은 7위에 그쳤지만 양 전 감독은 단장으로 승진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또 토정비결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김한수 감독에게 ‘이름이 사방에 가득하여 알려졌지만 빈 주머니와 빈 상자같이 비었음에 유념하라’고 조언했는데 실제로 삼성은 팀 창단 이후 첫 9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과연 올해는 토정비결이 얼마나 맞을까요. 재미로만 보시고, 개인적으로 얼른 프로야구가 개막했으면 좋겠습니다.




주간동아 2018.02.14 1126호 (p88~89)

  •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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