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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별곡

나 이번에도 집에 못 간대

줄지 않는 실질 근로시간에 휴일과 여가는커녕 건강도 못 챙기는 직장인들

나 이번에도 집에 못 간대

서울 종로구의 한 회사 건물. 밤이 늦었지만 사무실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동아DB]

서울 종로구의 한 회사 건물. 밤이 늦었지만 사무실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동아DB]

“얻은 것은 스트레스와 돈이고 잃은 것은 건강과 머리숱이네요.” 

올해로 4년째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2) 씨의 말이다. 그는 “돈을 많이 주는 만큼 일도 많이 시킨다는 얘기가 맞는 것 같다. 입사해 지금까지 칼퇴(정시 퇴근)는 손에 꼽을 정도고 주 2~3회는 야근을 해왔으니 운동은커녕 잠잘 시간도 모자란다.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원형탈모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인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에 해당되지 않는 직장인은 김씨 말고도 많다. 직장인 대다수가 자신만의 시간이 부족한 ‘타임푸어’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이는 명절에도 마찬가지. 연휴에도 일부 직장인은 일터에 나가야 한다. 

통계상으론 매해 직장인의 평균 근로시간은 줄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체감 근로시간이 전혀 줄지 않았다고 하소연한다. 통계에서 누락되는 근로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2016년 중소기업 생산직으로 취업한 박모(29) 씨는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질 위기에 놓였다. 한 달에 많아야 두 번 만날 수 있을 만큼 바빠지자 관계가 소원해진 것. 박씨의 출근시간은 오전 8시 30분, 퇴근시간은 5시 30분이다. 하지만 제때 퇴근한 경우는 손에 꼽는다. 업무량이 많아 잔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쉬는 시간도 거의 없다. 1시간마다 10분씩 휴식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역시 명목뿐이다. 가끔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기계 앞에서 일에 매달린다. 식사 때가 유일한 휴식시간이나 이마저도 다 쉬는 경우가 드물다. 점심식사는 1시간, 저녁식사는 30분이지만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재빨리 먹고 다시 일자리에 앉는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정시퇴근을 해보기 위해서다. 그는 “저녁식사 전 퇴근하는 날은 모처럼 여자친구와 밥을 먹거나 친구들을 만난다. 그 하루를 위해 점심시간도 포기하며 일할 정도로 한 달에 한 번 제때 퇴근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휴일이 잘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하지만 작업 물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박씨는 주말에도 회사에 나간다. 회사 측은 주말에 일한 만큼 대체휴가를 쓰라고 하지만 다음 주에도 똑같은 물량이 들어올 것이 뻔한 상황에서 대체휴가를 쓴다고 나서면 동료들의 눈총을 피하기 어렵다. 

박씨의 동료인 문모(30) 씨도 “연차도 다 못 쓰는데 대체휴가는 언감생심이다. 직원들이 사측에 대체휴가 대신 주말근무수당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사정이 좋지 않다며 계속 명목뿐인 대체휴가만 권한다. 당장 명절 연휴에도 나와 일해야 할 판인데 명절 상여금이라도 더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 4년째 종사 중인 고모(33) 씨는 가족에게 “나 오늘 야근이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항상 야근이니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는 것. 그는 “직장인 근로시간은 예정된 업무를 끝내는 시간이 아니라 능력대로 계속 일을 받는 시간인 것 같다. 부서가 바쁘면 퇴근시간이 두어 시간 남았을 때 추가 업무를 받는다. 하지만 정작 책임자인 상사들은 약속을 핑계로 일찍 자리를 비운다”고 말했다. 고씨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이 정도는 금방 할 수 있지?”다. 그는 “상사는 금방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매번 퇴근은 밤 9시 이후에나 한다. 게다가 위에서 야근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서 야근수당을 올릴 수도, 대체휴가를 쓸 수도 없다”고 밝혔다.


“엄마, 올해도 못 내려갈 것 같아요”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이 어렵다”고 밝혔다. [뉴스1]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이 어렵다”고 밝혔다. [뉴스1]

일부 직종은 명절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일한다. 연휴에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몇몇 서비스업종 종사자는 설이나 추석이 반갑기는커녕 두렵기까지 하다. 대표적으로 물류업계.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정모(30) 씨는 입사 3년 만에 처음 고향에 간다. 취업준비를 한다며 고향을 찾지 않은 기간을 합하면 5년 만의 귀성길이다. 그는 “취업준비생 시절에는 친척들의 질문 공세가 두려워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지만 취업한 뒤에는 연휴에 쉬지 못하니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설 연휴 기간 제대로 귀성길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명절 연휴를 앞둔 평일에 잠깐 내려갔다 오기로 한 것. 대형마트 등 물류업계는 주말에 손님이 가장 많다. 그래서 따로 일정표를 만들어 한 주에 2번 비번 형식으로 쉰다. 이번 귀성길도 얼굴을 잊어버리겠다는 부모의 성화에 기차표를 예매한 것이다. 

하지만 정씨는 마음이 무겁다. 쉬는 기간 내내 회사에서 연락이 올 것이 뻔하기 때문. 특히 매장 상황을 공유하는 카카오톡(카톡)방이 문제다. 그곳에서 지시한 내용을 숙지해둬야 휴일 후 근무에 지장이 없다. 그는 “쉬는 날에도 카톡방에 올라온 지시를 바로바로 확인하고 질문에도 재빨리 대답해야 한다. 심한 경우 카톡방을 통해 매장 청소가 안 돼 있다거나 기타 업무가 미비하다고 질타하기도 한다. 카톡으로 원격 잔소리를 들은 날이면 휴일이 왜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 일터에 나가는 직장인은 정씨 외에도 많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081명, 아르바이트생 656명을 대상으로 1월 31일부터 2월 1일까지 설 연휴 출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3%가 명절에도 출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 연휴에 출근한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44.5%. 아르바이트생은 62.5%였다. 

직종별로는 직장인의 경우 전문·특수직이 60.5%로 가장 높았으며 영업·고객상담(55.1%), 생산·제조(53.6%) 순이었다. 아르바이트생 가운데 명절에 출근하는 직종은 매장 관리직이 77.2%로 압도적이었다. 그 이유는 ‘연휴에도 정상영업을 하기 때문’(35.9%)이었다. 직장인은 영업 이외에 당직(20.8%) 때문에 명절을 회사에서 보내는 경우도 많았다. 

한편 명절 귀성길을 피하려고 당직을 서는 직장인도 있다. 서울 금천구의 김모(36) 씨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연휴기간 당직이 잡힌 동료와 근무 일정을 바꿔 회사에 출근한다. 그는 “2016년 추석 때부터 친척이 모이는 자리에만 가면 결혼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설에는 할머니가 살아생전 장손 결혼식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셔서 부담이 더해졌다”고 밝혔다. 

서모(28·여) 씨도 당직을 자청해 일하기로 했다. 올해 결혼한 신혼부부지만 남편이 갑자기 장기간 해외 출장을 가게 됐고, 시부모가 서씨에게 설 연휴를 함께 보내자며 연락을 해온 것. 그는 “시부모님이 좋은 분들이지만 남편도 없이 시댁에 며칠씩 머무는 것은 부담스럽다. 결국 회사에 당직을 하겠다고 했고, 시부모님에게는 명절 연휴에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 말씀드렸다”고 했다.


근무, 수면, 식사, 휴식시간 모두 아니라면?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동아DB]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동아DB]

휴식시간도, 명절 휴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지만 경영계는 근로자의 근로환경이 나아졌다고 주장한다. 통계상 근로시간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 고용노동부(고용부)의 ‘상용근로자 월평균 근로시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직장인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78.1시간. 2014년에는 177.1시간, 2016년에는 176.9시간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일하는 시간이 줄었으니 쉬는 시간이 늘어야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직장인의 쉬는 시간도 감소세를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여가활동 조사’에 따르면 2010년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여가시간은 평일 4시간, 주말 7시간으로 집계됐다. 2014년에는 평일 3.6시간, 주말 5.8시간으로 줄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16년에는 평일 3.1시간, 주말 5시간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6년 ‘국민여가활동 조사’ 가운데 급여를 받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를 재구성해보니 한국 직장인은 평일 2.65시간, 주말 4.9시간의 여가시간만 보장받고 있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근로시간과 여가시간이 함께 줄어드는 것은 통계적으로 이상하다. 근로시간은 사용자 측을 통해 전수조사한 것이고 여가시간은 설문조사를 거친 만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생활시간조사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시간조사는 통계청이 5년마다 전국 1만 7000여 가구의 10세 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하루 종일 행동하는 시간을 모아 발표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도 근로시간과 여가시간이 동시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시간조사는 하루에 사용하는 시간을 성격별로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식사, 수면, 통학·통근 등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시간, 직장·가사노동을 하는 의무시간, 여가에 활용하는 여가시간 등이다. 

조사 결과 2004년 대한민국 성인의 의무시간은 8시간 16분, 여가시간은 5시간 11분이었다. 2009년에는 의무시간이 8시간 8분, 여가시간이 4시간 59분으로 소폭 감소했고 2014년에는 각각 7시간 55분, 4시간 52분으로 다시 감소했다. 반면 필수시간은 매년 조금씩 늘었다. 2004년 10시간 34분이던 필수시간은 2009년 10시간 53분, 2014년 11시간 13분으로 점차 증가했다. 식사와 통근·통학을 2~3시간이라고 가정하면 8~9시간은 수면시간이다.


나 이번에도 집에 못 간대
하지만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많다. 서울 양천구의 최모(30) 씨는 “일주일에 2~3번은 11시 넘어 퇴근하고, 날짜가 바뀌고서야 퇴근하는 일도 잦다. 평소보다 늦게 퇴근했다고 다음 날 늦게 출근하는 것도 아니니 항상 잠이 모자란다. 그렇다고 주말을 잠으로 낭비하긴 아깝고, 외출이라도 하고 나면 그다음 주가 너무 힘들다. 최근에는 친구들과 스키장에 다녀왔는데 한 주 내내 피로해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6년 5월 직장인 32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1시간. 생활시간조사 결과와 차이가 크다. 국제지표에서도 한국 직장인은 잠을 잘 못 자는 편이었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 회원국 가운데 말석이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2분이었다. 7시간 41분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수치고 한국 급여 생활자만 떼서 보면 6.1시간으로 직장인들 설문조사 결과와 일치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직장인의 평일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다. 2016년 월평균 근로시간을 일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8.1시간. 여기에 2.65시간의 여가시간과 6.1시간의 수면시간을 합하면 총 16.85시간으로 식사와 통근에 7시간 남짓을 써야 24시간을 채울 수 있다(그래프 참조). 

이는 직장인이 체감하는 것과는 전혀 동떨어진 숫자다. 서울 성동구의 유모(34) 씨는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라 급여가 지급되는 근로시간만 집계한 것 같다. 대부분 야근하더라도 관련 수당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주말이나 연장근무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우리가 하루에 8시간만 일한다고?”

서울 금천구의 한 사무실. 정시 퇴근을 위해 회사 불은 꺼졌지만 업무가 남은 직원들은 불 꺼진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동아DB]

서울 금천구의 한 사무실. 정시 퇴근을 위해 회사 불은 꺼졌지만 업무가 남은 직원들은 불 꺼진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동아DB]

직장인이 인식하는 근로시간은 고용부의 집계와 차이가 컸다. 지난해 12월 잡코리아는 직장인 638명을 대상으로 ‘직장인들의 근로시간과 근로시간 단축법에 관한 견해’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직장인의 주당 실제 근로시간은 평균 53.2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당 최다 근로시간을 상회하는 수치다. 

근로기준법 제50조와 제51조에 따르면 법정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 단, 근로자와 고용주가 서면합의를 했을 때 최대 52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기업별로는 중소기업이 53.7시간으로 근로시간이 가장 길었고 대기업이 53.4시간으로 소폭 적었다. 한편 외국계 기업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0.9시간,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50시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47.7시간을 기록했다.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삼사분기 한국 급여 생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177.5시간으로 이를 주당 평균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40.8시간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 12시간 넘게 차이가 난다. 물론 두 통계는 조사 대상이 다르다. 고용부 집계는 사용자인 고용주가 지불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다. 

고용부 측은 “근로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는 통계적 의미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 관계자는 “일단 비교 범위가 다르다. 월간 근로시간을 단순히 주간 근로시간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한 달 내 월차, 연차 등을 사용해 한 주 근로시간을 다 채우지 못한 근로자도 많다. 일간으로 환산하면 하루 근로시간이 8시간 정도로 근로자 조사와 차이가 크지 않다. 게다가 근로자 일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할 경우 업무강도가 높은 사람을 위주로 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임원 등 관리직은 업무강도가 낮거나 업무시간이 짧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측은 어불성설이라며 맞섰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만 봐도 근로자의 평균 노동시간이 하루 8시간이라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의 골자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낮추는 것이다. 평균 근로시간이 8시간에 불과하다면 애초에 주당 68시간 일하는 경우가 드물 테고 재계 반발도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근로기준법상 최대 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이지만 고용부가 2004년 법정노동시간 52시간에 주말 근로시간 16시간을 합해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인정한 바 있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은 “주 40시간은 고사하고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근로자가 과반이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8시간을 넘는 근로자도 700만 명이나 된다. 5인 미만 사업장 등 법정 최대 노동시간의 예외 적용을 받는 사례까지 합산하면 800만 명은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용부 집계의 문제점은 금융권 근로자의 노동시간만 봐도 알 수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집계에 따르면 금융 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62시간이지만, 고용부의 사용자 조사 결과는 48시간에 불과하다.


무료 시간 외 근무 이제는 사라진다고?

일을 덜 하는 근로자도 있을 수 있다는 고용부 측 해명에 대해 금융노조는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만 봐도 관리직이 일을 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관리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6시간으로 장치기계(48.3), 판매직(46.5), 서비스직(46.4)에 이어 9개 직종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한편 사무직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4.8시간이었다. 

실제 근로시간이 길다 보니 직장인은 여가는커녕 자신의 몸을 챙길 시간도 부족하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11월 2030세대 직장인 11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9%가 ‘나는 시간이 모자란 타임푸어’라고 답했다. 이들은 자신이 타임푸어라서 포기한 것으로 체력·건강관리(49.6%·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대인관계(46%), 자기계발(37.5%), 취미·여가(37.3%)가 뒤를 이었다. 

직장인의 긴 업무시간이 문제가 되자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신세계 임직원의 통상 근로시간은 하루 7시간이 되는 것. 다른 대기업도 근로시간 단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직원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계열사 가운데는 일주일에 하루는 퇴근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회사 전등이 소등되고 컴퓨터가 꺼지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근로자는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서울 용산구의 조모(27·여) 씨는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업무시간이 지나면 전등과 컴퓨터가 꺼진다. 그렇다고 퇴근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회사 근처 카페로 몰려가 맡은 업무를 마무리한다. 당장 상사가 퇴근하면서 간단한 부탁이라며 업무지시를 내린다. 내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결과를 볼 수 있게 하라며 부탁을 가장한 지시를 해오면 퇴근은 불가능하다. 카페에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는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실질근로시간 #워라벌 #타임푸어




입력 2018-02-13 11:28:25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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