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권재현의 심중일언

“형사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스스로 ‘괴물’ 되는 검사 안 나온다”

‘검사내전’ 펴낸 김웅 인천지검 공안부장

“형사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스스로 ‘괴물’ 되는 검사 안 나온다”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책 제목만 보고 내전(內戰)을 떠올렸다. 전 정권에서 잘나가던 검사들과 현 정권에서 잘나가는 검사들의 격렬한 권력투쟁을 다룬 책이리라. 기자의 뉴스감각 때문만은 아니었다. 거악을 척결하고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검사와 그러다 주화입마(走火入魔)해 스스로 괴물이 돼버린 검사 간 아마겟돈이 영화나 드라마에 단골소재로 등장하지 않았나. 

그러다 서문을 읽고 세 번 놀랐다. 검찰조직이 ‘뼈를 깎는 각오로 일신하겠다’는 발표를 하도 자주 해 이제는 더 깎을 뼈도 없는 연체동물이 된 것 같다는 유머감각을 지닌 검사라니.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게 ‘위에서 사고 치면 아래서 같이 욕을 먹어야 한다’는 뜻으로 새겨야 할 지경이 됐다며 검찰 상층부를 비판하는 배짱 좋은 현직 부장검사라니. 대한민국이라는 여객선의 행로를 걱정하기보다 물이 스며들지 않게 철판을 꼭 물고 있는 작은 나사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선배에게 감동받아 특수부·공안부 같은 출세 코스를 접고 형사부를 사랑하기로 한 검사라니. 

그제야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내전이 검사의 내밀한 풍경과 속내를 담은 내전(內傳)을 뜻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과연 내밀한 검찰 속사정에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책을 읽다 웃음이 빵 터졌다. 검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자신에 대한 희화화가 걸작이었기 때문이다. 

초년검사 시절 ‘당청꼴찌’(해당 검찰청에서 꼴찌라는 뜻)로 불릴 만큼 무능한 데다 외모도 맹탕으로 생겨 ‘구걸수사’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피의자들에게 호구로 취급받기 일쑤였다는 능청맞은 고백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3년 치 막걸리 외상값’을 작명비로 내고 받은 이름인데 정작 자신은 술이 약해 검찰의 ‘폭탄주 문화’를 견디지 못한 일화도 폭소를 자아낸다. 본인에 대한 공치사를 하다가도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란 식으로 눙치는 솜씨 또한 일품이다. 

노회한 사기꾼은 보통 검찰인사가 2년에 한 번씩 있는 걸 알고 임기가 끝날 무렵, 그것도 약속 많은 토요일 오후 늦게 기습적으로 출두해 “억울하다”고 읍소할 때가 많단다. 그렇게 허를 찔린 해당 검사는 조서를 검토할 여유가 없는 탓에 일단 수배부터 풀어주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 그런데 당청꼴찌였던 자신은 토요일 야근을 밥 먹듯이 해 ‘어차피 할 야근’이란 생각으로 느긋하게 옛 조서를 꼼꼼히 살펴봤고, 덕분에 10년이나 법망을 피해온 할머니 사기꾼을 붙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만성적 장 트러블로 앞 건물 화장실을 이용하다 붙잡혀 억지 특강을 들은 덕에 금융감독원 보험조사국이 개발한 ‘보험사기 인지 시스템’으로 범인을 잡은 1호 검사의 영예를 안았다는 이야기도 독자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한다. 

그는 그렇게 자기풍자 내지 자기희화화로 독자를 무장 해제시켜 놓고 사기, 교통사고, 청소년범죄, 도박처럼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형사사건의 수법과 대처법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그런 사건들이 넘쳐나도 개선되지 않는 제도적 문제점까지 넌지시 짚는다. 

게다가 그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선후배 검사나 피의자에겐 호구로 비칠지 몰라도 유독 높은 자리에 계신 고위직 검사들에겐 싸움닭이 따로 없다. 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차장검사가 술 마시다 누가 부하직원을 더 많이 부를 수 있느냐는 내기가 붙었다. 그가 그 차장검사의 호출을 무시했다 조직의 단합을 강조하는 훈시를 듣자 “그런 게 단합이면 제가 술 마시다 차장님을 불러도 와주시나요?”라고 받아쳤다. 또 검사 단합대회가 검사장 고향에서 성대하게 열리자 “기왕 이런 행사를 할 거면 우리 관할 지역에서 개최해 갈비탕 한 그릇이라도 팔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찬물을 끼얹는 식이다. 

그래서 그 주인공이 너무 궁금해졌다. ‘검사내전’을 펴낸 박윤우 부키 대표에게 전화해 책을 꼼꼼히 다 읽은 티를 팍팍 내며 “꼭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졸랐다. 의외로 선선히 연락이 왔고 주말이 좋다고 해 1월 27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아파트값이 비싼 동네에 산다 싶었는데 월세살이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김웅(48) 부장검사였다.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외모가 맹탕이고 팔랑귀라 검사 행세나 하겠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더니 늘씬한 체형에 인상도 좋다. 

“키만 컸지 운동신경이 없고 삐쩍 말라 어린 시절부터 놀림거리였다. 자신감이 없어 남 앞에 나서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1997년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연수원 시절 친구 소개로 아내를 만난 뒤 사람꼴 갖춘거다.” 

책을 읽으면서 ‘서민형 검사’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첫째는 기생충학자로 유명한 서민 교수의 글쓰기가 연상됐다. 자기를 한껏 낮추는 유머로 독자를 무장 해제시킨 뒤 하고 싶은 말을 설득력 넘치게 전한다. 둘째는 남들은 기피하는 형사부 일이 좋다 했는데 다루는 사건이 대부분 서민의 피부에 와 닿을 만한 것들이다. 

“내 주제에 스타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냥 평소 어법을 살리면서 법조계를 어렵게 여기는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서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전남 여천(현 여수)에서 태어나 다섯 살 이후 대학(서울대 정치학과)에 들어가기 전까지 순천에서 자란 촌놈이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은 많이 했다. 어머니가 ‘헌 가마니가 더 들어간다’ 같은 속담을 워낙 즐겨 쓰셔서 나도 구수한 비유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형사부 업무는 검찰 전체 사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검사 인원으로 봤을 때 70%가량 된다. 검사 대부분이 형사부에서 일한다. 그러다 보니 검찰 내부에서 형사부를 덜 거치고 특수부나 공안부 같은 부서로 가야 출세한다는 통념이 생긴 거다.”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자기풍자 능력이 떨어진다. 특히 검사 하면 목에 깁스하고 눈으로 레이저 쏘는 우병우 같은 사람을 떠올리는 게 국민 정서다. 

“그분이 아주 특수한 경우다.(웃음) 기선 제압 운운하는 것도 비교적 확률이 높다는 거지, 그게 꼭 정답은 아니다. 아내가 당청꼴찌 이야기는 왜 썼느냐면서 나중에 변호사 개업해도 누가 사건을 의뢰하겠느냐고 핀잔하더라.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닌 얘기를 꺼낸 것은 검사 일이 안 맞는 것 같다며 상담하러 오는 후배에게 ‘조직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스타일이 아니라, 너 자신의 스타일을 찾으라’고 말해주기 위해서다. 초임시절 선배들로부터 하도 기선 제압이 중요하단 얘기를 들어 흉내를 내봤지만 도저히 안 됐다. 오죽하면 부장들이 나를 안 받으려고 서로 퉁 치다 ‘내가 한번 인간 만들어보겠다’고 데려가 놓고는 몇 달 만에 ‘도저히 인간이 안 되는 놈도 있더라’며 다시 내놨겠느냐. 그러다 내 스타일을 찾아가니까 웃으면서 구속되고 ‘그때 부인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사람까지 생기더라.” 

김 검사는 자신의 약점을 거침없이 드러내지만 검찰조직은 여전히 ‘그러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돼 큰일 난다’ 하지 않나. 

“검찰은 매년 검사들을 모아놓고 하루 종일 사무감사 교육을 한다. 검사들의 실수 사례를 다 모아놓고 반면교사 삼으라는 취지이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해 일어난다.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수가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검찰은 그런 걸 자꾸 감추려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검사도 사람이고, 모자라는 구석이 많으니까 너무 믿지 마시라. 스스로들 알아서 조심하시라’고 알리는 차원에서 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시험 잘 보면 능력이 출중하다 생각한다. 시험 잘 보는 건 요령에 불과한데 너무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검사들은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남들이 놀고 연애할 때 꿋꿋이 앉아서 공부했으며, 그 결과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들을 대단한 선(先)이라 여기는데 세상이 바뀌어 그런 방식이 먹히지 않으니까 당황하고 있다. 우리는 하던 대로 하고 문제가 생기면 공부하고 매뉴얼 만들면서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먹히지 하고 생각하는 거다.”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자기객관화 능력이 필요한데 억울해하는 검사가 더 많은 것 같다.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호등이 1년 365일 중 하루 빼고 다 맞는다고 생각해봐라. 그런데 그 하루가 언제인지를 모른다. 그럼 그 신호등을 믿을 수 있나. 그리고 참치통조림 100개가 있다고 치자. 그중 99개는 양질의 것인데 상한 게 1개 들어가 있다. 이걸 그냥 유통하자고 하면 사람들이 믿어주겠냐. 신뢰의 문제랑 표본의 문제는 다른 거다. 확률적으로 괜찮다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문제 있는 하나가 내 것이 될 수 있어 구매를 안 하는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라고 물으면 ‘그건 나도 모르겠다’고 답한다.(웃음) 억울하긴 해도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것에 서운해하지 말자고 한다.” 

김웅 같은 검사가 얼마나 될까. 

“앞으로는 점점 많아질 거다. 특히 여검사 수가 증가하면서 많이 유연해지고 있다. 여자들이 검사직에 잘 맞는 것 같다.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독이고…. 뭐라 해야 할까, 사람들을 이해하게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남자 검사들은 자꾸 설득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사석에서 만난 친구들로부터 이런 지청구를 듣는다. ‘니 말이 맞는 것 같긴 한데 왜 자꾸 가르치려 드냐.’(웃음)” 

여성들이 검사직에 잘 맞는다 했는데, 서지현 검사가 검찰 고위간부의 성추행과 은폐를 폭로한 일로 검찰 치부가 다시 드러났다(이 질문은 2월 1일 추가). 

“인사 불만 때문에 벌인 것이라는 말도 있던데 본질을 흐리는 발언이라 생각한다. 우리 조직이 남성중심적이고 마초적이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 문제제기를 조직문화 일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이런 문제가 내부에서 제기됐을 때 정당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검찰이 과연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성차별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여성 검사가 검찰 구성원의 절반이 넘는 시대가 곧 닥칠 텐데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이 있으면 과감히 고쳐야 한다. 동료 부장검사들과 후배 고참검사를 불러 이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부분 이에 공감해줘 살짝 놀랐다. 그만큼 검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책에는 형사부 검사 이야기가 많은데 정작 본인은 공안부 부장검사가 됐다. 

“2005~2006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부에서 근무했는데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의도 없이 한 일도 무슨 저의가 있는 것처럼 간주되더라.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지망도 안 했는데 지난해 8월 공안부장으로 인사가 났다. 가라 하면 가서 열심히 하는 게 검사다. 특히 중소기업이 많은 인천에선 공안부 업무가 보람찬 경우가 꽤 된다. 인천지방검찰청 공안부에서 지난해 처리한 사건 5000건 중 국가보안법 사건 4건,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사건 20여 건이고 나머지는 전부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사건이었다.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공사장의 안전펜스 설치 여부 같은 거다.”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공안검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 

“옛날 공안부에서 노동운동을 전담하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요즘 노동 관련 사건의 99%는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를 다룬다. 요즘은 파업해도 법을 잘 지킨다. 특히 인천은 예전에 노동운동을 한 분들이 만들어놓은 질서가 있어 대규모 파업은 드물고 비정규직 하청업체 간 문제가 있을 뿐이다. 공안이란 이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바꿔보자는 고민이 검찰 내부에서도 있다. 공안의 영역은 사회적 안전망의 최후 보루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한국 사회에선 시민이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많은데, 검찰청에서 조정하면 해결이 잘 된다. 검사 처지에선 조정하지 않고 벌금형으로 처리하는 게 편하다. 조정하려면 서류작업이 많아지고 일이 2~3배 번거로워진다. 그런 걸 이해하고 따라주는 후배가 많아 고맙다.” 

남들은 기피하는 형사부 일에서 더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검찰에서 형사부 근무를 적게 해야 출세하다 보니 높은 분일수록 형사부 사정을 몰라 엉뚱한 말을 한다. ‘형사사건 피해자에겐 개별 사건 하나하나가 인생 사건이다, 그러니 너의 모든 것을 건다는 심정으로 정성을 쏟아부어라’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다. 형사부 검사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뭔 줄 아는가. 전화벨 소리다. 전화의 70%가 항의 전화다. 진저리나는 전화를 여러 통 받고 나면 되게 거칠어진다. 따뜻한 온기를 품으려 해도, 시베리아 벌판에 있으면 금방 식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형사부 사건이 좋은 것은 진짜 우리 삶을 다루기 때문이다. 특수부가 다루는 재벌 수사, 공안부가 다루는 국보법 위반 수사를 일반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부모와 자식 간 30년 애증이 불러온 존속상해 사건처럼 진짜 삶을 경험하게 해준다. 또 형사부 사건은 내가 뭔가를 해결했다는 성취감을 준다. 특수부나 공안부가 수사한 것을 보고 대한민국 깨끗해지고 우리 체제가 공고해질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형사부 사건을 하나 해결하면 해당 가정이 좋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책에서 대한민국이 사기공화국이 된 것은 사기범죄자들이 손실보다 이익이 많다고 생각할 만큼 사기범죄에 온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위증죄를 법원에서 진술에만 적용하고 경찰, 검찰 조서 작성 때 적용하지 않다 보니 양심불량자가 속출하며, 학원폭력에 대해 화해와 용서를 강요하는 문화가 피해자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형사처벌공화국이다. 모든 것을 국가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게 정의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가 성숙한 나라에선 서로서로 양보하고 자기행동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미리 조심한다. 한국에선 문제가 터지면 국가가 나서 형사적으로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처벌 조항이 매우 많은데,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처벌 조항이 많은 대표적인 법이 소방법인데, 그럼에도 불이 나면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일이 되풀이된다. 밀양화재사건 이후 또다시 처벌 조항이 늘어날 것이다. 스프링클러 미설치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 거다. 병원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가중처벌 조항이 추가될 거다. 소방단속도 강화될 거다. 하지만 처벌을 늘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안전을 위해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공기를 줄이고 단가도 낮출 수 있는 건축자재가 있어도 불이 났을 때 엄청난 위험을 생각해 스스로 비용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이 더 중요하다. 이면도로에 주차하지 않고 좀 더 걷더라도 먼 곳에 주차하거나 돈을 내고 공용주차장에 차를 대겠다는 자발적 시민의식이 있어야 한다.”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사기범죄나 청소년범죄는 엄벌주의로 가야 한다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처벌해야 할 게 많다 보니 정작 중요한 범죄,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운영을 쉽게 하려고 행정법규 위반에까지 형사처벌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에게 나쁜 짓을 하고 사기범죄를 저지른 것과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은 전혀 다른데 이걸 뭉뚱그려 처벌하다 보니 진짜 죄질이 나쁜 범죄에 무감각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솜방망이 판결도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들이 한국 사법제도를 보고 가장 어이없어하는 것이 판사를 국민이 뽑는 게 아니라 시험성적에 따라 선발한다는 점이다. 판사를 그런 방식으로 선발하면 사법권의 민주적 정당성이 어디서 오느냐는 것이다. 미국에선 로스쿨을 나오면 변호사가 되거나 검찰청에서 검사보(한국의 검사에 해당)로 법조경력을 시작한다.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뒤에는 카운티의 검찰총장 선거에 나선다. 우리로 치면 지청장이나 검사장급이다. 거기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뒤 마지막에 도전하는 게 판사다. 미국 판사의 80%가량은 선거로 뽑고, 대통령이나 주지사가 임명하는 경우도 반드시 상원이나 주의회 인증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판사의 권위가 어마어마하다. 법조 인생의 마지막이 판사이다 보니 판사보다 경력 많은 변호사는 없다. 그래서 정년을 채우면 전관예우를 노리고 변호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학계로 간다.” 

책을 읽으면서 지제크 철학 같은 인문학, 뇌과학, 심리학은 물론 슈퍼히어로 영화나 각종 스포츠, 게임까지 섭렵한 것에 놀랐다. 

“인사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인사를 하면 95%는 늘 불만을 갖지 않는가. 그럴 때마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야, 이렇게 대단한 세상이 있는데 인사가 뜻대로 안 된다고 해서 뭔 대수냐’라는 편한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인사가 안 좋을 때 많이 읽고 인사가 좋을 때는 적게 읽지만, 1년에 한 30권은 읽는다. 그렇게 책을 읽은 덕분에 피해자나 피의자의 심리상태를 더 잘 이해하게 됐고 자기객관화의 힘이 키워진 것 같다. 학교로 특강 나가서 ‘검사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아이들의 질문을 받으면 ‘책을 많이 읽으라’는 뻔한 답을 한다.(웃음)”




입력 2018-02-06 15:40:19

  • | 권재현 confetti@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