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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 프로젝트

건축의 피와 살, 뼈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자재’를 꿈꾸다

햇볕과 바람이 놀다 가는 이우학교

건축의 피와 살, 뼈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자재’를 꿈꾸다

[사진 제공 · 경영위치]

[사진 제공 · 경영위치]

건축의 피와 살, 뼈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자재’를 꿈꾸다

•장소 :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동원동
•완공 : 2003, 2004, 2017년
•설계 : 김승회 서울대 교수 · 경영위치
•수상 : 2005년 올해의 건축 BEST 7, 2006년 이원환경건축대상


건축의 피와 살, 뼈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자재’를 꿈꾸다
1 교사동 내부. 2000년대 초반에 지었지만 요즘 유행하는 노출콘크리트 내벽에 목재계단을 설치하고 천장을 그대로 드러냈다. 

2 얇은 철제기둥과 기둥 사이를 칸이라 할 때 각 교실은 4개 칸으로 구성된다. 그 4개 칸의 구성을 달리해 각 교실마다 표정이 다르다. 넓은 채광용 유리창을 밀고 나가면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는 철제난간이 눈에 띈다. 철제난간과 옥상의 철제차양은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3 경사면을 따라 설치된 3개 교사동의 외벽엔 검은색 타일을 붙이고 목재 계단을 설치해 자연친화성을 높였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1979년부터 매년 인류와 건축 환경에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공헌을 한 생존 건축가에게 수여되고 있다. 2017년까지 43명의 수상자(공동수상자 포함) 중 한국인은 한 명도 없다. 일본은 1987년 단게 겐조(丹下健三)부터 7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중국도 2012년 첫 수상자인 왕슈(王澍)를 배출했다. 1983년 수상자인 중국계 미국인 이오 밍 페이(貝聿銘)까지 포함하면 중국계는 2명이다. ‘프리츠커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그 첫 수상자가 나오길 염원하며 그 씨앗이 될 건축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우학교는 도시형 대안학교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대부분 사람은 이 학교의 독특한 소프트웨어와 학생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서 이 학교만의 독특한 하드웨어까지 눈길을 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기자도 사진으로만 접했을 때는 잘 몰랐다. 1월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동원동 야산 중턱에 위치한 이우학교를 처음 볼 때도 ‘햇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아담하게 자리 잡았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학교 건물동은 모두 5개다. 정남향의 교사동 3개는 경사진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지어졌는데 앞 친구 어깨를 붙잡고 그 너머로 얼굴을 비죽 내밀며 해맑게 웃는 형상이다. 맨 앞이 학년당 4학급으로 이뤄진 중학교, 가운데가 교무실·행정실·미술실·공작실로 구성된 본관, 맨 뒤가 학년당 3학급으로 이뤄진 고등학교다. 정면에서 보면 3층인데 비탈길에 위치해 뒤쪽은 2층 구조가 된다. 까치발로 서 있는 형국이랄까. 이들 건물은 2003년 1차로 완공됐다 

그 동편에 위치한 2개 동은 부대시설로 그다음에 지어졌다. 2004년 2차로 완공된 복합관(학생회관)은 1층 식당, 2층 도서관, 지하 공연장을 갖췄다. 복합관 앞에 세워진 지하 1층 지상 3층의 더불어관(다목적관)은 2017년 완공됐다. 과학실험실과 멀티미디어실, 대형강의실을 두루 갖춰 덩치는 가장 큰 대신 볼품은 가장 없다. 다른 건물은 자체 예산으로 집행됐지만 더불어관은 경기도교육청의 예산을 지원받아 지어졌다. 

이들 5개 동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지상공간에선 마당을 공유하고 상층공간은 난간이 달린 다리길(브리지)로 거미줄처럼 연결된다.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사춘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구조다. 특히 복합관과 더불어관으로 연결된 다리길은 캐노피(덮개)가 있는 데다 좌우로 줄지어 있는 철골기둥이 신전 회랑의 열주(列柱) 효과를 발휘해 신성함까지 느껴진다. 

이우(以友)라는 교명은 ‘논어’ 안연 편에 나오는 ‘이문회우 이우보인(以文會友 以友輔仁)’이란 구절에서 따왔다. ‘학문으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써 어짊을 돕는다’는 뜻이다. 다섯 동이 서로 어깨동무하듯 얽힌 형상을 보고 있노라면 건축에 학교의 이념이 스며 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가녀린 기둥에 감춰진 사연

건축의 피와 살, 뼈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자재’를 꿈꾸다
[사진 제공 · 경영위치]

[사진 제공 · 경영위치]

1 본관 3층 공간에 야외수업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옥상과 복합관(학생회관) 2층 도서관을 연결하는 다리길 ‘하늘다리’. 이곳에 서면 산 중턱에 자리 잡은 학교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2 복합관(학생회관)과 더불어관(다목적관)을 연결하는 다리길. 붉은색 캐노피(덮개)와 철골기둥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신전의 회랑을 연상케 한다. 

3 더불어관(다목적관)이 들어서기 전 2번 회랑의 모습. 회랑 끝에 서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내가 세상의 왕이다’를 외치던 영화 속 뱃전이 떠오른다고 해 ‘타이타닉’이란 별명이 붙었다. 

4 더불어관(왼쪽)과 복합관의 다리길이 된 ‘타이타닉’의 현재 모습. 두 건물의 1층이 2층보다 좁은 필로티 구조인 것은 ‘바람길’을 터주기 위한 건축 구상의 산물이다. 

5 이우학교 교정의 나무와 그 나무를 닮은 얇은 철골구조의 기둥.


실제 이 학교 건축은 학생 눈높이에서 가까이 다가서야 진가가 드러난다. 외관에서 가장 먼저 두드러진 점은 기둥이 엄청나게 가늘다는 것이다. 교사동을 지탱하는 기둥은 7.5×15cm 두께의 얇은 사각 철골구조물이다. 어른 손으로 움켜쥘 수 있을 정도로 가늘다. 보통 학교 건물의 기둥은 두 팔을 벌려 안기 어려울 정도로 굵다. 더 놀라운 점은 건물 내에는 아예 기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3층의 하중을 버텨낼까. 

비밀은 1.8m 간격의 기둥과 8.4m 길이의 보로 짜인 옹골진 철골구조에 있다. 옆으로 눕힌 H자형 수평 보에는 다시 V자형 ‘트러스’를 설치해 하중을 분산시켰다. 그러다 보니 교실 천장 높이가 3.3m으로 낮다. 일반 학교 교실의 천장은 3.5~4m이다. 그 대신 천장 구조와 전기 배선 등을 가리는 천장반자 없이 천장구조를 그대로 노출해 시원한 공간감을 살렸다. 

벽의 하중을 줄인 것도 한몫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 보면 교실의 창가 쪽 외벽이나 복도 쪽 외벽은 유리 아니면 목재다. 교실과 복도 사이 콘크리트벽도 유난히 얇다. 그 대신 특수 단열재와 방음재를 써서 보온과 소음 문제를 해소했다. 

그러다 보니 단절·보호의 느낌이 아니라 연결·소통의 느낌이 강하다. 채광이 잘돼 실내등을 거의 켤 필요가 없고 바깥 풍경이 교실 품에 턱 안기는 느낌이 든다. 교실 안에 있어도 답답하지 않고 바깥세상과 바로 연결됐다는 기분이 드는 이유다. 그래서 무거운 책가방에 짓눌린 학생이 아니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학생을 떠올리게 된다. 

기둥이 얇은 철골구조를 선택한 이유는 사실 공정기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2002년 현상공모로 설계안에 채택됐지만 그린벨트지역에 설립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걸린 데다 2003년 9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했다. 그래서 기본 골격을 공장에서 미리 짜 맞춘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조립식이라고 하면 천편일률적인 모양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반대로 교실마다 저마다 표정을 갖게 만든 요소가 됐다. 한옥에서 기둥과 기둥 사이를 칸이라 한다. 이우학교 교실은 네 칸이 모여 하나의 교실이 된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보면 교실마다 이 네 칸의 구성이 다르다. 통유리, 유리창, 나무벽의 위치와 크기가 제각각이다. 그래서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는 이우학교의 모토와도 맞아떨어졌다. 

15년간 3단계에 걸쳐 이 학교 설계를 총괄한 김승회 서울대 교수에겐 얇은 기둥을 쓴 또 다른 이유가 숨어 있었다. 

“(학교 주변 숲을 가리키며) 저 나무들의 굵기를 보세요. 본래는 소나무였다 요즘은 참나무로 수종이 대거 바뀌긴 했지만, 모두 수령이 어려 가늘기는 마찬가지죠. 이우학교는 지금도 환경친화를 강조하는데, 저렇게 가녀린 나무들 사이에 있는 학교 기둥이 굵으면 조화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바람이 지나가는 곳

건축의 피와 살, 뼈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자재’를 꿈꾸다
[사진 제공 · 경영위치]

[사진 제공 · 경영위치]

1 산 중턱에 위치한 이우학교로 올라오는 지름길에 설치된 목재계단. 

2 이우학교의 교실 복도. H자를 눕힌 형태의 보 구조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창문과 목재로 이뤄진 얇은 외벽도 확인할 수 있다. 

3 교정 서편에서 포착한 교사동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집광장치가 보인다. 맨 앞 중학교 교사동 지하에는 지열발전 설비가 들어가 있다. 

4 2학년 2반 학급 표시. 철골구조와 조화를 위해 역시 철재로 제작됐다. 

5 항공사진으로 촬영한 이우학교 교정. 서편 3개 동이 교사동이고 동편 2개 동이 부대시설이다. 교정 아래편에 소운동장이 있고 동편의 길쭉한 곳이 대운동장이다.


이우학교의 환경친화적 건축 요소로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냉난방을 지열발전으로, 전기를 태양광발전으로 대부분 대체한 점이다. 그래서 중학교 교사동의 지하엔 지열발전 설비가 들어가고, 중학교 교사동과 고등학교 교사동 옥상에는 태양광 집광장치가 설치돼 있다. 학교 주변 실개천과 연못에 빗물을 모아 조경수로 재활용한다. 

하지만 설계자가 생각하는 친환경성은 주변 환경과 조화다. 

“지열발전이니 태양광이니 빗물 활용이니 하는 것은 친환경 건축을 구성하는 데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0% 이상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그 장점을 활용하는 데서 성패가 갈립니다.” 

양지바른 정남향에 위치한 학교의 특징을 살려 채광이 한껏 이뤄지게 함으로써 실내등 사용을 최소화한 것이 그중 하나다. 철제 차양과 발코니를 만든 것은 그 햇빛이 직사광선이 되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 다른 하나는 바람이 지나갈 통로를 만든 것이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다리길에서 내려다보면 학교 동편에 위치한 복합관과 더불어관은 1층이 2층보다 면적이 좁은 필로티 구조를 하고 있다. 비교적 좁은 학교 대지에 세운 건물인데 왜 굳이 1층 공간을 줄였을까. 서편에 위치한 교사동 세 개 건물 사이를 지나가는 산들바람의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건물 사이와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당도 사방으로 탁 트인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공간적 시원함을 주고자 교사동 중간에 지어진 본관 건물의 절반에는 3층을 아예 없애고 야외학습이 가능한 옥상을 만들었다. 덕분에 앞마당은 햇빛과 바람이 함께 어울려 놀다 가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우학교의 건축은 ‘벗과 함께’라는 학교 이념과 친환경만을 겨냥한 게 아니다. 철골로 된 기둥과 보, 천장, 트러스, 배선, 테라스의 건축구조를 거의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건축 교자재’가 되도록 하겠다는 건축가의 소망도 함께 깃들어 있다. 

“저는 예술적 아키텍처(architecture·건축)를 염두에 두고 이우학교를 짓지 않았습니다. 건축의 피와 살과 뼈를 해부학적으로 생생하게 경험시켜주기 위한 일종의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구조물)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설계했습니다.” 

그가 설계한 철제 발코니나 다리길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 햇빛이 춤추고 바람이 노니는 풍경을 지켜보던 학생들 가운데 건축가를 꿈꾸게 된 학생도 분명 있으리라. 언젠가 그들 중 한 명이 프리츠커상을 수상할 날을 기대해본다.




주간동아 2018.01.24 1123호 (p68~73)

  • | 글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사진 =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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