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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부금회’ ‘경금회’를 경계하는 이유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금융권 코드 인사…“‘올드보이’로는 금융개혁 못 해”

‘부금회’ ‘경금회’를 경계하는 이유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에 경제고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뉴스1]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에 경제고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뉴스1]

최근 금융권 인사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현 정부의 ‘코드 인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부금회’가 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부산 연고 금융인의 연구모임’으로 알려진 부금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 부산이라는 점에서 현 정권으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그리고 그보다 앞선 이명박 정부 때는 ‘고금회’(고려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금융권을 장악한 것과 유사하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금회는 2016년 3월 50여 명이 참여해 발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금융 허브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부산시의 목표에 맞춰 정책 세미나를 여는 한편, 부산시 지방세 확보를 위한 자문 구실을 맡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왔다. 2016년 5월에는 서울 여의도 소재 한 호텔에서 ‘부산의 6대 미래산업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부금회 회원으로는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장남식 전 손해보험협회장, 김교태 삼정KPMG 대표, 이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 정충교 BNK금융지주 부사장, 이정우 마이애셋자산운용 회장, 김영준 한국예탁결제원 예탁결제본부장 등이다.


PK 출신-친문(親文)의 약진

한국거래서 전경(왼쪽)과 ‘부금회’ 회원으로 알려진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뉴스1, 뉴시스]

한국거래서 전경(왼쪽)과 ‘부금회’ 회원으로 알려진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뉴스1, 뉴시스]

지난해 결성된 부금회가 요즘 다시 주목받는 것은 최근 선임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등이 모두 부산 출신으로 알려지면서다. 

김지완 회장은 부산상고와 부산대 무역학과, 정지원 이사장은 부산 대동고를 졸업했으며, 이동빈 행장은 강원 원주고를 나왔으나 부산대 경영학과 출신이라 부산 연고 금융인으로 분류된다. 김태영 회장은 영남상고 출신이며, 허인 행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대구고,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빈대인 행장은 경남 남해 태생으로 부산 경성대를 졸업했다. 

또한, 최근 금융권 인사에는 ‘부산 출신’ 외에도 노무현 정부, 혹은 문재인 캠프 출신이 자주 거론된다. 한마디로 ‘친문(親文)’ 성향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기에 금융권에서는 전 정권의 인사를 솎아내고 자기 사람을 심는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다며 비판을 제기한다. 

김지완 회장은 9월 선임 당시 ‘PK(부산·경남) 출신이란 이유로 선임된 것 아니냐’는 낙하산 논란이 거셌다. 노조를 비롯해 부산시민단체협의회와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이 낙하산 인사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초 BNK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과 손교덕 경남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직무대행의 3파전으로 가는 듯했으나, 금융당국이 BNK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부산은행장을 분리한 뒤 후보를 공모하기로 결정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김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며,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에 경제고문으로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더욱이 김 회장은 경력이 대부분 증권과 관련돼 은행업과 거리가 있는 데다 BNK금융지주와는 인연이 없었다. 김 회장은 BNK금융지주 회장에 오르기 전 현대증권(현 KB증권) 사장과 하나대투증권 대표이사 사장 겸 하나금융지주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을 겸임했다. 

뒤이어 등장한 부산 출신 금융인은 11월 3일 취임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다. 10월 말 한국거래소노동조합은 정지원 이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지난 61년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낙하산에게만 열린 기회였다. 이번에는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인사) 몫으로 돌아갔을 뿐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공모 과정이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거래소는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한 정찬우 이사장이 물러난 후 공모 절차에 들어갔는데, 당초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김 전 원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재공모에 들어갔고 정 이사장이 최종 낙점됐다. 김 전 원장과 정 이사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선후배 사이다. 

이에 노조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추가 공모를,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지원 철회를, 정지원 사장은 추가 지원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증권금융 사장 임기가 1년 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연봉이 절반밖에 안 되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두고 “누군가의 교통정리 없이는 불가능한 인사”라는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캠프 출신 다수

3번의 공모가 불발된 끝에 어렵게 Sh수협은행장으로 선임된 이동빈 행장(왼쪽). 부산·경남 출신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뉴스1, 뉴시스]

3번의 공모가 불발된 끝에 어렵게 Sh수협은행장으로 선임된 이동빈 행장(왼쪽). 부산·경남 출신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뉴스1, 뉴시스]

한편 일각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정 이사장을 선택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정 이사장은 공직에 들어온 후 2010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가기 전까지 줄곧 기획재정부에서만 근무했다. 나이 차이를 보더라도 최종구 금융위원장 처지에서는 동갑인 김 전 원장보다 다섯 살 아래인 정 이사장이 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동빈 Sh수협은행장도 부산 출신으로 금융기관 수장에 올랐다. 이 행장은 10월 25일 Sh수협은행의 행장 공모가 3번이나 불발되는 진통을 치른 끝에 선임됐다. 직전 이원태 행장이 4월에 임기가 만료됐지만, 행장 공모가 난항을 거치며 10월 들어서야 이 행장이 자리에 앉았다. 

당초 행장추천위원회는 정부 측 위원 3명과 수협중앙회 측 위원 2명으로 구성됐는데 정부 측 위원은 외부인사를, 수협중앙회 측은 내부인사를 각각 지지하면서 3번의 공모와 9번의 회의를 열고도 새 행장을 뽑지 못했다. 그러다 10월 행장추천위원회가 더는 행장을 공석으로 둘 수 없다고 판단한 뒤 한 발씩 양보해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찾기로 합의했고, 이동빈 행장이 후보자로 선출됐다. 

1983년 상업은행에 입사해 우리은행 중기업심사부장, 검사실장, 서대문 영업본부장, 기업금융단 상무, 우리P&S 대표 이사를 역임한 이 행장은 35년간 풍부한 은행 경험을 갖춘 여신 관리 및 금융 전문가라는 점에서 노조의 특별한 반대 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새 행장으로 취임했다. 단, 이동빈 은행장과 부금회의 연결고리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부산 출신 금융인의 약진은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11월 27일 전국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돼 12월 1일 정식 취임했다. 영남상고를 졸업한 그는 주산 특기생으로 농협에 입사했다. 이후 ‘농협통’으로 불리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그간 전국은행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거론된 인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깜짝 인사’로 평가된다. 

농협중앙회 수신부장과 금융기획부장 및 기획실장을 두루 거친 김 회장은 2008년 8월부터 2012년까지 농협중앙회 산하 금융업무를 전담하는 신용 부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농협을 잠시 떠나 미래에셋생명 사외이사와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등을 맡아온 김 회장은 2013년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복귀해 2014년까지 근무했다. 최근까지는 하나금융투자 사외이사를 맡았다. 

하지만 업계는 김 회장의 선임을 이례적이라고 본다. 당초 전국은행연합회 차기 회장에 관료 출신으로는 홍재형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과 김창록 전 한국산업은행 총재, 민간 출신 중에는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역임 중인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 등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홍 전 부총리의 내정은 어느 정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금융권 ‘올드보이’의 귀환이란 반감이 상당했다. 

실제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주요 금융협회 새 수장직에 본인보다 10여 년가량 연상인 관료 출신 선배들이 내정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청와대에 직접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전국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자리는 부산 출신인 김태영 회장에게 돌아갔다. 

김 회장은 PK 출신일 뿐 아니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인연도 화제다. 임 전 위원장이 농협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회장은 부회장이었고, 이번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후보도 임 전 위원장이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을 통해 김태영 회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회장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 경제금융위원회 공동 부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코드 인사 꼬리표를 피할 수 없다.


‘부금회’보다 ‘경금회’?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재정·금융 정책 조언을 맡았던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왼쪽)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기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현재 3연임을 추진 중이지만 노조의 반대가 심하다. [동아DB, 뉴스1]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재정·금융 정책 조언을 맡았던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왼쪽)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기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현재 3연임을 추진 중이지만 노조의 반대가 심하다. [동아DB, 뉴스1]

11월 6일 취임한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역시 문재인 캠프 정책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 출신이다. 2017년 2월 출범한 ‘10년의 힘 위원회’는 국민의정부·참여정부 출신의 전직 장차관 60여 명으로 구성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국민의정부)과 이영탁 전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참여정부)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10년의 힘 위원회’ 내 또 다른 금융권 인사로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지낸 김대유 원익투자파트너스 부회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낸 이승우 삼성증권 사외이사,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안광명 전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 등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들이 추후 금융권 실세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9월 취임한 이동걸 KDB산업은행장과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역시 참여정부 시절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다. 먼저 이 행장은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재정·금융 정책을 조언했고, 2004년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은 행장은 공직 경력 대부분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 분야에서 쌓았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업무관리관 등을 지내고 지난해 초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9월 선임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관료 출신이 아닌 첫 민간 출신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당시 금융감독원 노조는 “KEB하나은행의 최순실·정유라 불법 지원에 대한 검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을 임명하는 게 적폐청산인가”라며 반발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부금회보다 앞서 회자된 ‘경금회’에 자주 이름을 오르내리던 터다. 금융업계는 5월 문재인 정부 취임 후 초고속으로 내각이 구성되는 가운데 금융권 인사에 ‘문재인 인맥’이라 부르는 경금회가 작동하는 것을 비판한 바 있다. 경금회는 문 대통령과 동문인 경남고, 경희대 출신의 금융인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들 수 있다. 김 회장은 경남고 25회로 문 대통령과 동기다. 2012년 3월 하나금융지주 수장이 된 김 회장은 2015년 2월 연임에 성공했고 2018년 3월 3연임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조는 김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하나금융과 사외이사·김정태 회장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부당거래, 김정태 회장을 매개로 한 하나은행의 중국 특혜 투자 의혹 등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경주고, 경희대 법대 출신인 김상택 SGI서울보증(서울보증보험) 사장 역시 선임 당시 경금회로 내홍을 겪었다. 김 사장은 ‘30년 만에 선출된 내부 사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노조가 전 조합원 설문을 통해 실시한 2017년 임원평가에서 ‘낙제’ 수준의 평가를 받는 등 능력 부분에서 직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여기에 경금회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노조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하지만 11월 30일 사장에 선임됐다. 

업계는 최근 단행된 금융권 수장 인사와 관련해 “결국 문제는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업 한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해 연륜 있는 ‘내 사람’을 지명하는 인사를 단행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과연 구시대적 인물들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지금 국내 금융은 벼랑 끝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장 먼저 ‘코드 인사’를 중단해야 한다. 학연, 혈연에서 벗어나 혁신적이고 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을 등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7.12.27 1119호 (p22~25)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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