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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요즘 제맛을 뽐내는 것들

햇곡식, 버섯, 도토리, 서리태, 묵나물…

요즘 제맛을 뽐내는 것들

버섯나물을 구운 두부에 얹으니 근사한 요리가 된다.

버섯나물을 구운 두부에 얹으니 근사한 요리가 된다.

한식을 파는 식당이라면 어디를 가든 김치를 준다. 재료가 중국산이든 ‘종류가 무엇이든’ 맛이 있든 없든 김치는 꼭 나온다. 저렴한 백반집이라면 콩나물, 미역줄기, 호박나물 같은 것이 나오고, 해장국이나 육개장같이 한 그릇 요리를 파는 집이라면 오이지나 무말랭이무침, 깻잎절임처럼 간간한 반찬이 한두 가지씩 나온다. 

서양식에서 샐러드는 따로 주문해 먹는 메뉴인데, 채소 종류나 양념이 그다지 다양하지 못하다. 이에 비하면 우리 식탁은 얼마나 채소 인심이 후하고 요리법도 다채로운가 싶다. 도시에서는 잘 저장되고 갈무리된 채소를 일 년 내내 사 먹기 쉽다. 하지만 제철에 제맛을 보려면 부지런히 챙겨 먹고 갈무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맘때면 풍성하게 나오는 감자, 고구마, 땅콩은 오래 두고 먹기 위해 잘 저장해둔다. 수수, 기장, 조 같은 햇곡식은 지금이 맛있을 때니 햅쌀과 함께 밥을 지어 부지런히 먹는 게 좋다. 

송이버섯, 능이버섯, 표고버섯처럼 향이 좋은 가을 버섯은 쪽쪽 찢어 고기와 함께 구워 먹거나 국을 끓이고, 나물도 해 먹는다. 먹고 남은 것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냉동하거나 햇살의 기운과 영양을 받도록 양지에 말려 저장한다. 


버섯으로 탕을 끓이고 갖은 산나물로 차린 상.

버섯으로 탕을 끓이고 갖은 산나물로 차린 상.

도라지나물, 묵나물.(왼쪽부터)

도라지나물, 묵나물.(왼쪽부터)

도토리는 쌉싸래하게 묵을 쑤고 국수를 뽑고 전도 부친다. 비름나물, 고구마순, 월동초, 갓, 시금치, 토란대, 고춧잎은 데치거나 무쳐서 나물로 먹고, 장아찌나 묵나물로 만들어 저장한다. 빨갛게 익은 고추는 가을 태양 아래 바삭하게 말려 마른 고추나 고춧가루로 빻아 쓴다. 김치를 담그고 남은 배추와 무청으로는 시래기를 만들고, 무는 통통하게 채 썬 뒤 채반에 널어 무말랭이로 만든다. 

서리 오면 수확한다는 서리태는 겨울의 영양 반찬이자 간식이다. 밥에 넣기도 하고, 콩장을 하거나, 달달 볶아 오도독 씹어 먹는 간식으로도 만든다. 말려둔 묵나물을 하나 둘 꺼내 깊은 맛 우러나게 밥을 짓거나 부드럽게 양념해 반찬을 만들어 즐긴다. 따뜻한 방 안에서는 겨우내 콩나물을 키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예전에 2년 정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행한 적이 있다. 여행지의 유명한 맛집도 많이 갔지만 길 위에 있는 곳곳의 동네 백반집에서 허기를 달랜 횟수가 훨씬 많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러 지역의 엄마 손맛과 건강반찬으로 긴 여행의 몸살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주간동아 2017.12.13 1117호 (p77~77)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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