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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어른들의 별별 놀이터

볼풀에 푹 빠져 ‘셀카’ 찰칵

여성이 좋아하는 볼풀 펍 ‘어반스페이스’

볼풀에 푹 빠져 ‘셀카’ 찰칵

‘어반스페이스’ 입구 모습.[지호영 기자]

‘어반스페이스’ 입구 모습.[지호영 기자]

어린이 실내 놀이시설에 가면 빠지지 않고 볼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볼풀이다. 형형색색 작은 플라스틱 공이 가득 찬 풀에서 아이들은 공을 던지거나 공 사이를 헤치며 즐겁게 논다. 9월 17일 방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는 가수 김건모가 후배 김종민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그의 침실에 플라스틱 공을 잔뜩 넣어 볼풀을 만드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이처럼 어른들도 볼풀에서 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성인을 위한 볼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어른들을 위해 최근 카페 거리로 각광받는 서울 성수동 인근에 성인 전용 볼풀장 ‘어반스페이스’가 생겼다. 엄밀히 말하면 이곳은 술을 파는 펍이다. 술집 내부에 있는 볼풀이니 성인만 이용할 수 있는 것.


흰색 풀+화려한 조명=로맨틱한 분위기

어반스페이스의 안내문과 볼풀, 그리고 볼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지호영 기자]

어반스페이스의 안내문과 볼풀, 그리고 볼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지호영 기자]

어반스페이스의 안내문과 볼풀, 그리고 볼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지호영 기자]

어반스페이스의 안내문과 볼풀, 그리고 볼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지호영 기자]

6개월 전 문을 연 어반스페이스는 최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노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21일 이곳을 직접 찾았다. 가정집과 비슷하게 생긴 카페 ‘어반소스’와 마당이 보였다. 어반소스와 마당을 함께 쓰는 옆 가게가 어반스페이스다. 밖에서 본 어반스페이스는 컨테이너식 창고형 건물로, 가운데가 빈 사각 벽돌 조형물에 네온사인으로 쓰인 상호가 아니었다면 펍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조형물 뒤로 가게 문이 보였다. 문 앞에는 볼풀에서 놀고 있는 손님들의 사진 몇 장이 걸려 있었다. 

가게 내부는 겉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가게 한가운데 순백색의 플라스틱 타일로 된 풀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안에는 반투명 플라스틱 공이 가득 차 있었다. 가게 전체가 대부분 하얀색으로, 의자와 탁자 역시 하얀색이었다. 색이 있는 것은 풀 안의 하트, 홍학, 유니콘 모양의 튜브뿐이었다. 따로 볼풀 이용요금은 없지만 펍인 만큼 인당 1음료를 주문해야 볼풀 이용이 가능하다. 단, 주류를 가지고 볼풀에 입장하는 것은 위생상 금지돼 있다. 

이곳에 색을 입히는 것은 조명이다. 푸른빛과 붉은빛 조명이 천장 여기저기 설치된 미러볼을 통해 하얀 풀을 채웠다. 조명과 귀여운 튜브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로맨틱하다 못해 소녀풍이었다. 마치 20대 초반 여성을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선뜻 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다. 안정호 어반스페이스 대표에게 남자 손님도 이곳을 많이 찾느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남자 손님은 볼풀이 있다는 이야기에 찾아왔다 문을 열고 분위기를 본 뒤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여자친구와 함께 오는 손님도 있는데 안절부절못하는 분이 태반”이라고 밝혔다.


손님 많은 저녁땐 500명 몰려

어반스페이스의 안내문과 볼풀, 그리고 볼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어반스페이스 인스타그램 캡처]

어반스페이스의 안내문과 볼풀, 그리고 볼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어반스페이스 인스타그램 캡처]

물론 남자 손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어반스페이스 공식 인스타그램을 보면 간혹 화려하게 차려입은 남성이 볼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11월 초 이곳을 방문한 민모(28) 씨는 “여자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이 분위기에 적응만 하면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조만간 여자친구와 다시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게를 찾아간 시간은 오후 4시. 술집 영업시간으로는 한참 이른 시간이다. 이 때문인지 풀은커녕 가게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이곳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후 3시. 안 대표는 “두 달 전 대학 방학 때만 해도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홀이 가득 찰 정도로 손님이 몰렸다. 지금은 학기 중인 데다 기말고사를 앞둬서인지 손님이 별로 없다. 그래도 저녁이면 홀이 꽉 찬다. 한창 손님이 많을 때는 저녁시간에만 500여 명이 몰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SNS나 포털사이트에서 ‘어반스페이스’를 검색하면 홀은 물론 볼풀까지 손님으로 가득 찬 사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반스페이스를 두 번 방문했다는 이모(22·여) 씨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해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다. 사진만큼이나 가게가 예뻤고 십수 년 만에 볼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색적이라 즐거웠다. 이후 다른 친구들과 한 번 더 이 가게에 왔다. 다음 달에도 대학 친구들과 함께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젊은 여성들이 볼풀에 몸을 던지는 이유는 비단 이 소녀풍의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달 이곳을 찾았다는 대학생 김모(25·여) 씨는 이곳을 ‘셀카(셀프카메라)의 성지’라고 말했다. 김씨는 “가게 내부는 물론, 볼풀의 공도 반투명이라 빛 반사가 잘 돼 그런지 사진이 잘 나온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볼풀을 휘젓는 재미도 있지만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온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행사장으로도 각광

안 대표는 “처음부터 20, 30대 여성과 연인을 타깃으로 가게 인테리어를 기획했다. 볼풀도 이 기획의 일부분이었다. 젊은 여성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을 만한 특별한 시설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볼풀이었다”고 밝혔다. 가게의 절반 이상이 볼풀인데 테이블이 적어 손님을 유치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처음 이 구상을 했을 때 주위 사람들도 ‘테이블이 적어 가게를 유지할 만큼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말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 생각이 맞았다. 테이블 수보다 손님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시설이 더 중요했다. 가게를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SNS 등을 통해 볼풀이 알려져 손님이 몰렸다. 얼마 전에는 미국 대학의 국내 동문회가 이곳을 통째로 빌려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볼풀이 모은 손님은 또 다른 수익원을 만들어냈다. 화장품업체 등에서 광고 행사를 요청하기 시작한 것. 안 대표는 “젊은 여성이 자주 찾는 장소인 만큼 이들을 주 판매층으로 삼는 브랜드에서 행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일부 화장품 브랜드와는 이미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어반스페이스는 ‘볼풀 술집’을 넘어 놀이시설로 변화를 준비 중이다. 안 대표는 “처음에는 술집에 이색 아이템을 추가한 형식이었지만 지금은 볼풀이 수익을 창출한다. 이에 볼풀이 지겨워지기 전 새로운 놀이시설로 대규모 개편을 계획 중이다. 어반스페이스는 이후에도 술을 파는 가게에 중점을 두기보다 성인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갖추는 데 힘을 실을 것이다. 어떤 시설을 들여놓을지, 볼풀과 병행할지 등은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7.11.29 1115호 (p13~15)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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