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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십자성을 품은 와인

오푸르니에 ‘알파 크룩스’ ‘베타 크룩스’

남십자성을 품은 와인

웅장한 안데스산맥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푸르니에 레스토랑. 알파 크룩스 말벡과 베타 크룩스 레드 블렌드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오푸르니에 와이너리]

웅장한 안데스산맥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푸르니에 레스토랑. 알파 크룩스 말벡과 베타 크룩스 레드 블렌드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오푸르니에 와이너리]

남십자성은 남반구에서만 보이는 별자리다. 별 네 개가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별자리는 크기는 작아도 밝고 뚜렷해 대항해 시대에는 신대륙 개척에 나선 배에게 길잡이 구실을 했다. 그래서 남반구에는 국기에 남십자성을 그려 넣은 나라가 많다. 아르헨티나에는 남십자성을 품은 와인이 있다. 오푸르니에(O’Fournier) 와이너리의 알파 크룩스(Alfa Crux)와 베타 크룩스(Beta Crux)다. 

알파 크룩스는 남십자성 가운데 가장 밝은, 베타 크룩스는 그다음으로 밝은 별이다. 별의 밝기처럼 오푸르니에는 최고급 와인을 알파 크룩스,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와인을 베타 크룩스라고 이름 붙여 출시하고 있다. 알파 크룩스 시리즈에는 샤르도네(Chardonnay)와 말벡(Malbec), 레드 블렌드 등 3종이 있고 베타 크룩스 시리즈에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레드 블렌드가 있다. 알파 크룩스가 탄탄하면서도 매끈한 질감과 복합미를 자랑한다면, 베타 크룩스는 좀 더 가볍고 과일향이 산뜻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이다. 

오푸르니에는 안데스산맥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일교차가 20도에 이른다. 덕분에 포도가 낮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당분을 축적하고 밤에는 서늘한 공기 속에서 신맛을 유지한다. 알파 크룩스 말벡을 맛보면 15도에 가까운 높은 알코올 도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경쾌하다. 당도와 산도의 균형이 잘 맞아서다. 과일향의 집중도가 뛰어나고 질감이 탄탄하면서도 매끄러워 맛이 고급스럽다. 은은한 돌 냄새와 바이올렛 같은 꽃향은 와인에 복합미를 더한다. 


매년 선정한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오푸르니에 지하 셀러.[사진 제공 · 오푸르니에 와이너리]

매년 선정한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오푸르니에 지하 셀러.[사진 제공 · 오푸르니에 와이너리]

오푸르니에의 최첨단 시설도 와인 품질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웅장한 안데스산맥을 배경으로 우주과학 기지처럼 포도밭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이 와이너리는 발효부터 숙성까지 모든 과정에 중력을 빌렸다. 수확한 포도는 와이너리 옥상에서 품질 검증을 거쳐 1층 발효탱크로 이동하고, 발효된 와인은 지하 셀러의 오크통으로 들어가 긴 잠을 잔다. 중력을 이용하면 에너지도 절약되지만 와인을 거칠게 펌핑할 필요가 없어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오푸르니에는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와이너리기도 하다. 발효탱크에는 익살스러운 그림이 그려져 있고, 지하 셀러는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기능도 한다. 안데스산맥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오푸르니에 레스토랑에서 풍광을 감상하며 와인을 음미하다 보면 자연과 예술이 몸 안으로 녹아드는 느낌이 든다. 

자연, 기술, 예술의 삼박자를 갖춘 오푸르니에. 이곳 설립자인 호세 마누엘 오르테가(Jose Manuel Ortega)는 골드만삭스와 산탄데르 등에서 승승장구하던 투자자다. 

“저에게는 ‘전원생활’과 ‘내 사업’이라는 두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모두 이뤄준 것이 와인입니다.” 

오푸르니에의 설립 동기에 대한 오르테가의 대답이다.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한 그에게 와인이 남십자성처럼 길잡이가 돼준 것은 아닐까. 그가 와인 이름을 알파 크룩스와 베타 크룩스로 정한 것도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입력 2017-11-14 09:58:57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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