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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성스레 담근 김치 드시고 올겨울 따뜻하게 보내세요”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7000kg 김장김치 소외 이웃 700가구에 전달

“정성스레 담근 김치 드시고 올겨울 따뜻하게 보내세요”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김치를 사서 먹는 게 익숙한 시대지만 여전히 ‘김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유문화이자 연례행사다. 늦가을만 되면 사람들은 으레 안부인사로 “김장했어요?”라고 묻곤 한다. 김치는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겨우내 우리 식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고마운 반찬이다. 해마다 어머니가 고생을 자처하며 김장을 하는 것도 이 때문. 김장은 어머니의 사랑 그 자체다. 

반면 우리 주변에는 추운 겨울날 김치 한 포기가 아쉬운 이들이 있다. 글로벌 복지단체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위러브유)는 이런 소외된 이웃을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사랑의 김치를 담갔다. 위러브유는 자연재해와 전쟁, 기아 등으로 고통받는 세계인을 대상으로 긴급 구호, 재해 복구, 아동 및 노인 복지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봉사와 복지활동을 펼치고 있다. 

입동을 하루 앞둔 11월 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문화광장에서는 위러브유 주최로 ‘제15회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가 열렸다. 2003년부터 꾸준히 진행돼온 이 행사에 올해는 안산·시흥·수원·화성지역 회원들과 다문화가정 주부 200여 명이 참여했다. 필리핀,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나이지리아, 몽골 등에서 온 다문화가정 주부들도 위러브유 회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따뜻한 정을 나눴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에서 개최한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모습들. 주한 외국 대사 관계자와 다문화가정 주부, 안산  ·  시흥  ·  화성  ·  수원지역 회원 200여 명이 총 7000kg의 김장김치를 담가 소외이웃 700가구에 전달했다.[박해윤 기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에서 개최한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모습들. 주한 외국 대사 관계자와 다문화가정 주부, 안산  ·  시흥  ·  화성  ·  수원지역 회원 200여 명이 총 7000kg의 김장김치를 담가 소외이웃 700가구에 전달했다.[박해윤 기자]

충북 옥천에서 공수한 친환경 배추와 김칫소

장길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왼쪽)이 안산시청에 3000kg의 김장김치를 전달했다.[사진 제공·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장길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왼쪽)이 안산시청에 3000kg의 김장김치를 전달했다.[사진 제공·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안산문화광장은 이른 아침부터 위러브유 회원들로 북적였다. 연두색 조끼를 입은 위러브유 행사요원들이 광장 한복판에 대형천막을 설치한 뒤 김치를 버무릴 탁자를 기다랗게 펼쳐놓자 절임배추와 빨간 양념을 담은 상자가 줄지어 들어왔다. 야외에서 대규모로 김장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위러브유 회원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위러브유 로고가 새겨진 주황색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두른 회원들은 각자 작업대로 흩어져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장길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은 “자녀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주면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김장을 하고자 한다. 올해도 김장을 맛있게 담가 위러브유 김치가 이웃에게 든든한 겨울 반찬이 되고 아울러 희망과 위로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추는 충북 옥천에 거주하는 위러브유 회원들이 직접 파종해 수확한 것으로, 올해는 총 3000포기를 준비했다. 옥천 회원들은 꼬박 이틀에 걸쳐 배추를 알맞게 절인 뒤 헹구고 물기를 뺐다. 김칫소도 직접 만들었다. 다시마와 멸치를 우린 물에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무, 갓, 쪽파, 미나리, 대파, 당근 등 국내산 채소와 새우젓, 멸치액젓, 굴, 생오징어, 생새우 등 총 17가지 재료를 넣었다. 배추와 김칫소는 당일 새벽 6시 옥천에서 올라왔다.


주한 외국 대사, 다문화가정 주부 대거 참여

즐거운 마음으로 김장 봉사에 나선 경기 안산 위러브유 회원들.[사진 제공·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박해윤 기자]

즐거운 마음으로 김장 봉사에 나선 경기 안산 위러브유 회원들.[사진 제공·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박해윤 기자]

위러브유 회원들은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양념을 아끼지 않고 맛있게 버무리겠다”며 본격적으로 김장 담그기를 시작했다. 

손놀림이 능숙한 베테랑 주부부터 아직은 서툰 다문화가정 새내기 주부까지 모두가 밝은 얼굴로 김장에 임했다. 맨 앞쪽 탁자에서는 장길자 회장을 비롯해 이브라힘 카릴 이브라힘 주한 이라크대사관 참사관과 펜 류드밀라 주한 우즈베키스탄대사 부인 등도 같이 김장을 담갔다. 카릴 참사관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뜻깊은 행사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는 내 얼굴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방긋 웃었다. 이어 그는 “이라크에도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요거트를 만드는 문화가 있는데, 이렇게 만든 요거트는 겨우내 요긴한 양식이 돼준다”고 말했다. 

펜 류드밀라 주한 우즈베키스탄대사 부인은 “한국 김치 맛은 정말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도 김치와 비슷한 음식이 있지만 한국 김치만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없다.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이 들어가 맛이 더욱 깊고 개운하다”며 연신 감탄했다. 카메룬에서 온 주부 그레이스 에코베 씨는 김치를 처음 맛보고 “맵지만 정말 맛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좋은 행사에 참여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한국에 온 지 18년째 인 마리사 씨는 “김치가 맛있어서 이제는 매끼 챙겨 먹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위러브유 김장 행사가 처음이 아닌 외국인도 있었다. 2년 전 미국 공군 소속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조애나 씨는 지난해 처음 수원에서 김장을 담근 후 올해도 잊지 않고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다. 훌륭한 사람들과 좋은 행사에 참여하게 돼서 기쁘다”며 웃었다. 

또한 김봉식 안산문화원장은 “다문화가정이 많은 안산에서 이렇게 화합의 장을 열어주신 데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한마음으로 김장에 동참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위러브유 측에 고마움을 표했다. 10여 년째 김장 행사에 동참하고 있는 배우 김성환, 가수 이승훈, 윤태규 씨도 능숙한 솜씨로 김치를 버무렸다. 김성환 씨는 “해마다 이런 행사를 이어오는 일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 주변에 김장을 할 수 없는 어려운 이웃이 많은데 오늘 담근 김치가 많은 이에게 골고루 나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극 정성으로 김칫소를 넣으며 회원들의 얼굴은 점점 분홍빛으로 변했다. 늦가을치고 날씨도 포근해 회원들의 몸놀림은 더없이 가벼웠다. 올해 처음으로 김장 행사에 참가했다는 노춘미(50) 씨는 “어제 시집에서 김장을 하고 오늘 또 하는데도 피곤한지 전혀 모르겠다.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웃었다. 전태경(47) 씨도 “어머니 마음으로 담근 김치라 더 맛있을 것 같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보약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김치를 드시고 많은 분이 따뜻하게 겨울을 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정자(48) 씨 역시 “요즘 안 좋은 소식도 많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이들이 있으니 힘들더라도 희망을 갖길 바란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허리 한 번 펼 겨를도 없이 열심히 김치를 버무린 위러브유 회원들과 봉사자들 덕에 김장은 2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담근 김치는 총 7000kg으로 포장 담당 봉사자들은 10kg씩 플라스틱통에 정갈하게 담았다. 김치통에는 ‘어머니 사랑이 듬뿍 밴 김치 드시고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라는 글귀와 함께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엽서도 함께 넣었다. 김치는 경기 안산·화성·시흥·수원지역 관공서를 통해 다문화가정과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소년소녀가정, 저소득가정 등 총 700가구에 전달됐다. 

장길자 회장은 김장 나누기 행사가 끝난 직후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을 직접 방문해 김치와 함께 생필품 등을 전달했다. 지금까지 위러브유는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통해 7만kg이 넘는 김치를 담갔다. 위러브유 김치를 맛본 가정도 7100가구나 된다. 장길자 회장은 “앞으로도 김장 나누기 행사를 꾸준히 이어가 우리나라 전역에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음악으로 소외된 이웃 위로하며 따뜻한 연말 맞아요”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한 제17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현장.[사진 제공·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한 제17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현장.[사진 제공·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위러브유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국내 복지소외가정, 해외 11개국 교육 · 공공시설 및 의약 · 생필품 지원

해마다 연말이면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위러브유)는 가슴속 사랑을 이웃과 나누는 뜻깊은 행사를 준비한다. 올해 연말에도 서울에서 ‘제18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는 질병, 재난, 가난 등으로 삶의 희망을 잃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연말마다 도움의 손길을 전하는 행사다. 2000년 첫 콘서트의 수혜자는 심장병 어린이들이었다. 이후 희귀 난치병 어린이, 청소년가정 및 저소득가정 어린이와 독거노인, 재해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가정 등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또한 갑작스러운 포격으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연평도 주민, 인도네시아 화산 폭발 피해 주민, 파키스탄 홍수 이재민 등에게도 나눔의 손길을 전했다. 

올해는 콘서트 수익금으로 국내 복지소외가정 100가구에 의료비 및 생계비를 지원하고 가봉, 모잠비크, 멕시코, 볼리비아, 니카라과,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 방글라데시 등 총 11개국에 교육 · 공공시설 및 의약 · 생필품을 지원할 계획이다. 위러브유 한 관계자는 “남모를 아픔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에게 어머니의 사랑으로 평온을 선물하고 용기와 희망을 전하려 한다”며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이번 콘서트에는 위러브유 회원을 비롯해 교육  ·  문화예술   ·   체육   ·   정재계 등 각계 인사와 콘서트 수혜자들이 참여한다. 행사는 1 · 2부로 나뉘는데, 먼저 1부 기금 전달식에서는 장길자 위러브유 회장이 수혜자들에게 수혜증서와 함께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넬 예정이다. 이후 2부에서는 본격적인 콘서트가 펼쳐진다. 그동안 가수 정수라, 인순이, 유열, 김조한, 전영록, 윤태규, 이승훈, 소찬휘, 노사연, 해바라기 등 실력 있는 가수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해 감동을 더했다. 이순재, 김성환, 김소현, 손준호, 김호영, 김보성, 박철, 김지유 등 유명 연기자와 뮤지컬 배우들도 무대에 올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수혜자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콘서트가 개최됐다. 행사장에는 주한 요르단대사를 비롯해 이집트, 불가리아, 페루, 튀니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등 20개국 외교관 가족 60여 명을 비롯해 사회 각계 인사와 수혜 가족, 위러브유 회원 등 2만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아델 모하마드 아다일레 주한 요르단대사는 축사를 통해 위러브유의 다양한 구호활동을 언급하며 “위러브유가 실천하는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격려가 국제사회에 얼마나 필요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이러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격려의 발걸음이 도움이 필요한 시리아 난민과 요르단 난민촌에도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데브락 더칼 주한 네팔대사관 노무영사도 “위러브유는 네팔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국가에 많은 도움을 줬다. 정말 감사하고 칭찬할 만한 일이다. 우리도 위러브유의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17회를 이어오는 동안 모두 13만8000명이 콘서트를 지켜봤다. 올해도 위러브유는 가족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구촌 이웃들의 삶을 응원하는 희망의 무대를 이어간다.




입력 2017-11-14 10:50:19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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