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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직 대통령도 배심원 될 날 올까

배심원 오바마

한국 전직 대통령도 배심원 될 날 올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10월 21일 미국 텍사스 주 칼리지스테이션에서 전직 대통령 4명(지미 카터, 아버지-아들 부시, 빌 클린턴)과 함께 허리케인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모금 행사 무대에 섰다. 미국에는 올 들어 하비(Harvey), 어마(Irma), 마리아(Maria) 등 초강력 허리케인이 연달아 상륙해 많은 사람이 큰 피해를 입었다. 퇴임 후에도 국민의 아픔과 함께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이 잔잔한 미소를 안겨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리노이 주 쿡카운티에 자택이 있지만 퇴임 후에는 주로 워싱턴DC 근교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시민은 1년에 한 번 배심원으로 봉사할 의무가 있다. 10월 28일 그곳 수석 법관(Chief Judge) 티모시 에번스는 11월 중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배심원으로 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다른 배심원과 마찬가지로 17.25달러(약 1만9000원)의 보수를 받는다. 그가 월스트리트 같은 데서 한 번 강연하고 받는 40만 달러(약 4억4500만 원)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에번스 수석 법관은 “오바마는 우리 시와 미국의 위대한 시민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그가 시민으로서 책무를 받아들여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심원으로 일하려면 부적격자를 골라내는 절차를 거쳐, 쌍방 소송대리인이 던지는 질문에 합당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다른 배심원에게 강한 영향력(high-impact)을 미치는 후보자는 걸러지는 경우가 많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3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일어난 갱 사건 재판에 배심원으로 나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15년 8월 배심원 호출을 받고 조지 앨런 법원에 도착해 다른 배심원 후보자들과 셀피(selfie)까지 찍었지만 정작 배심원으로 뽑히지는 못했다. 

노무현 정부의 사법개혁 결과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업적이 국민사법참여제 도입이다. 이때부터 우리 사회에서 배심원이라는 용어가 친숙하게 사용됐다. 하지만 배심재판이 아직 형사절차에 한정되고, 이마저도 극히 소수의 형사절차로 쪼그라들며, 게다가 배심원 평결에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결함까지 안고 있다. 

그러나 2008년 1월 1일 이 제도의 실시 자체가 엄청난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당시 사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배심재판을 수용할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다며 반대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국민의 사법참여를 허용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라는 정작 한국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법부 논리대로라면 우리 국민이 전 세계에서 가장 수준이 낮다는 뜻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이런 곡절을 겪으며 국민사법참여제가 도입된 것이다. 

프랑스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민주주의라는 수레에서 ‘보통선거’와 ‘배심제’가 두 개 바퀴를 이룬다고 했다. 그만큼 국민의 사법참여는 어떤 면에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불가결한 요소로 파악될 수 있다. 

아직 한국 배심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여러 부족한 점을 안고 있다. 좀 더 힘을 집중해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한국의 전직 대통령도 배심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입력 2017-11-14 10:46:57

  •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 law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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