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0

2017.10.25

특집 | 애터미 10년의 약속

“좋은 제품 싸게 팔았더니…”

‘다단계판매’ 사회적 편견 바꾼 애터미…국내외 매출 1조 원 달성 앞둬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10-23 17: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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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터미(회장 박한길)는 다단계판매 기업이다. 많은 사람이 ‘다단계’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다단계=불법’이라고 여길 만큼 사회적 인식 또한 좋지 않다. 다단계판매업에 종사한다는 친지나 지인이 있으면 멀리하려 든다. 이는 일부 다단계판매업체의 부적절한 영업과 유사수신, 피라미드업체의 불법행위가 ‘다단계 사기사건’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다단계판매업체가 사기집단으로 그려지기 일쑤다. 이처럼 다단계판매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원래 다단계판매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테두리 안에 있는 합법적인 유통방식이다. 만약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공제조합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법에 따라 매출액의 35%까지 판매원에게 수당으로 지급한다. 이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다단계판매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애터미가 우리나라 다단계판매 시장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좋은 제품을 싸게 팔면 소비자가 찾을 것이다.’ 이처럼 단순명료한 애터미의 창업 이념이 다단계판매의 불법 이미지를 벗겨내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애터미의 유통방식은 판매원이 직접 소비자에게 제품을 홍보, 판매하는 직접판매 방식이다. 별도의 마케팅 활동을 벌이지 않는 대신 그 비용을 판매원에게 수당으로 지급한다.



    그 시작은 미약했으나…

    애터미가 ‘절대품질 절대가격’을 내세워 ‘품질’로 승부한 결과 판매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층까지 두꺼워지면서 “애터미 제품이 싸고 괜찮다”는 반응이 확산됐다.



    현재 애터미 등록 회원은 국내 300만 명에 달한다. 해외 회원도 100만 명을 넘어섰다. 애터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다단계판매에 대한 나쁜 인식이 점차 수그러지고 있다. 

    최근 일부 다단계판매업계는 ‘애터미 따라잡기’에 나섰다. 제품 가격은 낮추고 품질을 높였다. 애터미는 다단계판매업계에 ‘본보기’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TV홈쇼핑과 할인점 등 일반 유통채널도 애터미의 성장 배경을 분석하고 눈여겨보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와 해외를 합쳐 매출액 9100억여 원을 기록한 애터미는 올해 1조 원 이상 매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애터미는 지난해 한국암웨이에 이어 국내 다단계판매업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9년 창업 당시에는 초라하고 미약했다. 애터미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66㎡(약 20평) 남짓한 사무실에 둥지를 틀었다. 회사명은 원자력을 뜻하는 ‘ATOM’과 아름다움을 뜻하는 ‘미(美)’를 합성해 애터미로 지었다. 

    애터미는 창립 첫해인 2009년 매출액 250억 원(국내 기준)을 올렸다. 2년 뒤인 2011년에는 1287억 원을 기록해 첫 1000억 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2012년 2349억 원에서 2013년 3403억 원으로 증가한 뒤 이듬해 5149억 원을 기록했다. 애터미의 무서운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계속돼 2015년  6975억 원, 지난해에는 7784억 원이 됐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간 애터미는 애초 경쟁 상대를 다단계판매 기업에 국한하지 않았다. 백화점과 할인점,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 일반 유통채널과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고품질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애터미 ‘제품’에 소비자가 “다단계판매 회사 제품이면 어때. 품질 좋고 값싸면 그만이지”라고 반응했다.

    해마다 성장세를 멈추지 않은 애터미는 콜마비앤에이치, 한국맥널티 등 상장회사를 포함해 50여 개 협력사로부터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직접 납품받아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애터미는 올해 해외 매출액을 2000억 원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 진출한 애터미 제품은 해외에서도 인기다. 제품이 싸고 좋다면 ‘국경’을 초월해 인정받을 것이라는 박한길 애터미 회장의 예측이 해외에서 매출로 증명됐다. 세계적인 유통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최종 목표인 애터미는 글로벌 유통 강자로 성장하기 위해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판로 확대 기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7월 공개한 ‘2016년 다단계판매업체 주요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다단계판매업계가 올린 매출액은 5조1306억 원(부가세 포함)이다. 2016년 말 기준 다단계판매업체에 등록된 전체 판매원 수는 829만 명, 다단계판매업체로부터 후원수당을 지급받은 판매원 수는 164만 명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단계판매업체가 판매원에게 지급한 후원수당 총액은 1조7031억 원이다.

    다단계판매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판매원은 주부와 은퇴자, 청년 구직자, 경력 단절로 재취업이 쉽지 않은 취업 취약 계층 등이 주를 이룬다. 다단계판매원은 ‘무점포 대리점주’나 다름없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점포를 얻어 장사하려면 보증금이 필요하고 월세와 각종 유지비가 든다. 하지만 다단계판매원은 점포 없이 대면판매 등을 통해 영업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초기 자본 없이 누구나 영업할 수 있다. 공정위 사업자정보공개에 따르면 지난해 애터미는 판매원에게 국내 매출액(7784억 원) 대비 34.28%에 해당하는 2668억 원을 후원수당으로 지급했다.

    판로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에게도 다단계판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터미는 50여 개 협력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다. 제품을 납품받으면 판매와 무관하게 일주일 이내 100% 현금 결제가 이뤄진다. 협력사에 원자재 구입비를 선지급하거나, 설비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대여하는 등 협력사가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 및 취업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애터미의 성장과 행보에 유통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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